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덮친 '전쟁발 고유가', K-농업 '시름'
송미령 "농자재 수급 자체는 안정 관리"
실제 부족보다 가격 우려 '선제 확보'
비료 물량 8월까지 있어…유가보조금 숨통 수준
단, 해협 봉쇄 장기화엔 한계 있어
"무기질 비료 사용 개선…에너지 전환 방점"
2026-04-27 17:18:24 2026-04-27 18:09:48
[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본격적인 영농철을 맞았지만 농가의 낯빛은 밝지 않습니다. 중동발로 농기계 연료인 면세유 가격이 단기간 급등하면서 농가 생산비가 빠르게 불어난 데다, 비료·사료 등 주요 농자재 비용까지 '3중 부담'이 현실화되는 양상입니다. 정부도 추가경정예산과 유류비 지원 확대 등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올해 상반기 내 호르무즈 개방이 어렵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어 단기 대응과는 별도로 K-농업에 대한 중장기 구조 개선이 불가피해지고 있습니다.
 
지난 1일 수도권 한 주유소에 주유기가 걸려 있다. (사진=뉴시스)
 
농자재 수급 '안정적'…한계 있어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중동발 공급망 불안과 관련해 농자재 수급 자체는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현장 점검 결과 비닐·비료 등 일부 품목에서 제기된 수급 불안은 실제 부족보다 가격 상승 우려에 따른 선제 확보 성격이 강하다는 판단입니다. 
 
비료 수급과 관련해서는 "7월 말까지 확보됐던 물량이 최근에는 8월 말까지로 확대됐다. 공급망 확대를 통한 물량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다"면서도 공급보다 가격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중동 상황이 워낙 변화무쌍해 비축 물량 등으로 버틸 수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될 경우 단기 대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습니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에 대응한 추경 지원 등을 추진 중이나 구조적 개선도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예컨대 토양검사 기반 '적정 시비' 확산과 축분 활용 등으로 무기질 비료 사용을 줄이는 구조 개선이 꼽힙니다. 무조건 비료를 많이 주는 관행에서 벗어나 흙의 영양 상태를 과학적으로 체크, 비룟값을 아끼고 땅도 살리는 효율적인 농법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올해 무기질 비료 수요량은 39만톤으로 지난해(35만톤)보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유가연동보조금 등 단기적인 지원뿐만 아니라 우리 농업의 에너지를 고효율 구조로 바꾸는 등 중장기적인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습니다.
 
현 고유가 상황이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어 K-농업 전반을 위협하는 구조적 위기로 변질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 농기계 가동이 집중되는 4~5월 면세유 가격 상승은 직격탄이 되고 있습니다. 4월 말 기준 농업용 면세 경유 가격은 리터당 1497.87원을 기록하며 1500원 선에 육박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추경예산에 반영된 농기계 3종 면세경유 유가연동보조금과 시설농가 난방용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지원 신청·접수(4월20일~10월31일)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36% 급등한 수치로 트랙터 등을 가동해야 하는 농가에 생산비 부담이 됩니다. 중동전쟁발로 면세유 가격이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사이 30% 넘게 급등했기 때문입니다.
 
농식품부 추경에 반영한 농기계 3종 면세경유 유가연동보조금과 시설농가 난방용 면세유 유가연동보조금 지원에 대해 지난 20일부터 신청·접수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숨통'을 틔우기 위한 유가연동보조금 긴급 수혈은 623억원 규모입니다.
 
하지만 부담 완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3~4월분은 내달 지급하는 데다, 기준가격 대비 인상액도 70% 지원 수준에 머물러있습니다. 특히 경유는 리터당 최대 138.4원, 등유는 143.9원까지 보조하는 등 유종별로 지원단가 한도를 두고 있습니다.
 
현 면세 경유 가격이 1500원에 육박하는 상황에서 기준가격인 1070원을 뺀 인상분은 약 430원입니다. 보조금 산출로 보면, 인상분의 70%는 약 301원이나 실제 지급하는 금액은 한도액인 138.4원에 그치는 겁니다.
 
보조금을 받더라도 농민은 리터당 약 1360원대를 자부담해야 합니다. 이는 전쟁 전 평시 가격(1000원~1100원대)보다 높은 수준으로 생산비 증가분 전체를 상쇄하긴 역부족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농림축산식품부)
 
투트랙 '농업·농촌 에너지 대전환'
 
송미령 장관이 투트랙 전략을 강조한 것도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예산 투입만으로 폭등하는 유가를 감당할 수 없는 만큼, 농업 에너지를 석유 의존형에서 고효율·저탄소 구조로 바꾸는 근본적인 체질 개선에 방점을 두고 있는 겁니다.
 
석유·가스 산업을 위한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는 '에너지 서비스 기업' 베이커 휴즈(Baker Hughes)의 분석을 보면, 중동전쟁 관련 불확실성이 상당하며 호르무즈 해협의 완전 개방은 상반기 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도 호르무즈 관련 지정학적 위험이 상수가 되는 만큼, 석유·가스 가격이 높은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는 견해도 제기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즉, 기름값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일시적 사건이 아닌 앞으로 높게 유지된다는 점을 기본 전제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게 안팎의 시각입니다.
 
송미령 장관은 "최근 중동전쟁을 계기로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전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대되며 농업·농촌의 역할과 잠재력이 주목받고 있다"며 "농업·농촌은 농지, 저수지를 비롯한 농업 기반 자원과 함께 가축분뇨, 영농부산물 등 재생에너지 전환을 위한 부존자원이 풍부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제 단순한 입지·자원 제공을 넘어 식량안보·농촌소득 등 농업·농촌의 고유한 기능과 가치를 살리는 방향으로 에너지 전환을 주도할 계획이다. 농업농촌 에너지 대전환 태스크포스(TF)를 이번 주 내 구성, 운영할 계획"이라며 국가 재생에너지 정책에 부합하는 농업·농촌 에너지 전환 전략을 담은 '2035 농업·농촌 에너지 대전환 로드맵'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농촌 에너지 자립반, 농업 에너지 전환반, 대규모 농업기반 활용반 전문 분과로 나눠 운영하는 이 TF는 재생에너지 전환 로드맵과 제도 개선 과제를 도출할 예정입니다. 농업·농촌이 풍부한 바이오 자원을 활용한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고 농가 기본소득을 창출하는 재원으로서의 역할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농철 농자재 수급 불안에 대해서는 기존 상담 창구를 '농자재 수급 관련 현장 애로 해소 지원센터'로 확대, 개편하는 등 보다 즉각적인 대응 체계가 가동됩니다. 
 
농업용 필름에 대해서는 농협경제지주 및 지역농협에 농업용 필름을 공급하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원자재 확보 현황 및 상반기 중 공급 여건을 조사합니다.
 
김정욱 농식품부 농산업혁신정책실장은 "통상적으로 9~12월 사용이 집중(전체의 약 70%)되는 하우스용 필름의 경우 선구매 등 가수요가 최대한 억제될 수 있도록 농업인단체 등에 협조를 당부하되, 수리용 등 그 이전에 필요한 물량이 제대로 공급될 수 있도록 원료(PE) 배정 등에 대해서도 관계부처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지난 20일 경기 이천시 한 묘장에서 볏모 생육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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