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라이나생명, IT인력 50% 감축 수순…외주화 놓고 노사 갈등 확산
2026-07-27 06:00:00 2026-07-27 10:00:48
 
[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라이나생명이 창사 이래 처음으로 IT 부문 희망퇴직을 실시한 데 이어 잔류 인력에 대한 대규모 전환 배치에 나섰습니다. 희망퇴직 신청자와 타 부서 이동 대상자를 합치면 전체 IT 인력의 절반에 달하는데요. 노동조합은 회사가 IT 업무 외주화를 위해 정규직 인력을 대폭 줄이려 한다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라이나 IT 조직 대거 인력 감축 시도
 
24일 <뉴스토마토> 취재에 따르면 전국사무금융서비노동조합 라이나유니온지부는 라이나생명과 자회사 라이나원(보험대리점·GA)의 IT 조직 구조조정이 정규직 인력을 대폭 줄이고 업무를 외주화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전면 철회를 촉구하고 나섰습니다.
 
<뉴스토마토>가 입수한 라이나생명·라이나원 IT 부문 희망퇴직 및 부서 이동 계획 현황을 보면 IT 부문 직원 총 97명(라이나생명 79명·라이나원 18명) 가운데 28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19명이 타 부서 이동 대상에 포함됐습니다. 두 인원을 합하면 47명으로 전체 IT 인력의 48.5%에 해당합니다. 계획대로 희망퇴직과 부서 이동이 진행될 경우 기존 IT 조직에서 근무하는 인력은 사실상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게 됩니다.
 
앞서 라이나생명은 지난 3일 IT 부문 조직 재정비를 이유로 창사 이후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다고 밝혔습니다. 회사는 희망퇴직을 선택하지 않는 직원에게는 다른 업무로 전환할 기회를 제공하고, 근속 연수에 따라 업계 최고 수준인 최대 48개월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겠다는 방침도 함께 내놨습니다.
 
하지만 노조는 희망퇴직 이후 사측이 제시한 부서 이동 계획이 퇴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희망퇴직 신청자가 회사가 기대했던 감축 규모에 미치지 못하자 추가 면담을 진행하고 다른 부서로 이동시킬 계획이라는 설명입니다. 노조는 사 측이 최종적으로 현재 IT 인력의 절반가량만 기존 조직에 남기는 것을 목표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찬희 라이나유니온지부장은 "IT 전문 인력을 업무 연관성이 없는 부서로 발령 내는 것은 사실상 퇴직을 종용하는 행위"이라며 "정규직 인력을 내보낸 빈자리를 아웃소싱으로 돌려 고용불안정을 유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노조는 이번 대규모 인력 감축 배경에 라이나생명 대주주인 미국 보험그룹 처브(Chubb)의 조직 효율화 전략이 자리 잡고 있다고 봤습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3일 라이나생명·라이나원 IT 부문 직원을 대상으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회사가 처브 본사의 IT 효율화 방침에 따라 인력을 줄이고, 인력 감축으로 발생하는 업무 공백은 외주화를 통해 보완하는 방안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업무 외주화를 위한 사전 움직임으로 의심되는 정황도 나타났다는 게 노조 측 주장입니다. 노조에 따르면 라이나생명과 외주 계약을 맺고 있는 디비아이엔씨(DB Inc.)는 최근 라이나 IT 조직에서 수행하던 업무와 유사한 직무의 채용 공고를 게시했습니다. 글로벌 보험 전문 매체 인슈어런스 비즈니스(Insurance Business)도 지난해 말 처브그룹이 디지털 전환 전략의 일환으로 3~4년 이내에 최대 20% 인력을 감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라이나노조가 사 측으로부터 전달받은 내용을 재구성한 DT(IT) 부문 인력 감축 계획 현황. (사진=뉴스토마토)
 
본사 2200억 배당…조직은 효율화
 
처브그룹은 2021년 미국 시그나그룹으로부터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인수한 후 최대주주에 올랐습니다. 현재 처브그룹은 국내에서 △라이나생명 △처브라이프 △라이나손해보험 △라이나원을 계열사로 두고 있습니다. 이 중 총자산 8조6371억원 규모의 라이나생명이 핵심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라이나생명 당기순이익은 △2023년 5113억원 △2024년 4643억원 △2025년 3564억원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업계 '빅3'에 해당하는 한화생명(088350)의 작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3133억원)보다 높은 수준입니다.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역시 지난해 기준 343%로 농협생명(413%)에 이어 생명보험업계 최상위권에 달해 업계에서는 우량한 기업으로 손꼽힙니다.
 
배당성향도 높습니다.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처브그룹에 순익의 약 62%에 해당하는 2200억원을 배당했습니다. 2023년엔 1200억원(배당성향 23%), 2024년엔 3000억원(배당성향 65%)으로 배당 규모가 크게 늘어난 모습입니다.
 
정 지부장은 "사 측은 대규모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납득할 만한 근거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실적이 다소 줄었더라도 여전히 높은 순익을 내는 회사가 미국 본사에는 22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추진하면서 정작 국내에서는 효율화를 이유로 조직을 대폭 축소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처사"라고 꼬집었습니다.
 
노조는 이번 인사가 단체협약에서 규정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희망퇴직을 명분으로 한 모든 추가 구조조정 계획 즉각 중단 △핵심 IT 기능 외주화 추진 즉각 중단 및 내부 전문 인력 육성 △50% 인력 운영 계획 철회 및 고용안정을 전제한 조직 운영 방안 마련 △업무 경험과 커리어를 고려하지 않은 부서 이동 중지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노조는 이날 오전까지 회사로부터 부서 이동 계획을 중단하겠다는 확답을 받지 못할 경우 다음주부터 사무금융노조와 연대해 본격적인 투쟁에 돌입한다는 방침입니다. 정 지부장은 사 측이 기존 입장을 변경했다는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라이나생명 측은 이에 대해 "인사에서 노조와 협의가 계속되고 있는 단계"라며 "최종적으로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라이나생명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라이나타워. (사진=뉴스토마토)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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