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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결단에 영수회담 '성사'…윤 대통령 취임 2년만
윤석열 대통령과 29일 차담회…'김건희 특검' 언급 가능성
2024-04-26 18:16:24 2024-04-26 18:58:16
[뉴스토마토 김진양·유지웅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오는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처음으로 영수회담을 갖습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2년여만입니다. 그간 전 국민 1인당 25만원의 '민생회복지원금' 등 핵심 의제를 고리로 압박하던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만나겠다"고 결단하면서 영수회담이 급물살을 탔습니다. 의제를 양보하는 대신 영수회담의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포석으로 분석됩니다. 양측이 의제 제한 없는 영수회담에 합의함에 따라 민생회복지원금을 비롯해 일명 '채상병 특검법'(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법) 등이 의제 테이블에 오를 전망입니다. 이 대표가 김건희 여사 주가 조작 의혹을 규명할 특검을 언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윤 대통령의 수용 여부가 향후 정국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3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뉴시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과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26일 "이재명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 형태로 영수회담을 갖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천 실장은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가감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국민이 원하는 민생 회복과 국정기조 전환 방안을 도모하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습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1시간가량 진행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회담에는 윤 대통령과 이 대표 이외에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홍철호 정무수석·이도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천준호 당대표 비서실장·진성준 정책위의장·박성준 수석대변인이 배석합니다. 
 
영수회담 8번 거절한 윤 대통령…'지지율 최저치' 찍자 전격 제안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전격적으로 물꼬를 텄습니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당대표에 취임한 후 8번의 러브콜을 보낸 끝에 이뤄진 결실입니다. 
 
지난 2년간 일관되게 '거부' 입장을 취했던 윤 대통령이 전향적 자세를 보인 배경에는 '4·10 총선' 참패 후 민심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전화 통화를 한 19일 오전 공표된 <한국갤럽>의 여론조사 결과(4월16~18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전화조사원 면접)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23%를 기록했습니다. 직전 조사였던 3주 전과 비교해 11%포인트 하락한 것은 물론 취임 이후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습니다. 
 
당시 두 사람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만나자"고 동의했지만 논의 테이블에 올릴 의제 설정 단계에서부터 난항을 겪었습니다. 첫 실무회동이 예정됐던 22에는 대통령실이 신임 정무수석 임명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했고, 1차(23일)·2차(25일) 회동 모두 양측의 견해차만 확인한 채 빈손으로 끝이 났습니다. 회담에서 자연스럽게 의제를 논의하자는 대통령실의 요구와 달리 민주당은 '선 의제 조율·후 회담'의 입장을 굽히지 않은 탓입니다. 
 
 
자칫 어렵게 성사된 영수회담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었던 상황에서 이 대표가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날 오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다 접어두고 만나겠다"고 밝히면서입니다.  
 
이 대표는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복잡한 의제들이 미리 좀 정리됐으면 좋았을 텐데 쉽지 않은 것 같다"며 "그것들을 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내기가 아쉽기 때문에 신속하게 만날 일정을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대통령께서도 국민들의 어려운 상황, 총선 민의를 잘 들어주시고 절박한 심정으로 어떻게 하면 이 난국을 타개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덧붙였습니다. 
 
이후 민주당은 대통령실로 이 대표의 뜻을 전달했고, 곧바로 3차 실무회동이 진행되는 등 영수회담은 급물살을 탔습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하루라도 빨리 회담을 열자는 생각"으로 양측이 가능한 일정 중 가장 빠른 날짜인 29일을 '디데이'로 결정했습니다. 
 
'채상병 특검'·'25만원 지원금'…여전한 화약고
 
'의제 제한 없는 만남'으로 자리는 마련됐지만 의미 있는 성과까지 도출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이 대표는 이날 "대통령을 만나 총선에서 드러난 국민들의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는데요. 
 
대통령실과 민주당 관계자 모두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민생 경제를 살리고 국정현안을 푸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이번 영수회담의 의의를 설명했습니다. 양측이 구체적인 의제 설정을 하지 않은 만큼, 이 대표가 현장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언급할 수도 있습니다. 천 실장은 ' '김건희 특검' 논의 가능성에 대해 "특정한 의제를 제안하거나 무엇을 하면 안 된다고 한 바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다만 이 경우 '채상병 특검법', '민생회복지원금 지급' 등의 성과도 실기하면서 빈손 회담에 그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영수회담 개최 자체만으로 정국의 냉랭한 분위기가 다소 완화된다 하더라도 여야의 대립 구도는 한동안 지속될 여지가 큽니다. 이날 민주당이 임시국회 소집 요구를 하면서 21대 국회 종료 전 본회의가 최소 두 차례 열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인데요.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채상병 특검법과 이태원참사 특별법,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안 등 쟁점 법안을 강행 처리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김진양·유지웅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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