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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銀 금융강좌)⑦금융시스템의 안정도 중요한 책무
부상돈 한국은행 거시건전성분석국 차장..우리나라 금융시스템 안정성
2014-11-19 07:46:38 2014-11-19 07:46:38
<오늘날 금융경제는 우리 일상생활에 깊숙이 파고 들어와 있습니다. 경제기사를 읽어도 알아들을 수가 없고, 진짜 필요한 실물 경제는 학교에서 가르쳐주지도 않아 '몰라서' 당하면 너무 억울하지 않을까요. 이제 우리는 금융경제라는 복잡하고 낯선 영역을 어느정도는 이해해야 합니다. 여기에 20년 역사를 가진 한국은행 금요강좌가 있습니다. 통화정책, 경제전망, 금융안정 등 경제 및 금융 각 분야의 주제를 기본지식 뿐 아니라 관련정책까지 아우르는 깊이있는 교육인데요. 이 강좌는 400여석 강의 자리가 10분내에 마감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 참석하기 어려운 여러분들을 위해 경제기자가 직접 수업을 듣고, 생생한 강의 현장을 전달해드립니다>
 
우리나라의 금융안정 상황은 어떨까요? 한국은행이 최근 펴낸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은 거시건전성 여건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했지만 대체로 안정된 모습으로 평가됐는데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후 2011년 한국은행법이 개정되면서 한은의 정책목적이 추가가 됐습니다. 기존의 물가안정 뿐만 아니라 금융안정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인데요. 이를 위해 한은은 연 2회 금융안정보고서를 국회에 제출해야 합니다. 오늘은 부상돈 한은 거시건전성분석국 조기경보팀 과장(사진)과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 안정성'에 대해 자세히 알아봅니다.
 
◇"잠재해 있는 리스크 찾아내 선제적으로 대응하자"
 
'금융안정보고서'를 뜯어보기 전에 금융안정이라는 단어부터 짚고 넘어갈까요. 금융안정은 금융시스템의 안정과 같은 말입니다. 금융시스템 구성요소는 금융기관, 금융시장, 금융인프라 등이 있을텐데요. 은행이나 보험사 등 금융사의 경영건전성이 유지되고 자금 중개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을 때 안정됐다고 볼 수 있겠죠. 금융시장의 안정은 주식과 외환, 채권 등의 가격변동성이 적어야 하고, 가격수준이 기초 경제여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시장 참가자들의 신뢰가 있는 상태입니다. 마지막으로 금융인프라의 안정은 금융기관과 시장이 원활하게 작동될 수 있도록 규제나 제도가 잘 정비된 수준입니다.
 
그럼 거시건전성은 무엇일까요? 실물경제의 안정과 금융안정이 동시에 유지되는 상태를 말하는데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까지 경제상황은 매우 안정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금융시스템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내재돼 있던 리스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라는 충격과 부딪치면서 리스크가 표출돼 위기가 심화됐습니다. 표면적으로는 실물경제나 금융부분이 안정돼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배운 셈이죠. 그래서 세계 여러 나라와 한국도 잠재해 있는 리스크를 찾아내 위기가 발생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서두에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이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뚜렷한 개선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금융안정지도를 살펴볼까요.
 
이 지도는 기업, 가계, 은행, 비은행, 금융시장, 외환건전성 등 주요지표를 선정해 주요지표 변화를 점검한 표입니다. 최근 상황을 보면 금융시장 안정성만 개선됐습니다. 가계와 기업은 과거보다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데요. 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적이 부진하고, 가계는 부채부담 때문에 개선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전문가들이 뽑은 최근 국내 리스크로는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과 가계부채 문제, 중국 경기둔화 우려로 내다봤네요.
 
