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사내에 적립하던 퇴직금 제도를 대체해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된지 9년이 지났다. 안전자산 위주의 자산운용과 낮은 연금 수령비율 등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지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올해 안에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양적인 성장을 이뤄낸 가운데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퇴직연금 도입과 성장을 위해 발로 뛰어온 퇴직연금전문가 10인을 선정,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사진)는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함께 자본시장의 주요 투자자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12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퇴직연금은 기준소득에 대한 상한이 없어서 의무화될 경우 국민연금보다 높은 적립기금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고정금리형보다 실적형 상품이 많이 판매돼야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며 "이는 투자전문가 수요 증대를 낳아 고용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퇴직연금은 대표적인 민간사회보장제도로 저소득층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야 하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에 대한 확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저소득근로자층의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추가적 보장도 허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한국사회보장학회 회장, 초대 한국연금학회 회장, 국민연금심의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재정학회장을 맡고 있다.
다음은 김 교수와 일문일답.
-퇴직연금이 도입된지 9년이 지났다. 도입 이후 현재까지 전반적 성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1961년부터 도입되기 시작해 이미 우리사회에 정착된 법정퇴직금제도를 퇴직연금으로 전환한 기업비율이 2013년 말 16%에 불과하다. 적어도 100인 이상의 기업은 퇴직연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보는데, 100인이상 기업의 가입율도 67% 수준에 그친다. 퇴직연금 수익률이 매우 낮다는 점도 문제다. 퇴직연금은 사적연금임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또 업계간 비합리적인 수익률 경쟁이 심각하다는 점도 문제다. 전반적으로 70점.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자산관리기관과 운용관리기관으로 구분돼 있으나 사실상 거의 모두 하나의 기관이 맡고 있다. 이에 따라 보험, 은행, 증권간 상품의 교차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는 우리의 금융시스템이 분업주의로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금융기관간 혹은 상품간 교체가 쉽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장기상품으로 장기투자를 할 수 있는 자본시장이 형성돼 있지 않다. 5년 이상의 장기채권시장에 대한 활성화가 필요하다.
-퇴직연금 제도적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중소기업 근로자들에 대한 확산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퇴직연금제도는 대표적인 민간사회보장제도다. 이는 저소득층 중심으로 시장이 형성돼야 함을 의미한다. 저소득근로자층의 경우 퇴직연금 수익률에 대한 추가적 보장도 허용해야 한다. 또 퇴직연금의 수령 방법에 있어서 일시금 수령이 대부분이라는 점도 문제다. 연금수급에 대한 유인이 필요한데, 일시금과 일정 기간 이상의 연금수급에 대해 과세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대해 전망한다면.
▲기금형은 사실상 기금운영기구를 유지해야 하므로 비용이 많이 든다. 기금운영기구의 의사결정과정에서 근로자들의 의사가 무시될 수 있다. 따라서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에 대해 기금형을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계약형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현재 근로복지기금이 운영하고 있는 중소기업대상 퇴직연금은 기금형으로 운영하는 것에 문제는 없다.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을 전망한다면.
▲앞으로 성장가능성은 매우 높다. 퇴직연금의 기여금은 확정기여(DC)형의 경우 임금의 8.3%, 확정급여(DB)형은 임금의 10% 수준이다. 퇴직연금은 기준소득에 대한 상한이 없어서 의무화될 경우 국민연금보다 높은 적립기금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은 국민연금과 함께 자본시장의 주요 투자자가 될 것으로 본다. 고정금리형보다 실적형 상품이 많이 판매돼야 자본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이는 투자전문가 수요 증대를 낳아 고용증대와 함께 자본시장의 세계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퇴직연금 도입 과정 혹은 도입 이후 현재까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건이나 순간이 있나.
▲지난 1991년 4월 코엑스에서 있었던 사회보장학회(당시 회장, 신수식 고려대 명예교수) 춘계학술대회에서 '기업연금제도의 도입과 과제: 퇴직일시금의 연금화' 정책세미나가 있었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연금제도의 도입을 제안한 최초의 행사였다. 당시에는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호주의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된 초기로 우리나라에도 곧 퇴직연금 제도가 도입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금융실명제의 도입에 따른 금융자금의 이탈을 억제하기 위해 1994년 개인연금제도가 도입되면서 논의가 중단된 바 있다.
이후 2000년 21세기근로복지연구회를 창립하고 퇴직연금제도를 학계, 업계, 정부관계자들과 자발적으로 논의하면서 퇴직연금 도입논의가 본격화하고 2005년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제정으로 퇴직연금이 도입됐다.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각 이해당사자들(근로자, 사용자, 금융기관, 정책당국 등)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퇴직연금은 법정 의무제도로 저소득 근로자들의 노후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다. 따라서 가능한 빠른 시일 내에 저소득근로자들이 가입할 수 있도록 정책 목표가 시행돼야 한다. 퇴직연금은 노후소득보장의 목적과 함께 기업내 근로자들의 생산성을 제고하는 수단으로도 활용돼야 한다. 이를 위해 고용시장이 보다 유연해 질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 금융당국은 퇴직연금이 고도의 금융기법을 전제로 한 초장기 금융상품이라는 점과 어떤 금융상품보다 사업자의 신용이 중요한 상품임을 인식하고 정책을 펴야한다.
서지명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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