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정책선임기자] 박목월 시인의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는 단순히 길 위의 방랑자를 묘사한 시 구절이 아닙니다. 일제강점기 말기라는 암울한 시대를 살아내며 상실의 고통을 담담히 견뎌야 했던 민족적 정서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격동의 역사를 살아낸 한국인에게 이 시구는 단순한 서정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와도 가까울 것입니다. 외부의 억압과 현실의 고단함 속에서도 스스로의 중심을 잃지 않으려 했던 ‘내면의 평화’, 그리고 어떤 상황에서도 제 길을 가려 했던 ‘정신적 자유’의 미학이 배어 있죠.
선비적 기개와 서민적 애환이 교차하는 한국적 정서가 바로 이 짧은 문장 안에 응축돼 있습니다.
달은 움직이지만 서두르지 않죠. 구름은 스치되 머물지 않듯이. 그 사이를 지나가는 나그네의 길은 잠시 보이지 않지만 결국 계절이 바뀌고 달빛은 다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세상살이를 논할 때 인생도, 시대도 그렇지 않을까요.
지난 4월14일 서울 종로구 창덕궁에서 '2026 창덕궁 달빛기행' 사전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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