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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금융강좌)⑭페이팔을 통해 본 '핀테크'의 세계
김규수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결제연구팀 차장.. 금융과 IT의 융합: 핀테크
2015-01-28 08:55:25 2015-01-28 08:55:25
<오늘날 금융경제는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습니다. 경제기사를 읽어도 알아들을 수가 없고, 진짜 필요한 실물 경제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도 않아 '몰라서' 당하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이제 우리는 금융경제라는 복잡하고 낯선 영역을 어느정도는 이해해야 합니다. 여기에 20년 역사를 가진 한국은행 금요강좌가 있습니다. 통화정책, 경제전망, 금융안정 등 경제 및 금융 각 분야의 주제를 기본지식 뿐 아니라 관련정책까지 아우르는 깊이있는 교육인데요. 이 강좌는 400여석 강의 자리가 10분내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참석하기 어려운 여러분들을 위해 경제기자가 직접 수업을 듣고, 생생한 강의 현장을 전달해드립니다>
 
요즘 금융권 화두중 하나는 '핀테크'입니다. 많이들 들어보셨을 텐데요. 핀테크는 무엇일까요? 핀테크는 기존 인터넷과 결합돼 금융서비스 혁신을 가져오는 현상 정도로 정의하면 될 것 같은데요. 2000년대 후반부터 개인화된 인터넷 사용기기와 스마트폰이라는 강력한 무기가 발전하면서 핀테크에 대한 관심이 커졌습니다. 아마 여러분들은 핀테크 하면 페이팔이나 알리페이를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오늘은 김규수 한국은행 금융결제국 결제연구팀 차장(사진)과 '금융과 IT의 융합: 핀테크의 사례 또는 원류'라는 주제로 핀테크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금융과 IT의 융합 '핀테크'
 
핀테크(Fintech)는 금융(Financial/Finance)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IT기술을 활용한 혁신적인 금융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핀테크 기업은 지급결제, 송금, 대출, 개인 자산관리 등의 업무를 하고 있는데 IT기술을 활용해 금융서비스를 어느 정도까지 확대해 나갈지는 현재 진행형 인만큼 앞으로 더 많은 영역을 포괄할 수 있겠죠.
 
핀테크의 투자규모는 전 세계적으로 2013년 30억달러로 2000년 후반부터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요. 특히 핀테크 중에 지급결제와 관련된 투자부문은 2013년 기준 11억달러로 큰 규모로 성장했죠. 전체 핀테크의 37%를 차지하는 만큼 핀테크 하면 지급결제 서비스가 중심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업들이 지급결제 서비스에 집중하는 이유도 일단 이 부분이 가장 크고, 이 서비스가 금융서비스를 하기 위한 기본적인 수단이면서 여타 다른 금융서비스로 파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핀테크에 비금융기업이 진출하는 이유는?
 
◇세계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 전망(왼쪽)과 국내 B2C 전자상거래 추이(오른쪽)
 
그렇다면 핀테크가 등장하고, 기업들이 진출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먼저, 핀테크를 하기 위한 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겁니다. 기존에 실물거래만 하던 시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는 전자거래 시장이 늘었습니다. 또 앞으로도 계속 커질 수 있기 때문에 큰 수익처가 될 것으로 본 것이죠. 두 번째는 비현금지급수단을 사용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건데요. 전 세계적으로 2013년에 2700억원 정도가 비현금지급수단을 이용했어요. 국내의 경우 인터넷뱅킹 하루거래 건수는 600~700만건이고, 하루거래 금액도 35조원일 정도로 트렌드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겁니다. 세 번째는 인터넷 모바일 대중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만 해도 전국민의 80%가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죠. 전 세계적으로도 스마트폰 보급이 오는 2018년에는 17억대로 추산돼요. 이처럼 개인화된 모바일과 인터넷 접속환경이 등장하면서 개인 신원을 증명하기가 간편해졌고, 이와 연계해 금융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수월해지는 여건이 된 셈이죠.
 
