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이기주의에서 이타주의로
입력 : 2017-10-10 06:00:00 수정 : 2017-10-10 06:00:00
불후의 명작 ‘어린왕자’의 저자 앙투완 드 생텍쥐페리는 “당신이 행복해지길 원하거든 행복을 주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신이 줄 때 당신은 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받는데, 그것은 아무런 존재 가치도 없었던 당신이 존재가치를 갖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주는 행복, 나누는 행복’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하는지를 여실히 일깨워 주는 대목이다.
 
2017년 추석연휴, 우리는 누구와 무엇을 나누었는가. 정치인들이 길거리에 내건 현수막처럼 ‘모두가 풍성한 한가위’, ‘마음 따뜻한 한가위’, ‘넉넉하고 풍요로운 한가위’를 보냈는가. 정치인들은 국민의 훈훈한 추석 밥상을 위해 민생을 살피기보다 미사여구를 담아 현수막을 내 거는데 그치진 않았는가. 새 정부는 국민의 휴식을 위해 대체 공휴일까지 지정하며 추석연휴를 장장 10일로 만들었지만 우리 국민은 과연 피로를 걷어내고 타인과 행복을 나눌 여유가 있었는가.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청년실업은 여전히 가닥이 잡히지 않는 우울하고 착잡한 현실 속에서 추석연휴는 정녕 찬란한 홀리데이일 수 없었다. 여야는 계속해서 대치하고 있고 국정은 순조롭지 않으며 북한은 6차 핵실험 등으로 한반도 안보불안을 쉴 새 없이 부추기는 가운데 우리는 결코 행복을 나눌만큼 풍요롭지 않았다.
 
따뜻한 명절이어야 했지만 추석연휴 우리를 훈훈하게 하는 미담마저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정치인들이야 그렇다 치자. 기업인들이라도 나서서 감동적인 에피소드를 전해 주면 좋으련만 들려오는 뉴스는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대기업의 부도덕한 행태뿐이었다. 몇몇 재벌들은 공정거래를 위반하며 계열사 일감몰아주기에 발 벗고 나서고 있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아직 친족 간 일감몰아주기 제재에 소극적이다. 공정위 고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논의되면 그 때 입장을 밝힐 것”이라며 “지금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관련 제도를 정비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들어선지 150일이 지났지만 공정한 사회를 위한 개혁은 좀처럼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의 긴 연휴가 이렇게 흘러가는 동안 프랑스인들도 평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10월을 맞았다. 그러나 우리와 달리 수확의 계절을 연상시키는 풍성한 뉴스 하나가 지난 6일 언론과 SNS를 뜨겁게 달구며 프랑스 국민을 들뜨고 행복하게 했다. 미담의 주인공은 스타테르(Starterre)의 회장 장-루이 브리소(Jean-Louis Brissaud)다. 스타테르는 1992년 론 강(Rhone)이 흐르는 프랑스 리용의 남부 생 퐁스(Saint Fons) 시에 세워진 자동차 판매회사다. 66세의 브리소 회장은 창립 25주년 기념으로 이익금 160만유로(한화 21억7000만원)를 사원들에게 보너스로 나눠주기로 결정했다.
 
브리소 회장은 프랑스 신문 뱅 미뉘트(20 Minuites·무가지 신문으로 프랑스에서 두 번째 파워를 가지고 있으며 일일 구독자는 375만명)와의 인터뷰에서 “우리 사원들은 몇 주 전, 몇 개 월 전, 몇 년 전부터 회사를 위해 일해왔다. 그들은 우리 회사가 번창할 수 있도록 발 벗고 나서서 일했다. 따라서 이익금을 나눠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 이익금은 103명의 사원에게 지급되며 브리소 회장 자신은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급액은 직위가 아닌 근무 연수에 따라 결정되며 3개월 이하 근무자에게는 500유로(한화 68만원), 20년 이상 근무자에게는 3만5000천유로(한화 4746만원)를 준다. 이는 사원들의 성실함에 회사가 보상을 해 주는 것이다. 브리소 회장은 “사원들은 우리와 삶을 함께 나눴다. 이를 높이 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 만약 당신이 회사를 존속시키고 싶다면 공감대와 애타심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이는 이익창출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다.”, “나는 항상 변함없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우리 회사에서는 모든 사원이 자율적으로 일을 한다. 따라서 사원 각자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다. 우리는 사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과 함께 성장한다. 나는 이것을 ‘참여경영(management participatif)’이라 부르며 우리를 성공으로 이끌어 준다. 회사를 존속시키는데 이 철학은 효과적이고 생산성과도 불가분의 관계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북한 도발과 각종 범죄사건만 만발하는 우리 사회에 브리소 회장의 미담은 적지 않은 감동과 교훈을 준다. 연휴 때 남들과 나누지 못한 사람에게는 나눔의 미학을 생각해 보게 할 것이고 한국의 정치인들에게는 정쟁보다는 국민의 행복한 삶을 먼저 생각하는 앨트루이즘(Altruism·이타주의) 정신을 배양하라는 본보기를 보여준다. 기업인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이기적인 문어발식 경영으로 배불뚝이가 되지 말고 사원들과 참여경영을 한다면 회사는 존속하고 번창한다는 경영철학을 일깨워준다. 결국 앨트루이즘은 타인보다 자기 자신을 위한 최대의 선이라는 사실을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주는 것은 하나의 의무가 아니라 하나의 특권이다. 헌신은 내부의 부를 상징한다. 조금이라도 나누면 결과는 거대하다. 이타심 없이 지혜는 무르익지 않는다.”
 
최인숙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근 프랑스 정치현상을 잣대로 한국의 정치현실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책 ‘빠리정치 서울정치(매경출판)’를 펴냈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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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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