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사내에 적립하던 퇴직금 제도를 대체해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된지 9년이 지났다. 안전자산 위주의 자산운용과 낮은 연금 수령비율 등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지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올해 안에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양적인 성장을 이뤄낸 가운데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퇴직연금 도입과 성장을 위해 발로 뛰어온 퇴직연금전문가 10인을 선정,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이태호 채권연구원 이사는 연구위원(
사진)은 "현재처럼 은행이 주되는 계약형 시장이 유지되다면 퇴직연금의 발전은 힘들다"고 말했다.
이 이사는 12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1%의 수익률 차이도 장기적으로는 기금의 규모를 크게 확대 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개인형퇴직연금(IRP) 중간정산만 제한되도 연간 25조원씩 퇴직연금 규모가 증가해 시장이 활성화 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국민의 노후 소득이 부족한 부분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이사와의 일문일답.
-퇴직연금이 도입된지 9년이 지났다. 도입 이후 현재까지 전반적 성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초기의 어려움을 지나고 연금제도가 어느정도 정착돼 이제는 제도개선을 통해 질적인 발전을 해야 할 때다. 아직 부족한 것도 많지만 우선 제도가 확산되고 정착됐다는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하지만 아직도 중소기업의 가입율이 낮은 점과 수익률이 낮아 노후 소득으로 기능하기 어려운 점, 지급단계에서 연금화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점등은 문제다. 총점 70점.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퇴직연금의 운용 수익률이 너무 낮다. 평균 2%대의 수익률로 물가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6%대 수익률과 비교하면 문제가 어디에 있는 지 알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자산배분이 정기예금과 채권에 국한돼 있다는 점이다. 이는 지배구조가 계약형 제도에 기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약형 제도하에서 기업의 재무나 인사담당자 즉, 비전문가가 투자 의사결정을 하게 돼 소극적인 투자를 할 수 밖에 없고, 이것이 수동적인 자산배분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서구의 주식(60%), 채권(40%) 자산배분과 비교해 보면 한국은 너무 안정형 투자를 하고 있다.
-퇴직연금 제도적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중간정산이 자유롭게 허용되는 점,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신속히 이뤄지지 못하는 점, 제도에 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점 충분한 감독인력이 확보되지 못하고 있는 점도 문제다.
IRP는 연간 25조원 정도 발생하는데 그 중 90% 이상이 바로 중도에 해지돼 생활비 사업자금으로 사용된다. 퇴직연금이 노후소득으로 기능하기가 어려운 구조다. IRP의 중간정산이 확정급여(DB)형나 확정기여(DC)형에 준하도록 돼야 한다.
또 퇴직연금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 한국은 연구할 데이터도 없고 학자층도 제한돼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대해 전망한다면.
▲바람직한 제도로 도입이 결정됐지만 기존 사업자의 저항이 있고, 국회나 일부 노동단체 등에서도 기금형 제도가 금융시장 발전을 위한 제도라고 오해해 반대하는 측면이 있다.
기금형 제도의 가장 큰 장점은 사외적립과 독립적인 운용체계다. 퇴직금제도는 현재 사외적립이 100% 되지않고, 계약형 퇴직연금 제도도 100% 사외적립이 이뤄지지 않는다. 기금형 제도는 100% 사외적립이고 운용도 사측의 영향력을 벗어나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점이 제대로 알려져야 한다.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을 전망한다면.
▲IRP 중간정산만 DB나 DC 수준으로 제한되면 연간 25조원씩 퇴직연금 규모가 증가해 시장이 활성화 될 것으로 전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국민의 노후 소득이 부족한 부분도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다고 본다. 또 기금형 제도가 도입되면 자산운용이 활성화 돼 운용수익률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의 수익률 차이도 장기적으로는 기금의 규모를 크게 확대 시킬 수 있다. 현재처럼 은행이 주되는 계약형 시장이 유지되다면 퇴직연금의 발전은 힘들다.
-퇴직연금 도입 과정 혹은 도입 이후 현재까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건이나 순간이 있나.
▲그 동안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해 왔지만 업계를 비롯한 많은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혀 도입이 되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올해 논란 끝에 기금형 도입이 결정되는 순간 정말 감개무량했다. 그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사적연금 작업반에 갈 때마다 '왜 우리나라만 기금형이 없을까'라는 자괴감을 느꼈다. 이번 도입결정으로 우리나라도 앞으로 연금이 선진화 되겠구나라고 느꼈다.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각 이해당사자들(근로자, 사용자, 금융기관, 정책당국 등)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이 확정됐지만 환노위를 통과해 법안으로 성립할 때까지는 많은 진통이 예상된다. 각 단체별로 이해 관계가 다르기 때문인데, 여러 주체들이 서로 양보하고 협력해 신속히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 노후소득 보장은 어느 한 계층의 이해관계 때문에 좌절돼서는 안되는 중차대한 과제다.
서지명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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