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원전·양수·수상태양광 '매치'…에너지 전환 '이정표'
에너지 믹스 현장 '삼중주'
반도체 공장 돌릴 '기저원전' 신하울
임하댐 '교차 발전', 에너지 송전망 '톡톡'
전력 ‘응급실’ 양수발전 '버팀목'
"송전망 한계 등 '난제' 남아"
2026-05-18 18:14:30 2026-05-18 18:14:30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인공지능(AI) 광풍과 첨단 반도체 산업의 폭발적 팽창으로 전 세계가 전력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는 2026년. 지난 14일부터 <뉴스토마토>가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략을 최전방에서 뒷받침하는 신한울 원전과 안동 임하댐 수상태양광, 예천양수발전소 현장을 찾을 때는 탄소중립 흐름 속 전력 안정성과 지역 상생이 어떻게 맞물려 돌아가는지 엿볼 수 있었습니다.
 
더 이상 소모적인 ‘탈원전’ 논쟁 대신 원전을 안정적 기저부하로 활용하되, 신재생에너지와 계통보완 설비를 확충한 투트랙(Two-Track) 에너지 전략은 한국형 ‘에너지 믹스(Energy Mix)’의 가능성을 증명하는 이정표로 지목됩니다.
 
첨단 산업 지탱할 주춧돌 '신한울'
 
국산화를 이룬 한울원자력본부의 신한울 원전은 1400메가와트(MW)급 ‘APR1400’ 노형으로 1·2호기가 일 년 동안 서울시 전체 주거용 전력의 약 40%를 감당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22년 11월7일 경북 울진군 한울원자력본부 신한울 1호기 내부에 전시된 신한울 원자력발전소 모형이 놓여있다. (사진=원자력안전위원회)
 
축구장 197개 규모 부지로 오는 2032~2033년 준공 목표인 3·4호기까지 풀가동하면 첨단 반도체 공장 4~6개를 동시에 돌릴 수 있는 공급 규모가 가능해집니다. 원전의 두뇌격인 주제어실(MCR)은 완전 디지털화된 최첨단 시스템으로 24시간 철통 감시를 이어갑니다.
 
발전 단가가 저렴하고 안정적인 원전은 현 한수원 설비 비중의 20.1%에 불과하나 실제 발전량 비중이 32%에 육박한 만큼, K-전력과 새로운 에너지 믹스의 단단한 밑바탕(기저 부하) 역할을 자처하고 있습니다.
 
신한울 원전이 단단하게 기초 전력을 다진다면, 날씨에 따라 발전량 차이를 보이는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은 예천 양수발전이 완충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734m 길이의 지하 진입 터널을 차량으로 통과하자, 지표면 기준 지하 95m 아래에 숨겨진 거대한 예천양수발전소가 드러납니다. 
 
 
지난 15일 경북 예천군에 위치한 예천 양수발전 현장에서 예천양수발전소 관계자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전력망의 ‘응급실’ 예천양수
 
아파트 13층 높이 4개동 규모의 웅장한 공동 내부에서는 초당 최대 103톤 의 유량이 낙차 484m를 타고 쏟아져 내리며 거대한 수차를 돌립니다. 예천양수는 호기당 400MW 등 총 800MW 설비용량을 갖춘 곳입니다.
 
국내 전체 양수 발전 설비(4700MW)의 약 12%를 차지하는 핵심 기지로 통합니다. 양수발전은 전기가 남을 때 그 전기로 아랫물을 위로 끌어올려 저장, 전기가 필요할 때 물을 떨어뜨려 다시 전기를 만드는 구조입니다.
 
박병조 예천양수발전소소장은 “과거 발전소 건설은 반대에 부딪히기 일쑤였지만 예천은 낙후된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지역 주민 1만6000여명이 직접 유치 서명, 동참해 만들어진 상생의 상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기동에 수십 시간이 걸리는 원전이나 화력과 달리 양수발전은 단 5분 만에 최대 출력에 도달하는 이점이 있습니다. 현장 관계자는 “병원으로 치면 응급실”이라며 “부하가 급변하는 전력망의 균형을 잡고 광역 정전(블랙아웃) 발생 시 전력망을 최초로 살리는 코일 자석 전기를 제공하는 역할이 본질”이라고 말했습니다.
 
