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퇴직연금 핵심 10人-④김성일 KG제로인 퇴직연금연구소장
"퇴직연금 사업자들만의 리그..가입자교육 현실화해야"
전담 연구소 설립 필수..내년이 연구소 설립 원년될 것
2014-12-14 10:10:00 2014-12-15 09:24:31
기업이 사내에 적립하던 퇴직금 제도를 대체해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된지 9년이 지났다. 안전자산 위주의 자산운용과 낮은 연금 수령비율 등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지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올해 안에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양적인 성장을 이뤄낸 가운데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퇴직연금 도입과 성장을 위해 발로 뛰어온 퇴직연금전문가 10인을 선정,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우리나라는 금융문맹(financial illiteracy) 수준입니다. 퇴직연금을 통해 투자하고 노후를 준비하는 제도상의 취지를 살리리 위해 가입자교육을 하고 있지만 미미하며, 그나마도 서면교육에 그치고 있습니다."
 
김성일 KG제로인 퇴직연금연구소장(사진)은 9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퇴직연금 가입자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서는 퇴직연금 제도 운용의 정상화는 기대하기 힘들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퇴직연금 의무화를 앞두고 퇴직연금 전담 연구소 설립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소장은 "우리나라 퇴직연금 제도를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대외적으로 제도진화의 방향을 제시돼야 한다"며 "내년이 연구소 설립의 원년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퇴직연금 전문가 육성에 앞장서고 있다. 장기신용은행 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 국민은행 경영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오픈테크 마케팅 이사, 한국 퇴직연금 리서치 대표이사, 동양증권 퇴직연금연구소 소장 등을 역임했으며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개정위원을 지냈다.
 
다음은 김 소장과의 일문일답.
 
-퇴직연금이 도입된지 9년이 지났다. 도입 이후 현재까지 전반적 성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퇴직연금 자산운용이 대부분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되고 있다. 2012년 이래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원리금보장상품 금리로 인해 노후 준비 자금마련에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제도의 중추적 역할을 해야 하는 사용자와 가입자들의 참여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퇴직연금 사업자들만의 퇴직연금제도가 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평균 63점을 주고 싶다.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을 뭐라고 보나.
 
▲적립금 운용에 대해서는 보다 정확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 2012년 이전과 그 이후를 구분할 필요가 있는데 2012년 이전에는 확정급여(DB)형, 확정기여(DC)형 모두 원리금보장상품으로 운용하는 것이 최선의 투자방법이었다. 퇴직연금사업자들의 과당경쟁으로 높은 금리가 보장됐기 때문이다.
 
2012년 이후 원리금보장상품금리가 급속 하락하는 시점에서 실적배당형 상품으로의 자산편입비중 재조정(리밸런싱)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 가입자들의 투자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일천하다는 것의 방증이다. 다만 퇴직연금 사업자들의 실적배당형 상품에 대한 공격적 마케팅으로 약간 늘어나는 수준이다.
 
제도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할 때 자칫 원리금 손실을 초래할 수 있는 현재와 같은 적립금 운용은 시급히 변화돼야 한다.
 
-퇴직연금 제도적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강력한 퇴직연금 가입자교육을 실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지지부진하다. 가입자교육은 퇴직연금제를 제대로 운영하게 하는 핵심중의 핵심이다. 가입자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기가 가입한 퇴직연금제도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어처구니 없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퇴직연금제도의 키워드는 투자다. 퇴직연금제를 통해 투자를 하고 노후를 준비하라는 제도상의 취지인 가입자교육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이뤄진다고 해도 서면교육으로 대체돼 효과가 없다.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 가입자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고서는 퇴직연금제도의 운용의 정상화는 기대하기 힘들다.
 
-최근 논란이 됐던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대해 전망한다면.
 
▲퇴직연금 기금형의 경우 핵심적인 도입이유는 적립금 자산운용의 정상화다. 현재와 같이 DB형이 원리금보장상품으로 98%이상 운용되는 것을 기금화해 전문자산운용 시스템을 통해 보다 현실적인 자산운용을 하자는 것이다. 기금형의 경우 과연 전문 자산운용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가능한지, 그에 수반되는 비용은 감당할 수준인지, 우리의 현실에 맞는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 한다.
 
다만 현재의 DB형도 투자원칙보고서 작성 의무화를 통해 어느 정도는 기금형의 이점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투자원칙보고서 작성의 의무가 퇴직연금 사업자들이 대행해 주는 요식행위로 그칠 경우, 기금형제도의 도입을 진취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을 전망해 주신다면.
 
▲향후 퇴직금제도가 없어져 퇴직연금제도가 의무화되면 시장은 폭발적으로 증대할 전망이다. 하지만 그 시장이 과연 가입자들을 위한 시장인지 의문이다. 가입자가 주인이 되는 퇴직연금 시장이 돼야 우리나라의 건전한 노후복지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게 된다. 가입자가 퇴직연금제도를 주도하게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가입자교육의 활성화·정상화가 전제돼야 한다.
 
사용자들도 퇴직연급제도가 사내 복지제도의 일환이라는 인식전환이 시급하다. 앞으로는 모든 퇴직연금가입자들이 개인형퇴직연금(IRP) 계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이것 역시 투자라는 핵심고리와 맞물려 있다. 선제적으로 가입자들이 자산운용에 대한 교육이나 정보제공을 해야만 할 것이다.
 
-퇴직연금 도입 과정 혹은 도입 이후 현재까지 기억에 남았던 사건이나 순간이 있다면.
 
▲올해 8월 발표된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이 기억에 남는다. 퇴직연금 담당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 단독으로 제도 개선을 했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었겠지만 유관기관들의 집중적인 태스크포스(TF) 작업으로 필요한 개선점을 한번에 제시할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전례를 찾아 보기 힘든 획기적인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고용노동부 산하의 퇴직연금제도 전문 연구기관이 없었다는 것은 매우 아쉬운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자산운용에서의 안전책 마련이나 가입자교육의 선진화 같은 방은은 이번 대책에서 제외됐다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각 이해당사자들(근로자, 사용자, 금융기관, 정책당국 등)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근로자의 경우 우선 퇴직연금 제도가 투자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스스로 퇴직연금 제도나 투자에 대해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다. 투자를 배제한 노후준비는 불가능하다.
 
사용자에 대해서는 자사의 모든 근로자가 IRP 계좌를 가지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는 향후 저금리 시대가 계속될 경우 자사의 근로자들이 IRP를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운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퇴직연금 제도가 자사의 사내복지제도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근로자들의 제도운용에 대해 적극적인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제도를 운영해야 한다.
 
사업자들의 경우 현재와 같은 금리경쟁을 지양하고 가입자들이 보다 안심하고 실적배당형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안전책을 마련해야 한다. 가입자교육도 중요하지만 가입자들이 위험대비 수익이 보장된 안정적인 펀드를 선택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울러 창구에서 가입자들에게 퇴직연금 자산운용 컨설팅을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정책당국은 현 시점에서 우리나라 퇴직연금 제도를 보다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대외적으로 제도진화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도록 '퇴직연금 전담 연구소' 설립이 필수다. 향후 퇴직연금 제도가 의무화 되면 기존의 사적 연구기관에 제도발전을 맡길 수 없다. 내년이 연구소 설립의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서지명 경제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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