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어가는 시골 보건소의 '비명'
신규 의과 공보의, 10년 새 10분의 1 토막
2026년 ‘98명’ 사상 첫 두 자릿수
월급 높고 짧은 현역복무 작용
“지방 의료 회생 불능 수준”
“공보의 제도, 패러다임 전환 시급”
2026-05-08 16:46:52 2026-05-08 16:46:52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지방의 의료 공백을 메워오던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제도가 창설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군 복무 기간의 형평성 문제와 열악한 처우가 맞물리면서 예비 의사들이 공보의 대신 현역 입대를 선택하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시골 슈바이처’라 불리던 청년 의사들이 사라진 농어촌 의료 체계는 사실상 회생 불능의 문턱에 놓인 셈입니다.
 
8일 보건복지부 등 관련 통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편입한 의과 공보의 숫자는 98명에 불과합니다. 이는 10여 년 전인 2015년(1018명)과 비교해 열 명이 하던 일을 혼자서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겁니다.
 
더 큰 문제는 이 같은 ‘인력 가뭄’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국회입법조사처의 분석을 보면, 의정 갈등에 따른 현역병 입대 선호와 졸업 유예 등이 겹치면서 오는 2031년까지 신규 편입 인원은 매년 100명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8일 보건복지부 등 관련 통계에 따르면 올해 신규 편입한 의과 공보의 숫자는 98명에 불과하다. (출처=보건복지부)
 
향후 지방 의료의 ‘수급 마비’가 예견되고 있는 셈입니다. 예컨대 산간 지역이 많아 보건지소 의존도가 매우 높은 경북 지역은 의사 1명이 3곳의 지역을 담당하고 강원 지역도 응급실 운영 중단 사례까지 발생한 바 있습니다. 충남 지역은 의사 없는 보건지소를 공식화하는 등 ‘진료 불가 안내문’을 게시한 곳이 적지 않은 실정입니다.
 
섬이 가장 많고 의료 취약지가 밀집된 전남은 보건지소 40% 이상 의사가 없는 지역으로 꼽힙니다. 때문에 해양수산부가 섬·어촌 어업인 등 공중보건의가 없는 전국 220개 유인도서에 원격의료 서비스인 ‘어복버스 사업’을 확대하는 것도 이 같은 맥락이나 한계가 따릅니다.
 
급감 배경의 가장 큰 원인은 복무 기간의 격차입니다. 현행 육군 기준 일반 병사의 복무 기간은 18개월까지 단축됐습니다. 이에 반해 공보의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36개월(3년)을 복무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훈련 기간까지 포함하면 실제 사회와 격리되는 기간은 2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또 병사 봉급이 월 200만원 수준으로 인상되면서 경제적 메리트마저 사라진 요인도 한몫합니다. 열악한 진료 환경도 꼽힙니다. 공보의를 위한 직무 교육은 배치 전 단기 교육에 그치고 있어 응급 상황 대응이나 지역 특화 질병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여기에 수십 년 된 낙후된 보건지소 건물과 낡은 의료 장비는 장애물로 지목됩니다.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사들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진옥 입법조사관은 “복무기간 단축을 위한 부처 간 협의와 금전적 인센티브 마련 외에도 보건(지)소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사의 근무과정을 수련체계로 전환하고 공중보건의사 인력 자체를 지역의료 전문가로 양성시키는 것이 제안되고 있다”며 “취약지에서 근무할 경우 향후 수련 병원 배정 시 가산점을 부여하고 임상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진료환경을 조성하는 등 공중보건의사로서 근무경험이 의사 개인에게 커리어패스로서 매력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습니다.
 
이어 “제도는 단기적으로 무의촌 해소를 위한 배치 전략과 함께 ‘지역은 어떤 의사를 필요로 하는가’에 대한 장기적인 고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의료취약지의 인력 확보를 위해 공중보건의사 외에도 다양한 의료인력이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해법 또한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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