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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벤처붐 지속의 선결과제팬데믹 상황이 지속되고 있지만 작년 우리나라 벤처펀드 결성액은 사상최대인 6조6000억원대에 달하는 등 '제2 벤처붐'이 본격화되고 있다. 오랫동안 정부가 벤처 생태계를 강화하는 정책을 펼쳐왔고 벤처투자의 양적 성장이 이뤄지고 있다. 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가진 국내 유니콘 기업은 12개에 달하고 쿠팡, 수아랩, 우아한형제들, 하이퍼커넥트 등 대규모 상장 및 인수가 이뤄지는 스타트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과연 이런 벤처붐을 지속하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제2 벤처붐을 보여주는 지표는 쉽게 찾을 수 있다. 2000년 벤처붐 시기에 신설법인 수는 6만여개였던 데에 비해 2020년 신설법인 수는 12만개를 넘어섰다. 한국 벤처의 위상도 전 세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스타트업 연구기관인 스타트업 지놈(Startup Genome)에 의하면 2020년 스타트업 생태계 순위에서 서울은 전 세계 270개 도시 중 20위로 상승했다.  정부의 벤처투자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중기부 창업지원 예산은 1998년 82억원에서 2020년에는 8492억원으로 증가했으며 팁스(TIPS) 프로그램에서 선행 투자를 받은 기업의 절반 이상이 후행 투자를 유치, 후속 투자 3조9000억원에 달한다. 모태펀드는 올해 1분기 53개 펀드가 1조4561억원 결성돼 정책금융 출자부문은 4650억원, 기타정책기관은 990억원, 성장금융은 785억원 출자가 증가했다. 공공영역에서의 출자도 활발해 민간 출자부문은 9911억원, 금융기관, 연금·공제회, 벤처캐피탈(VC), 법인 등의 출자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000억원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이런 양적 성장 지표 뒤에는 산적된 과제도 많다. 특히 벤처 창업 생태계에 정부 자금의 공급이 넘쳐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창업 시 자금 문제로 외부 투자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모험자본을 비롯한 벤처투자가 수익률을 신경쓰다보니 후기 스타트업 투자에 집중하고 초기 스타트업은 외면된다. 이는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 현상과 유사한 패턴으로 볼 수 있다.  창업자 조사에 따르면 창업 시 가장 큰 장애요인은 '창업자금 확보에 대해 예상되는 어려움 (71.9%)'이었으며 창업 자금조달의 원천은 자기 자금이 94.5%로 가장 많으며 엔젤, 벤처캐피탈과 같은 모험자본 투자는 0.7%에 불과했다. 또한 기술이전 후 창업 비율은 미국(대학 13.3%, 연구기관 7.5%)에 비해 우리나라(대학 2.9%, 연구기관 2.4%)가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이런 문제의 해결 방안으로 초기 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를 위해 벤처 투자정책이 개선돼야 한다. 첫째, 국내 우선주는 초기투자 시 창업자와 벤처캐피탈의 이해 관계를 조정하는 데에 한계를 가지고 있어 초기투자가 정체 중이기 때문에, 미국식 우선주 제도를 도입해 초기 투자율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 초기투자 시 벤처캐피탈이 창업자가 자신의 지분율을 최대화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업 가치를 인정할 수 있도록 투자 가치 조정 및 회수 지원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둘째, 액셀러레이터와 대학창업펀드와 같은 기술사업화 조직의 투자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 액셀러레이터들이 대형투자조합을 결성할 수 있도록 하고 기관투자자들이 참여하도록 인적 및 기능적 요건을 인정해 액셀러레이터의 지위를 향상하고, 학부생의 일자리 창출보다는 교수 및 연구실 창업이 활성화되는 방향의 새로운 형태의 대규모 대학창업펀드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정부 예산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초기 스타트업 투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독일은 약 8억8600만유로(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하이테크 창업자 펀드(HTGF·High-Tech Grunderfonds)라는 공공 벤처펀드를 운영해 첨단기술 초기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HTGF 자금의 대부분은 정부에서 출자하고 목표 투자 손실률 30%로 운영된다. 이런 직접투자 방식의 공공 벤처캐피털은 현재 간접투자를 하고 있는 모태펀드와는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정부 R&D 자금으로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  어떻게 새로운 기업가정신을 고양하고 벤처지원 정책을 추진하느냐는 미래의 국운이 걸린 중요한 문제로서, 제2 벤처붐을 지속하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국가의 역동적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초기 스타트업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와 학계, 벤처업계가 모여 제2 벤처붐 지속을 위한 방안 마련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과 교수 


가습기 살균제 2심, 새 접근법 필요하다'과학자는 단언하지 않는다.' 지난 1월 법원이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 13명의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데 대한 학계의 반박 요지다. 이 비판을 법원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관심을 모은다. 서울고법 형사2부(재판장 윤승은)는 18일 가습기 살균제 사건 항소심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원심의 무죄 근거는 '엄격한 증명'이었다. 재판부는 '애경 가습기메이트'와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 등에 포함된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과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사람의 폐에 영향을 준다는 증거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형사재판의 법칙을 따랐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과학자들 시선은 달랐다. 재판부는 국립환경과학원 주관으로 2018년 진행된 두 성분의 독성 동물 시험이 권장 사용량의 833배로 진행됐음에도 폐섬유화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이 조건이 "가혹하다"고 했다. 반면 한국환경보건학회는 선고 일주일 뒤 성명서를 내고, 사람에 적용되는 기준치가 동물실험 수준보다 100배~1000배 낮은 농도로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학회는 "고농도 실험조건이라고 무시하면 세상의 독성 참고치는 폐기돼야 한다"며 "대부분의 일일허용섭취량, 노출허용량과 같은 기준은 바로 그 가혹한 조건에서 도출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단정적인 표현을 하지 않은 점도 무죄 근거였다. 재판부는 어느 누구도 자신들의 실험 결과를 가지고 'CMIT·MIT 성분과 폐질환에 따른 사망·상해·천식에 인과관계가 있다'는 취지로 진술하지 못한 점을 판단 근거로 세웠다. 과학자들은 1심 선고 일주일 뒤 원심 판단을 반박했다. 공판에 참여한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과학자는 반증 가능성 때문에 단정하지 않도록 훈련받는다고 설명했다. 박동욱 한국방송통신대 환경보건학과 교수는 기형아 출산으로 문제된 임산부 입덧 방지약 탈리도마이드와 살충제 DDT처럼 동물실험 결과에 문제가 없어도 사람에게 치명적인 사례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로부터 4달 뒤, '인과관계가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될 것을 요구하는' 형사재판 2심이 열리게 됐다. 이번 재판부는 피고인의 의도와 행적, 무엇보다 동물이 아닌 사람이 피해자라는 점을 두루 살펴야 한다는 요구를 받고 있다. 과학자로 구성된 패널을 도입해 연구 결과와 의견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라는 박태현 강원대 로스쿨 교수의 제언을 새겨들을만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죄 파기환송심 재판은 삼성 준법감시제도에 대한 전문심리위원 도입 등 실험적인 진행으로 이목을 끌었다. 사건이 발생한 근본적인 원인을 끄집어내 다각도로 검토했다. 이번 항소심 재판부도 애초에 기대 못할 과학자의 단언을 벗어나 인과관계를 따질 수 있는 재판을 연구해야 한다. 선고 직후 "내 몸이 증거"라며 울부짖은 피해자 앞에서 동물실험 결과만을 다시 꺼내들수는 없다. 이범종 사회부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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