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반도체 전쟁)②관·산·학 반도체 역량 결집…중 2030년 ‘한국 추월’
중 반도체 굴기…정부·기업·대학 ‘삼각 동맹’
빅펀드, 정책 지원…자국 기업 활성화 총력
인재 양성·해외 유치…글로벌기업 출신 대거
중 반도체, 한국 추격…“한국도 국산화 필요”
2026-05-11 16:12:01 2026-05-11 16:21:11
[뉴스토마토 안정훈·이명신 기자] “우리는 기초 연구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지속적인 헌신으로 이를 발전시키며 끊임없는 성과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
 
지난달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상하이에서 열린 좌담회에서 이같이 밝히며 기초연구와 원천기술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미국의 규제가 ‘목을 조르는’ 상황에서, 중국은 관·산·학이 삼각 편대를 이뤄 반도체 굴기를 이뤄내고 있습니다. 중앙·지방정부의 정책과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학계의 꾸준한 인재 양성이 유기적으로 연동된 까닭입니다. 중국의 급격한 성장은 한국 반도체 산업 전반에 위협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달 30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기초연구 강화 관련 좌담회에서 중요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국산 장비 도입 의무…자급률 상승
 
중국은 2014년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핵심 분야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국가 집적회로 산업 발전 추진요강’을 발표하고 이른바 ‘빅펀드’를 조성했습니다. 그해 1387억위안 규모의 1기 펀드를 시작으로, 2019년에는 2041억위안 규모의 2기 펀드를 마련했습니다. 2024년에는 1·2기 합산 규모를 뛰어넘는 3440억위안 규모의 3기 펀드를 조성했습니다. 5년 주기로 진행된 반도체 기업 지원 투자에 중국 정부와 국책은행 등이 총동원됐습니다.
 
지방정부들도 적극적인 우대 정책을 펼쳤습니다. 중국 6대 반도체 클러스터 중 하나인 우한시는 입주 기업에 최대 50억위안(투자액의 15%) 보조금을 지원하고, 전기요금 30%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졸업생에게 월 3000위안을 지급하는 등 인재 유치 보조금도 지원했습니다. 중국산 설비를 활용해 160단 3D 낸드를 개발한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2024년 기준 중국 낸드 시장 점유율 10%를 돌파한 배경입니다.
 
국산 장비 도입 의무화도 산업 성장의 거름이 됐습니다. 중국은 자국 기업이 반도체 팹을 설립할 때 자국산 장비를 50% 이상 도입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자급률을 오는 2030년까지 80%로 현재의 내 2배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기업들의 목표에 따라, 정부도 내부 공급망 확대를 정책적으로 유도한 것입니다.
 
엔지니어들도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중국 대표 장비업체 사이캐리어의 경우 선전시 지방정부 투자로 설립됐지만, 핵심 인력은 화웨이 출신 기술진이 주축입니다. 정부가 투자하고 기업이 인프라를 제공해 장비업체를 육성한 것으로, 사이캐리어는 다시 CXMT 등 중국 주요 반도체 업체들에 장비를 공급했습니다.
 
인재 모으는 정부, 반도체 끄는 인재
 
인력 양성 지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난 2월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의 ‘중국 반도체 산업의 혁신과 글로벌 경쟁력’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지난 2020년 산학융합형 반도체 기업에 대해 해당 연도 교육 추가 부담금 및 지방 교육 추가 부담금의 30%를 공제하는 등 산학융합형 반도체 기업 육성책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2년 2월 베이징시와 칭화대학교, 베이징대학교 등이 ‘첨단 집적회로(IC) 혁신센터 개소식’에서 기념 현판을 공개했다. (사진=칭화대학교)
 
학계도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중국은 2020년 반도체 인력 육성을 위해 관련 학과를 최상위인 ‘1급 학과’로 승격하며 지원을 확대했습니다. 칭화대, 베이징대 등 14개 대학에 반도체 대학원을 신설하고, 중신궈지(SMIC) 등 자국 기업들과 산학 협력을 추진 중입니다. 특히 베이징은 중국과학원 마이크로전자연구소 등이 모여 있는 이좡 지역에 ‘첨단 직접회로(IC) 혁신센터’를 설립하고 산업 R&D 인프라를 활용해 연구와 생산을 공간적으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기업 기술 전문가와 대학 교수진이 산업 멘토로 참여해 산업 현장과 연계한 실무 중심 교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창업 지원 등 연구 성과의 사업화도 장려하고 있습니다. 권석준 성균관대학교 화학공학부 교수는 “중국 정부가 인사평가나 승진에서 교수들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했다”며 “실제로 창업하고 성공하는 케이스가 누적되니 좋은 기술이 나오고, 이들이 또 합병 등의 방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계속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해외 인재 유치에도 적극적입니다. 연구비와 주택 구입비 등 각종 재정 지원을 내세워 글로벌 인재를 흡수하는 전략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중국 AI 칩 제조사 메타엑스는 회장인 천웨이량을 포함해 상당수 인력이 AMD 출신으로 알려졌으며, 2018년 설립된 엔플레임 테크놀로지 역시 AMD 출신 인력들이 주축입니다. 무어스레드를 창업한 장젠중 또한 엔비디아 중국 사업 총괄 출신입니다.
  
지난 3월 삼성전자가 미국 새너제이에서 열린 엔비디아 GTC 2026에 참석해 HBM4E를 전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삼성·하닉뿐’ 한국…“정부가 도와야”
 
중국의 관산학 협업은 강력한 시너지를 내고 있습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메모리 분야에서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외 분야에선 중국에 추격당하거나 추월당할 처지에 놓였습니다. 지난해 7월 한국무역협회(KIT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은 2%로, 미국(72%)은 물론 대만(8%), 일본(5%), 중국(3%)보다도 낮았습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한·미·일·중 경쟁력 현황 및 전망 조사’를 통해 오는 2030년 반도체를 포함한 국내 10대 수출 주력 업종이 모두 중국에 추월당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해당 조사는 10대 업종 매출 상위 1000대 기업 가운데 200개사의 응답을 바탕으로 진행됐으며, 업계 전반의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해석됩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만큼, 생존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권 교수는 “중국 정부가 (기업) 지원을 해도,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위상)에 유의미한 변화를 주지 못한다”면서도 “반면, 두 회사에 납품하는 소부장 업체나 그 외 반도체 생태계는 여전히 스스로 자립하기에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중국 사례처럼 K반도체 자급률을 높이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주요 기업들이 호조일 때 국산 장비 쓰도록 해야 한다. 국내 기업에 기회를 주고 지원하도록 압박해야 한다”며 “중국이 제재를 받은 것처럼 한국이 제재를 받으면 어떻게 되겠나. 호황일 때 국산화를 해둬야 한다. 중국이 자국산을 쓰도록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습니다.
 
*K반도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중국처럼 반도체 생태계를 빠르게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집니다. 3부에서는 최기영 반도체공학회장과 함께 K반도체의 현황과 생존 전략을 모색합니다.
 
안정훈·이명신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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