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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금융강좌)⑮완벽한 의사결정이 가능할까
한순구 연대 경제학부 교수..미시경제학으로 풀어 보는 일상의 이야기들
2015-02-04 09:44:38 2015-02-04 09:44:38
<오늘날 금융경제는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습니다. 경제기사를 읽어도 알아들을 수가 없고, 진짜 필요한 실물 경제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도 않아 '몰라서' 당하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이제 우리는 금융경제라는 복잡하고 낯선 영역을 어느정도는 이해해야 합니다. 여기에 20년 역사를 가진 한국은행 금요강좌가 있습니다. 통화정책, 경제전망, 금융안정 등 경제 및 금융 각 분야의 주제를 기본지식 뿐 아니라 관련정책까지 아우르는 깊이있는 교육인데요. 이 강좌는 400여석 강의 자리가 10분내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참석하기 어려운 여러분들을 위해 경제기자가 직접 수업을 듣고, 생생한 강의 현장을 전달해드립니다>
 
여러분이 곧 식사를 하려고 합니다. 메뉴는 짜장면, 짬뽕, 볶음밥이 있는데요. 각자의 선호도가 다른 만큼 메뉴 선택은 어렵습니다. 이때 다수결 원칙으로 한 가지 메뉴를 결정해 주문에 들어갑니다. 거수로 결정할 예정인데요, 모든 사람을 충족할 수 있는 선택이 있을 수 있을까요? 오늘은 한순구 연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사진)와 '미시경제학으로 풀어 보는 일상의 이야기들'에 대해 나눠봅니다.
 
◇완벽한 의사결정이 가능할까..콩도르세의 역설
 
‘애로우의 불가능성 정리’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선택을 할 때 의사결정을 어떻게 하는 게 좋으냐, 즉 집단적 선택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사실 여러 사람이 선택을 결정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게 투표이죠. 집단적 선택은 투표에 대한 이론입니다. 바람직한 투표는 무엇일까로 시작된 개념이죠. 일단 우리가 자주 쓰는 다수결 원칙은 후보가 2명일 때 완벽한 의사결정입니다. 다수결로써 완벽하다는 것인데요, 단점이 없다고 판단한 겁니다.
 
그런데 선택지가 3가지 이상이면(대통령 후보든 가야할 식당이든) 이야기가 달라지죠. 완벽한 선택으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콩도르세라는 유명한 프랑스 학자는 공정한 투표제도가 무엇인지 연구를 했는데요. 다시 짜장면, 짬뽕, 볶음밥으로 돌아가 볼게요. 42명이 3가지 메뉴 결정을 하는데요. 선호도 순서대로 투표를 합니다. 그럼 고를 수 있는 선택지는 6가지가 되겠죠. 단순 다수결로 보면 볶음밥이 승리인데요.
 
짬뽕을 뺀 볶음밥과 짜장면만 놓고 보면 짜장면을선호하는 사람이 많다는 결과가 나옵니다. 즉 콩도르세는 이상적인 선거를 위해서 일대일로 붙어야 한다고 설명해요. 진정한 강자를 가리기 위한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란 거죠.
 
문제는 일대일로 붙어서 한 사람이 다른 모든 이를 이기지 못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인데요. 박근혜-안철수-문재인이 대통령 선거 후보로 나왔다고 칩시다. 박근혜는 안철수를 이겼는데 문재인한테 진 거예요. 안철수는 문재인한테 이겼지만 박근혜한테 진 거고요. 이렇게 잘못하다가는 순환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거죠. 이렇게 되면 국가분열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 와서 감당하기 어려워집니다. 이를 콩도르세의 역설이라고 해요.
 
◇'주인의식' 여부에 따른 끔찍한 결과
 
이번에는 주인의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 해요. 디즈니랜드와 유니버설스튜디오가 있어요. 어린 자녀와 디즈니랜드에 놀러가서 40만원을 쓰고 왔다고 칩시다. 그런데 아이는 다음날 또 놀러가고 싶어해요. 아이가 철이 없어서 일까요? 개념이 없는 걸까요? 반대로 유니버설스튜디오에 1년 동안 갈 수 있는 무료티켓이 여러분에게 쥐어졌어요. 교통비와 숙박비가 모두포함되고 횟수 제한 없이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 이번 주말에 갔다 왔다면 그 다음주에 또 가실래요? 네, 대부분 또 가겠다고 할 겁니다. 이유는 무엇일까요? '돈'이었습니다. 어른과 아이라서 차이가 있는 게 아니고 아이는 어른의 돈으로 놀러가니까 공짜로 간다고 생각한거죠. 무료티켓도 생기니까 어른이라도 자꾸 갈 생각을 하잖아요. 바로 주인의식, 공짜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다.
 
 
정부의 문제도 이런데서 시작해요. 일본의 혼슈와 홋카이도를 연결하는 카이쿄선의 해저터널 인 세이칸 터널 이야기입니다. 바다 밑으로 굴을 뚫어서 배타지 않고 가도록 했는데요. 일본처럼 지진이 많은 나라에서 바다 밑에 땅굴을 팠어요. 그런데 그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적습니다. 비행기 타면 금방 갈텐데 굳이 가려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겁니다. 세이칸 터널은 지진이 발생해도 붕괴되지 않는다고 하니 얼마나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냈을까요. 정부가 왜 이런짓을 했죠. 정부 돈이 아닌 국민의 세금으로 했기 때문입니다. 오사카 간사이 공항도 마찬가지예요. 바다를 메워 만든 공항인데, 섬 하나 없는 깊은 바다에 돌을 쏟아 부어 만들었죠. 그런데 이렇게 엄청난 돈을 들인 공항이 매년 10센티미터 씩 가라앉고 있다고 합니다. 주인의식이 없었기 때문이죠.
 
◇거짓말을 밝혀내 진실을 캐내는 메카니즘 디자인
 
마지막으로 메카니즘 디자인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요. 메카니즘 디자인은 시장의 실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각종 경제 제도를 재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요. 두 자녀에게 공평하게 케이크를 나눠줄 때 부모가 직접 나눠주는 것보다는 아이들이 알아서 나누게 하면 더 효율적입니다. 크림 부분을 좋아하느냐 빵 부분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두 아이가 적절히 분배할 수 있는 거죠. 솔로몬왕이 엄마를 찾아줄 때는 아이를 똑같이 잘라 나눠주라고 해서 친엄마를 찾게 했잖아요.
 
세컨드 비드 옥션이라고 있는데요. 일반 경매의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해 쓰여요. 이동통신사의 주파수 경매 같은데서 쓰일 때 효율적인데요. 가장 높은 가격을 써 낸 기업에 낙찰하는 것이 아니라 두 번째로 높은 입찰 가격에 낙찰하는 방식이에요.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정확히 자신의 가치를 써 내는 것이 유리하게 되요. 높게 써내면 돈을 더 낼 수 있고, 낮게 써 내면 경매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에서 특히 메카니즘 디자인은 중요합니다. 경제주체들은 자신의 이해 관계에 따라서 상황을 과장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자신의 정확한 수익을 속이기도 하죠. 하지만 메카니즘 디자인을 잘 하면 거짓말을 밝혀내 진실을 캐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중요합니다.
 
 
김하늬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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