처음에 핀테크 기업들은 지급결제서비스 제공 방식을 주로 이용한다고 말씀 드렸는데요. 지급결제서비스 부분은 과거에 은행들이 했죠. 하지만 전자거래와 인터넷뱅킹, 모바일뱅킹 영향으로 모든 자금이체가 전자적으로 이뤄지면서 비금융기업들이 이 업무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급결제는 고객과 접점을 갖기 위한 인프라 즉 ATM기기, 인터넷뱅킹, 프로그램 보안장치 등이 필요한데요. 개인들이 거래하면 금융기관이 정보를 취합해 청산하고, 개인간 결제하거나 기업이나 금융기관 간 자금을 주고받는 결제 절차를 거쳐 결과에 대해 고객에 명세서를 제공하는 사후작업까지 하게 되요. 과거에는 이런 전 영역을 은행이 모두 처리했다면 점점 각 영역에 대해 비금융기업이 IT기술을 활용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핀테크의 선두기업 '페이팔'
 
◇페이팔의 지급결제 서비스 제공구조
그렇다면 핀테크의 선두기업, 페이팔에 대해 자세히 알아볼까요. 페이팔은 1998년 설립된 지급결제 서비스 제공회사였는데 2002년에 미국 온라인 상거래 회사인 이베이가 인수해 최근에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큰 지급결제회사로 성장했습니다. 이용국가는 미국 등 전세계 203개 시장, 80개 국가에서 지역별 마케팅 웹사이트를 운영해 서비스하고 있는데 한국 원화로는 결제를 못한다고 하네요. 국가별로 영업인가 절차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페이팔은 이베이의 자회사인데요. 처음에는 이베이 내에서 전자상거래를 할 때 지급결제를 편리하게 하도록 도입했다가 현재는 외부 사이트에서도 중요한 결제수단으로 쓸 수 있도록 용도를 넓혔습니다.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은행 계좌나 신용카드를 이용해 페이팔 계좌에 예치하면 다른 상거래 대금을 지급하거나 이체해주는 서비스인거죠. 페이팔이 결제수단을 이베이 뿐 아니라 모든 상거래로 확대했는데 실제 이용자수(1년에 한 번 이상 거래 경험이 있는)가 2004년 2000만명에서 2014년 말 1억6000만명으로 늘었습니다.
 
◇페이팔 히어 리더기
결제금액도 2004년 189억달러에서 2013년 1800억달러로 매년 20% 이상 성장했어요. 페이팔은 이베이 전체 수입의 41%를 차지할 정도이고요, 이베이의 미국외 지역 수입비중이 52%나 된다고 합니다. 그럼 도대체 페이팔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 이렇게 성장했을까요?
 
처음에 말씀드렸듯이 지급결제대행을 주로 했어요. 온라인 상에서 물건을 살때 가맹점과 소비자를 연결해주는 시스템을 갖춰 수수료를 얻는 방식이죠. 그런데 최근에는 오프라인까지 확대합니다. 페이팔 히어라는 카드리더기를 통해 스마트폰을 신용카드 결제 단말기로 이용하는 모바일 포스 서비스를 제공한겁니다. 여기에 실물 직불카드도 만들어 2012년부터 페이팔 계좌에 예치해둔 자금을 한도 내에서 결제할 수 있도록 했어요. 이 부분은 페이팔이 독자적으로 할 수는 없고, 뱅크코프라는 시중은행과 제휴한 건데요. 뱅크코프는 인터넷전문은행입니다. 여기에 금융서비스로 영역을 확장했는데요. 금융기관과 제휴해 페이팔 고객에게 신용도를 심사해 단기 신용대출 중개까지 나섰습니다.
 
◇중국의 알리페이 '급성장'..한국은 '걸음마'
 
알리바바와 알리페이 사례도 잠깐 짚어볼까요. 알비바바와 알리페이는 이베이와 페이팔의 관계와 같은데요. 알리바바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운영하는 회사이고, 대금결제를 원활히 하기 위해 알리페이 결제시스템을 1999년에 만들어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알리페이 결제 서비스는 페이팔과 유사한데요 알리바바 분기별 거래가 900억달러, 이베이는 250억달러이고 실구매자수도 분기별로 알리바바가 이베이보다 더 큽니다.
 
◇뱅크월렛카카오의 결제 흐름도
 
한국의 사정은 어떨까요. 다음카카오가 뱅크월렛카카오를 서비스하고 있는데 이는 은행들이 만든 선불지급 수단이에요. 기본적인 구조는 은행 예금계좌에서 선불로 계좌이체 하는 시스템이고요, 카카오는 시스템을 이용해 카카오 회원정보를 연계시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카카오의 경우 페이팔 같은 지급결제 서비스가 아니라 은행이 주로 만든 시스템에 부가적으로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한 형태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핀테크 혁명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이 많죠. 일각에서는 우려를 표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핀테크의 향후 전망은 어떨까요. 일단 현재보다 더 빠르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면 살아남겠죠. 최근 추세를 보면 전자상거래시장은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IT기업에 대한 신뢰도와 선호도도 증가하고 있어요. 결국은 소비자 편의를 위한 금융서비스 혁신이 지속될 수 있을지에 따라 앞날이 달라질 것으로 보이네요.
 
 
김하늬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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