과거 ‘심야에 양수하고 낮에 발전한다’는 공식도 깨졌습니다. 요즘은 낮 시간대 태양광 폭증으로 전력 가격이 전례 없이 떨어지는 오전 7~8시에 물을 끌어올리는(양수) 패턴으로 바뀐 겁니다.
 
 
지난 15일 안동시 임하댐 수면에 조성된 임하댐 수상태양광 발전소 주변에 설비용량이 표기돼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주민 상생 모델의 '임하 수상태양광'
 
안동시 임하댐 수면에 조성된 임하 수상태양광은 정부가 추진하는 ‘지역 분산형 에너지 생태계’와 ‘이익 공유 모델’이 어떻게 결합하는지 보여주는 결정체로 통합니다. 정부가 지정한 ‘국내 최초의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집적화단지 1호’이기 때문입니다.
 
총사업비 732억원이 투입된 이 시설은 축구장 약 74개 크기에 달하는 52.1만㎡(약 15.8만 평) 수면에 총 8만7480개의 고효율 모듈(기당 540Wp)을 16개 블록으로 배치해 47.2MW의 설비용량을 구축했습니다. 여기서 생산하는 연간 61,670MWh의 청정 전력은 약 2만 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규모로 현 보수적 설계 기준보다 더 많은 실제 발전량을 기록 중입니다. 
 
밤이 되면 임동면 구간의 10개 블록 패널이 무궁화 및 태극기 모양의 LED 경관 조명으로 변해 지역의 관광 자원으로도 활용합니다. 이 사업은 총사업비 중 7%(50억원)를 지역 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 법인(33개 단체 유한회사)의 대출 투자 형태로 조달했으며 주민들에게 연 10%의 고정 수익을 20년간 보장하는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지자체 주도 주민참여형 태양광사업은 집적화단지 지정에 따라 0.1~0.2 REC의 추가 가중치 수익(56억원)과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금(16억원), 특별지원금(10억원) 등 총 222억원에 달하는 자금이 20년간 지역사회로 환원됩니다. 인구 감소로 고심하는 지방권의 지자체에 발전소가 지속 가능한 ‘주민 소득 창구’임을 입증한 셈입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7일 서울 서초구 한강홍수통제소에서 햇빛소득마을 토론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분배·송전망 포화 등 '과제' 풀어야"
 
하지만 미래 에너지 믹스의 완성을 위한 숨은 난제도 남습니다. 결국 ‘주민 소득 창구’는 재생에너지 영토 확장의 핵심 치트인 햇빛소득마을과도 연계됩니다. 햇빛소득마을이 첫발을 내딛고 있지만 분배 방식을 둘러싼 진통과 제도적 사각지대에 대한 우려가 깊기 때문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수익 배분은 협동조합의 자율이 기본 원칙이지만, 특정인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쳤는지 평가가 있다. 햇빛소득추진단 측이 들어다볼 것”이라며 “공모사업 추진 방향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생산된 전기를 흐르게 할 ‘송전망(계통 인프라)’의 적기 건설도 에너지 믹스의 성패 요인으로 꼽힙니다. 현행 경북, 호남 등 주요 발전 기지들은 전력 공급 과잉과 송전로 포화로 인해 신규 발전 허가가 가로막히는 ‘계통 관리 구역’으로 묶여 있는 상태입니다.
 
임하 수상태양광이 기존 수력 송전망을 쪼개 쓰는 ‘교차 발전’으로 제약적 벽을 넘은 것은 고무적이나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입니다.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분산 에너지 정책과 햇빛소득마을도 물리적 전력망 확충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구조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게 공통된 견해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수익 배분은 협동조합의 자율이 기본 원칙이지만 특정인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도록 민주적이고 투명한 절차를 거쳤는지 평가가 있다. 햇빛소득추진단 측이 들어다볼 것”이라며 “공모사업 추진 방향과 대응 방안은 계속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북=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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