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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루의 성' 가상자산의 법적 보호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코인’ 등의 형태로 거래되는 가상화폐(암호화폐) 자산은 메타버스 세계에 구동되는 가상자산의 일부이다. 필자는 일찍이 “가상화폐가 가치 척도가 될 수 없어 거래나 투자의 수단이 될 수 있을지언정 화폐가 될 수 없다”고 단정한 바 있음에도 기약 없이 법적 보호를 요구하는 민원이 늘어나고 있다.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다수의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말한다. “제대로 된 법과 모니터링을 통해 암호화폐 시장이 구축되었으면 좋겠다. 시세 조작 등이 많은 시장에서 벗어나고 싶다. 시세 변동률을 줄이거나 안전한 투자를 할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달라.” 지난달 12일 ‘검은 금요일’에 시세가 99.99%까지 폭락한 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로 큰 손실을 입은 ‘영끌’ 투자자들에게는 ‘재수없는 소리’로 들리겠지만, 법을 정비하여 가상화폐자산을 모니터링하고 시장진입 장벽을 높이며 사기와 불공정거래 장치를 마련하더라도 투자자들이 바라는 안정적 암호화폐시장이 구축되기 어렵다. 투자자들은 법적 보호를 요구하기 전에 가상화폐 자산의 본질과 속성을 알아야 한다. 자본시장법이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음에도 주식과 채권 그리고 외환시장에서는 수많은 투기, 사기 및 불공정거래들이 자행되었다. 암호화폐시장은 이들 시장보다 유동성이 더 크다. 시장은 극심한 가격 변동문제를 해소하고자 ‘스테이블 코인’(stable coin)을 고안하였다. 스테이블 코인은 자신을 더 안정적인 다른 자산(법정통화, 정부채권 또는 비트코인과 같은 다른 암호화폐)에 연동(pegging)시켜 가치를 유지하고자 한다. 현재 대다수 스테이블 코인들은 미국 달러화에 고정되어 있다. 루나와 테라는 별도의 담보물 없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공급과 수요를 조절해 가격 안정성을 유지하려는 이른바 ‘알고리즘 스테이블 코인’이다. 이론상 루나와 테라는 수요공급의 법칙에 근거하여 서로 어깨걸이로 움직였다. 루나는 시장가격에 상관없이 항상 테라를 1달러로 간주해 매입?매각될 수 있으며, 루나를 테라로 바꿀 때 운영자는 루나를 소각하지 않고 테라를 신규로 발행한다. 반면에 테라를 루나로 바꿀 때 운영자는 테라를 소각하고 루나를 새로 발행함으로써 유통량을 조절하였다. 투자자들이 테라를 맡기면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루나와 테라의 가치가 동시에 떨어질 경우, 시장에서는 루나를 적극적으로 매입하려 하지 않을 것이고 테라의 가치는 반등하지 않는다. 어깨걸이의 선순환이 붕괴하면 ‘죽음의 소용돌이’로 빠진다. IMF 총재는 스테이블 코인을 ‘피라미드 사기’라고 비판하였다. 미국의 옐런 재무장관은 지난달 11일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며 법안 마련을 촉구했다. 중앙은행으로서는 투기성이 강한 화폐로 실물경제를 가늠할 수 없기 때문에 법정화폐를 대체하는 결제수단으로 인정할 수 없다. 암호화폐를 가져가면 금과 바꿔 주는 것(태환)이 아니라 비트코인과 같은 안정된(stable) 암호화폐로 교환해 준다지만, 비트코인 자체가 급락하면 태환의 실효성이 없다. 스테이블 코인이 퇴출되더라도 암호화폐 자체가 안정성을 확보하기는 어렵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유력 후보들은 “가상자산 수익에 대하여 5000만원까지 비과세하겠다”고 밝혀 가상자산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어느 후보는 “전국민에게 대규모 개발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이를 증권형 토큰으로 만들어 실제 가상자산에 투자도 하고, 투자할 기회도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였지만 이는 가상화폐자산에 대한 보호안이 아니라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것이다. 개인주의와 사적자치에 기반을 두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모험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개인의 몫이다. 정부가 극좌로 치닫지 아니하는 한 모험자산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투자를 보장할 수 없다. 시세조작은 현행법에서도 범죄로 다스린다. 암호화폐도 주식시장처럼 “시세 변동률의 폭을 제한해 달라”는 기대는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부족 탓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모니터링은 채굴 달인들의 동의를 받기 어렵다. 가상화폐 자산은 속성상 투기와 가치등락을 막을 수 없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도 있다. “안정적” 가상화폐시장이란 법의 한계를 벗어난다. 고수익이 있는 곳에 고위험이 있다. ‘신기루의 성’을 구축할 일이 아니다. 책임 있는 당국자라면 인기를 잃는 한이 있더라도 실현 가능한 민원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여 답해야 할 것이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          


'몰랐다'는 말의 의미최근 서울 한 하천에서 10대 학생이 청둥오리 가족을 돌팔매질로 죽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곳은 기자의 집과 가까워 기자도 자주 찾는 곳이다. 봄에는 튤립, 여름에는 양귀비, 가을에는 코스모스가 흐드러지게 피는 곳인데, 아름다운 꽃길을 따라 산책로가 잘 조성돼 있을 뿐 아니라 오리와 백로, 잉어 등 다양한 생명체들도 거주하는 곳이다. 10대 학생들이 죽였다는 그 오리 가족은 매해 관찰되는 동물 중 하나다. 거주지 밀집 지역 인근 하천인 만큼 가족 단위로 산책을 나온 경우가 많은데, 유유히 하천을 가로지르는 오리 가족은 아이들에게 굉장한 인기스타다. 엄마 오리를 쫓아 대여섯 마리의 새끼오리들이 허둥대는 모습은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들도 한참을 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지구상의 어린 생명체들은, 그 종류와 상관없이 귀여움에 눈길이 가기 마련이다. 이를 알기에 10대 학생들이 굳이 고통스러운 방법을 선택해 오리 가족을 죽인 행위를 이해하기 어렵다. 해당 사건이 벌어졌을 당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의 만류에도 학생들은 오리를 향해 돌은 던지는 걸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더 놀라운 건 이 학생들은 이후에도 또 같은 행위를 반복하려 했다는 것이다. 사건을 수사한 담당자는 CCTV를 통해 학생들이 같은 장소에 반복해서 나타나 동일한 범행을 벌이는 걸 확인했다고 전했다. 경찰에 붙잡힌 학생들은 해당 범행 이유를 ‘호기심’과 ‘죄가 되는 줄 몰랐다’고 했다. 이 말이 쉽게 납득되지 않는 이유는 그들의 말에 인간이 가져야 할 감정이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생명을 해치는 것에 어떤 ‘호기심’이 해결될 수 있을까? 오리 가족에 대한 ‘측은지심’은 없었을까? 미국은 지난 2016년부터 동물 학대를 강력범죄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동물 학대가 사람을 향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관련이 높다는 분석에 의했다. 다수의 법률 전문가들은 우리나라도 동물 학대에 관한 법적 처벌은 마련돼 있지만 사법부가 법률상 처벌 가능 수위에 비해 미약한 판결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동물 학대가 인간을 향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사법부의 인식이 과거에 머물러 있어 제대로된 형량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은 10대 학생들의 범행인 만큼 교화 가능성을 봐야 할지 모른다. 하지만 ‘죄가 되는 줄 몰랐다’는 말을 사법부는 뼈아프게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조승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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