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사내에 적립하던 퇴직금 제도를 대체해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된지 9년이 지났다. 안전자산 위주의 자산운용과 낮은 연금 수령비율 등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지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올해 안에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양적인 성장을 이뤄낸 가운데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퇴직연금 도입과 성장을 위해 발로 뛰어온 퇴직연금전문가 10인을 선정,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퇴직연금은 대기업 중심의 도입 성과는 있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경우 아직 가입률이 저조하고 여전히 개인형퇴직연금(IRP) 제도를 통한 중간정산이 많다는 점에서 한계가 있습니다. 100점 만점에 80점을 주고 싶네요.

방하남 연세대 행정대학원 특임교수(전 고용노동부 장관,
사진)은 9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이 우선시 돼야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방 교수는 "다양한 제도상, 운영상의 문제점과 한계로 인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은 필요하다"며 "이동이 빈번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안정적인 제도운영과 위험분산이 가능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퇴직연금 제도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R&D)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운영현황에 대한 모니터링, 자료의 축적 및 평가, 이해당사자들간의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4대 고용노동부 장관을 역임한 방 교수는 미국 벤더빌트대와 위스컨신대에서 사회학 석사, 박사학위를 마치고 귀국해 한국노동연구원에서 오랜기간 고용·노동정책연구를 연구하면서 정부의 각종 위원회와 국제기구의 자문위원 활동을 활발하게 해 왔다. 한국인구학회 수석부회장(2009-2010)에 이어 제18대 한국사회보장학회 회장, 제2대 한국연금학회 회장을 역임한 바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인구고령화와 노동시장 정책, 은퇴와 노후소득보장 등이다.
다음은 방 전 장관과의 일문일답.
-퇴직연금이 도입된지 9년이 지났다. 도입 이후 현재까지 전반적 성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대기업 중심의 도입 성과는 있으나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경우 아직 가입률이 저조하고 여전히 개인형퇴직연금(IRP) 제도를 통한 중간정산이 많아 제도의 안정적 확산에 있어서 한계가 있다. 100점 만점에 80점.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을 뭐라고 보나.
▲금융사업자 중심의 개별 계약제도로 운영되고 있어서 사업자나 기업 모두 마케팅, 계약 및 운용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초기 도입단계에서 시장의 과열경쟁으로 인해 공정게임의 원칙이 정착되지 못하고 기업-근로자 측에서의 높은 수익률 요구로 인해 운영사업자간의 변별력도 없어지게 됐다. 또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용돼야 할 퇴직연금이 1~3년의 수익률 경쟁으로 운용되고 있어서 장기적인 지속가능성이 낮다.
-퇴직연금 제도적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아직 여전히 퇴직일시금제도가 존재하고 있어서 제도 확산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중간정산이 여전히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어서 진정한 의미에서 노후소득원으로서의 효과에 한계가 있다. 개별계약제도로 운영됨으로써 규모의 경제, 장기안정적 운용이 힘들고 가입자 교육이나 정보의 제공 등에 있어서 어려움이 있다.
-최근 논란이 됐던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대해 전망한다면.
▲앞서 얘기한 다양한 제도상, 운영상의 문제점과 한계로 인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은 필요하다. 고용노동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방향대로 취약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을 위한 기금형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이 우선시 돼야 한다. 중소기업 기금형 퇴직연금제도가 도입되면 이동이 빈번한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 안정적인 제도운영과 위험분산이 가능해져서 플러스 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을 전망해 주신다면.
▲시장 경쟁이 과열돼 부정적인 영향들이 많았지만 경쟁력이 없는 사업자들은 점차 도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법-제도의 중심을 어떻게 잡아주느냐에 따라 퇴직연금 시장도 안정적으로 정리될 것으로 예상한다. 제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기업, 근로자들의 바른 이해와 판단이 관건이다. 연금사업자들의 경우 장기적인 안목에서의 파이를 키우는 장기전략들이 필요하다.
-퇴직연금 도입 과정 혹은 도입 이후 현재까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건이나 순간이 있다면.
▲2000~2002년 사이 약 3년여간 학계전문가그룹과 노동-경영계는 물론 업계의 담당자들이 퇴직연금제도의 도입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연구했다. 제도의 도입형태와 운영방향들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해외연수도 함께 다니면서 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마련된 점 기억에 남는다.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각 이해당사자들(근로자, 사용자, 금융기관, 정책당국 등)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기업, 근로자, 사업자 모두 퇴직연금은 근로자들의 장기적인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위해 함께 키워나가야 할 나무로 생각하는 공유가치 의식이 필요하다. 퇴직연금제도의 발전을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R&D)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기관은 퇴직연금제도의 운영현황에 대한 모니터링, 자료의 축적 및 평가, 이해당사자들간의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서지명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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