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열매컴퍼니, '1호 조각투자' 상장 멀어지나…STO 지연에 발목
'투자계약증권'으로 규정되면서 성장 동력 '약화'
금융업 수익으로 실적 방어…미술품 수요 감소 우려
2026-05-12 06:00:00 2026-05-12 06:00:00
이 기사는 2026년 05월 8일 11:01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홍준표 기자] 국내 최초 미술품 조각투자 기업으로 주목받으며 코스닥 입성을 예고한 열매컴퍼니의 상장이 늦춰지고 있다. 미술품 시장 침체와 토큰증권(STO)과 관련한 제도화가 늦어지면서다. 이에 따라 당초 거론됐던 2026년 상반기 증시 입성 목표는 사실상 재검토가 불가피한 분위기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열매컴퍼니는 대신증권(003540)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한 이후 예비 실사를 이어가고 있다. 2022년 주관사 선정 이후 약 4년간 상장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셈이다.
 
 
열매컴퍼니 홈페이지 캡처 화면
 
제도권 편입에 발 묶인 조각투자…STO 법제화도 시차 부담
 
열매컴퍼니는 2022년 주관사 선정 당시까지만 해도 '국내 1호' 미술품 조각투자 기업으로 주목을 받으며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소프트뱅크벤처스(현 SBVA) 등으로부터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000억원을 돌파했고, 미술품 경매 시장은 유동성에 힘입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2022년 4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뮤직카우의 저작권료 참여청구권을 '투자계약증권'으로 규정하면서 성장 동력이 약화했다. 그전까지 조각투자는 '공동구매' 형식을 빌린 IT 서비스로 인식됐으나, 자본시장법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금융상품이 된 것이다.
 
저작권료을 받을 권리를 쪼개서 판매하는 것이 뮤직카우였다면, 열매컴퍼니는 미술품 매각 시 발생하는 매각 차익을 받을 권리를 쪼개서 판매했다. 과거엔 클릭 몇 번으로 가능했던 '조각 판매'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금융감독원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고, IT 스타트업이었던 조각투자사들은 제도권 금융사 수준의 내부통제와 공시 시스템을 갖춰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결과를 받는 과정에서 수개월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이고, 그만큼 비용도 감수해야 했다.
 
조각투자는 투자계약증권으로 관리되고, STO로 거래된다. STO는 블록체인을 활용해 발행된 디지털 형태의 자본시장법상 증권이다. 부동산, 미술품, 음원 저작권 등 기존에는 거래하기 어려웠던 고가의 자산을 소액으로 쪼개어 발행할 수 있어 일반 투자자의 접근성이 높아진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투자계약증권으로 규정되면서 이 같은 장점이 사실상 사라졌다.
 
이에 관련 업계에선 올해 초 토큰증권 도입을 위한 자본시장법·전자증권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조각투자 사업도 활력을 찾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주요국들과 비교해 시점이 늦었다는 것이다.
 
한 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해외 주요국들은 2020년을 전후해 이미 디지털 자산 전용 유통 플랫폼 제도화를 마친 상황"이라며 "조각투자 기업들을 대상으로 까다로운 상장 절차를 대폭 간소화해주는 제도나 발행사가 유통까지 겸하는 것을 허용해주면서 일찍이 마스터웍스 같은 기업들은 2021년 시리즈A 펀딩 당시 10억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열매아트대부가 손실 방어…투자계약증권 수요 '냉랭'
 
이처럼 본업의 제도 안착이 늦어지면서 열매컴퍼니는 조각투자 외에도 다양한 사업을 통해 실적 개선에 힘써왔다. 미술품 담보대출을 담당하는 열매아트대부가 금융업 수익을 통해 실적을 방어하면서 외형 성장과 손실 축소를 이끄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열매컴퍼니의 2025년 연결 매출액은 119억원으로 전년 55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영업손실도 2024년 19억원대에서 2025년 1억원대로 줄었고, 순손실도 13억9000만원에서 6000만원 수준으로 축소됐다.
 
그러나 세부적으로 보면 이익 방어 대부분은 본업인 미술품 조각투자보다는 금융업 자회사에 기대고 있다. 금융업수익은 9억5000만원으로 전년 3억7000만원에서 크게 늘었고, 종속기업별로도 열매아트대부는 2025년 매출 9억5000만원, 순이익 4억80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연결 기준 순손익은 여전히 적자다. 미술품 담보대출을 담당하는 열매아트대부가 이익을 내면서 연결 손실을 방어한 셈이다.
 
현금흐름 부담도 남아 있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흐름은 2024년 -32억원에 이어 2025년에도 -36억원으로 여전히 마이너스 구조다. 2025년 말 현금및현금성자산은 17억9000만원으로 전년 말 45억5000만원에서 줄었고, 단기차입금도 57억원에서 65억원으로 늘었다.
 
 
이 외에도 미술품 자체에 대한 열기가 식은 것도 열매컴퍼니 입장에선 상장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열매컴퍼니는 미술품 투자계약증권 발행을 이어가며 상장을 위한 트랙레코드 축적에 힘써왔지만, 청약률이 저조한 상황이다.
 
지난해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을 기초자산으로 한 7.4억원 규모의 청약에서 일반투자자 청약률이 50%에 그치며 대규모 미달이 발생한 데 이어 올해는 쿠사마 야요이와 아야코 록카쿠 작품을 기초자산으로 한 6호 투자계약증권도 수요가 부진하면서 실권 물량을 떠안았다.
 
열매컴퍼니가 지난 2월 제출한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따르면 6-1호와 6-2호를 합친 전체 발행액 11억7000만원 가운데 일반투자자 최종 배정액은 3억8720만원으로 33.1%에 그쳤고, 나머지 7억8280만원은 공동사업 운영자 몫으로 돌아갔다.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에 대한 일반투자자 수요가 아직 충분히 회복되지 않은 셈이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IB토마토>에 "당초 올해 상반기에 상장 도전할 계획이었던 열매컴퍼니의 일정은 연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열매컴퍼니는 국내 미술품 조각투자 시장을 연 상징성은 있지만, 현재 IPO 시장에서는 상징성보다 실적과 현금흐름을 더 엄격하게 따지고 있어 미술품 시장 회복과 플랫폼 수익화가 확인되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의 회수 기간도 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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