◇가계부채 단기적으로는 '증가'..인구구조 변화로 급증하지 않을 것
 
가계부채 문제를 짚어볼까요. 6월 기준으로 가계부채는 1060조원인데요. 가계부채 증가율은 상승했습니다. 가계부채 수준이 높고 소득증가율이 못 미치기 때문인데요. 최근 추세를 보면 은행 가계대출과 주택담보대출이 늘고 있습니다. 정부의 부동산구제 완화와 낮아진 금리, 수도권 주택시장 회복과 정책모기지론 영향으로 볼 수 있는데요. 정책모기지론은 정부가 장기·고정금리에 분할상환 대출로 유도하도록 정책을 내면서 은행이 정부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대출을 늘린 측면입니다.
 
 
가계대출은 단기적으로는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데요. 우리나라 인구구조 변화 때문입니다. 생산 가능 인구가 통계청 추정에 의하면 2017년에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여 지는데 일본의 경우 정점을 찍고 주택가격이 계속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주택 가격이 크게 상승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는 이유죠.
 
다만 리스크는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면서 본인의 담보나 소득에 비해 빚을 낼 수 있는 양이 늘었습니다. 규제완화 영향으로 비은행에서 대출 받던 고객이 은행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커진거죠. 문제는 비은행에 상대적으로 비우량 차주들만 남게 될텐데 비은행의 경영건전성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입니다. 또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 세대가 은퇴하면서 자영업에 많이 진출하고 있는데 50~60대의 부채가 늘어난만큼 소득이 과연 뒷받침 될 수 있을지가 걱정입니다. 최근 경기회복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큰 것이죠.
 
◇기업, 성장성·수익성 부진 심화..부실우려 지속될 전망
 
기업은 성장성과 수익성 부진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기업이 어려운 만큼 부채를 감축하고, 금리인하 효과로 이자부담이 줄어들면서 재무구조의 안정성은 개선됐고요.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의 매출액을 보이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습니다. 특히 조선업종이 크게 부진했는데요. 올해 약 8% 매출익이 감소했어요. 조선·해운·전자 등 자본집약적이고 대규모 장치산업종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은행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고, 자산건전성도 일부 개선됐네요. 일회성 이익 증대로 수익성이 호전됐는데 손실흡수력은 약화됐어요. 비은행은 낮은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는데요. 특히 증권회사 수익성이 크게 나빠졌습니다. 증권회사의 성장세 둔화와 경쟁심화 탓인데요. 증권회사는 당기순이익이 감소하고 있고, 증권거래 수수료 같은 위탁매매 부문 이익이 크게 줄었습니다. 주식거래 규모가 감소하고 있고, 모바일 거래가 늘어나면서 매매 수수료율도 낮아졌습니다. 여기에 증권회사가 너무 많아 경쟁이 심한 것도 한 몫 하고 있습니다.
 
금융시장은 금리·주가·환율 변동성이 전년에 비해 축소되면서 변동성 없이 안정적인 움직임을 보였네요. 다만 기업 실적이 안 좋아지면서 신용도가 떨어지자 회사채와 국채의 금리차가 벌어지며 회사채시장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업부실이 많이 발생했고, 웅진그룹·STX·동양 등 연이어 사태가 발생하면서 회사채 시장에서도 비우량 기업에 대한 신요 경계감이 많이 나타났네요. 앞으로도 취약업종과 비우량기업 부실우려는 지속될 전망입니다.
 
마지막으로 외환건전성은 어떨까요? 대외지급능력은 양호한 수준으로 순대외채권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네요. 자금조달 여건도 양호한데요. 외국인 증권투자자금이 순유입 됐어요. 하지만 최근 미국 양적완화 종료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고, 일본은 양적완화를 확대하면서 엔화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엇갈린 선진국의 통화정책에 최근 외국인 주식자금이 빠져나가고 있어 예의주시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글로벌달러 강세 이유로 미국의 고용과 제조업지수 등 경제지표가 개선된 점, 원자재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점도 미 달러화에 대한 수요를 더 높이게 하는 이유입니다. 
 
 김하늬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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