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사내에 적립하던 퇴직금 제도를 대체해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된지 9년이 지났다. 안전자산 위주의 자산운용과 낮은 연금 수령비율 등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지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올해 안에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양적인 성장을 이뤄낸 가운데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퇴직연금 도입과 성장을 위해 발로 뛰어온 퇴직연금전문가 10인을 선정,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기금형과 계약형이 공존하는 시점이 10년 이내로 올 것입니다."

성주호 경희대 경영대학 교수(
사진)는 11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도입 사업장의 노사관계, 비용효율성 등의 관점에서 사업장이 자유롭게 기금형, 계약형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정책목표가 수립돼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성 교수는 "퇴직연금이 기업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실증분석이 진행되고 국제회계기준(IFRS) 체계가 한층 더 자리를 잡는다면 성장속도가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성 교수는 보험계리사로 자타공인 공·사적연금 전문가다. 현재 한국보험학회 상임이사, 한국연금학회 이사, 근로복지연구회 회장, 생명보험협회 생명보험상품공시위원, 금융감독원 보험회사 지급여력비율(RBC) 내부모형 자문위원회 위원, 고용노동부 산재 및 고용보험 장기재정추계위원, 기획재정부 장기재정전망평가위원, 보건복지부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 등을 맡고 있다.
다음은 성 교수와 일문일답.
-퇴직연금이 도입된지 9년이 지났다. 도입 이후 현재까지 전반적 성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2005년 12월 전격 도입된 퇴직연금제도는 퇴직연기금의 확충을 통한 자본시장활성화, 근로자의 은퇴생활자금 확충 등 두마리 토끼를 잡는 국가 전략이었다. 싱가포르처럼 경쟁력있는 동북아 금융허브로 우리나라 금융산업이 발돋음하기 위한 중장기 금융전략의 하나로 평가된다.
그러나 도입 10년차의 현시점을 보면 퇴직연금 자산은 기대에 못미치는 90조원 수준에 머물러 있다. 아울러 퇴직연금 도입 사업장 비율은 16% 수준에 그치고, 중소형 도입 격차는 한층 더 심하게 전개되고 있다. 30인 미만 영세사업장 도입율은 16% 수준인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은 76% 수준이다. 이는 은퇴 이후의 생활자금이 한층 더 필요한 근로계층이 퇴직연금의 사각지대로 분류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성과는 도입 초기에 예상한 기대효과의 70% 수준(70점)으로 평가한다.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투자원칙보고서(IPS)가 확정급여(DB)형을 중심으로 퇴직연금 제도 시작할 당시부터 도입됐다면 퇴직연금 수급권이 한층 더 강화됐을텐데라는 아쉬움이 있다.
또 현행 1년 단위 확정금리 경쟁시장은 퇴직연금 자산운용시장을 레드오션화하고 있다. 연금은 장기운용자산이므로 이에 맞는 투자환경이 빠른 시일내에 조성되야 하고, 자산운용 주체인 사용자를 중심으로 장기투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전문교육과 분석 자료도 제공돼야 한다.
-퇴직연금 제도적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퇴직금 제도를 퇴직연금 제도로 단일화하는 정부의 노력이 한층 더 요구된다. 정부 정책에 따라 단계별로 퇴직금제도를 퇴직연금제도로 전환하게 되지만 이에 앞서 노사정이 합리적으로 합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퇴직연금제도로 정착하는데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되고 있고 연금의 중요성이 근로자에게 충분히 인식되지 못하는 문제점이 있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에서 DB에 대해서 연도별 최소 적립비율(funded ratio)을 공시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강행조항(벌칙조항)이 없어 적립금 성장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대해 전망한다면.
▲퇴직연금 제도로 단일화되고 연기금의 장기투자 전략이 자리를 잡으면, 선진국처럼 대형기업을 중심으로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의 도입 필요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1단계로 내년 7월 30인이하 사업장에 대해서 연합형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어서 향후 기금형 논의의 단초를 제공할 것으로 판단된다.
우리나라노 일본처럼 기금형과 계약형이 공존하는 시점이 10년 이내로 도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입 사업장의 노사관계, 비용효율성 등의 관점에서 사업장이 자유롭게 기금형, 계약형을 선택하는 방향으로 정책목표가 수립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을 전망한다면.
▲퇴직연금이 기업 재무에 미치는 영향 등에 관한 실증분석이 진행되고 IFRS 체계가 한층 더 자리를 잡는다면 성장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퇴직연금 도입 과정 혹은 도입 이후 현재까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건이나 순간이 있나.
▲3년 정도 국회에 계류 중이던 근퇴법 전면개정안이 지난 2012년 7월 국회통과했던 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올 들어 지난 8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퇴직연금 단일화가 이뤄진 점,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점도 획기적이었다. 또 지난 2011년 산-학 중심으로 연금관련 전문학회인 한국연금학회가 설립된 것도 시의적절했다.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각 이해당사자들(근로자, 사용자, 금융기관, 정책당국 등)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이해당사자간의 소통이 가장 필요하다. 학문적 연구결과와 글로벌 트랜드에 대해 충분히 인식을 공유하는 시간과 장소가 한층 더 많이 전개돼야 한다. 정부는 궁극적으로 세대간 재정 불균형문제를 우리 세대에서 정리하기 위해 '연금생활문화'를 조기에 확산해야 할 사회적 책무가 있다.
추가적으로 현재 공적연금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연금개혁 논의는 후세대에 전가되는 유산빚(legacy debt)을 차단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퇴직연금 시장 성숙을 도모해 국가적 부담을 해소할 수 있는 퇴직연금제도로 발전하기를 바란다.
서지명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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