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퇴직연금 핵심 10人-⑥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
저소득 취약계층 '퇴직연금 사각지대' 형성
"디폴트옵션 제도 마련..전업주부·대학생 도입 적극 검토해야"
2014-12-14 10:30:00 2014-12-15 09:34:20
기업이 사내에 적립하던 퇴직금 제도를 대체해 도입된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된지 9년이 지났다. 안전자산 위주의 자산운용과 낮은 연금 수령비율 등 여전히 가야할 길은 멀지만,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올해 안에 1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양적인 성장을 이뤄낸 가운데 정부의 사적연금 활성화 방안으로 새로운 성장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이에 뉴스토마토는 퇴직연금 도입과 성장을 위해 발로 뛰어온 퇴직연금전문가 10인을 선정,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편집자주]
 
류건식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사진)은 "투자지식이 부족한 저소득 취약계층이 안정적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디폴트옵션과 같은 제도적장치 마련히 시급하다"고 말했다.
 
류 실장은 10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높은 반면,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11.1%에 불과해 퇴직연금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장기적으로는 저소득 전업주부, 대학생 등에 대한 퇴직연금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50세이상 중장년층에 대해 공제한도를 추가로 인정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폴트 옵션은 (Default option)은 연금 가입자의 운용 지시가 없을 경우 각 금융사가 자체 투자전략에 따라 자산을 운용하는 제도다.
 
류 실장은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의 노후소득보장체계에서 가장 손꼽히는 전문가다. 보험계리사로 삼성금융연구소 수석연구원, 보험감독원 연구위원, 보험개발원 선임연구위원을 거쳐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으로 있다. 사학연금 재정재계산 위원회 위원, 한국교직원공제회 리스크관리 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보건복지부 등에서 주관하는 연금관련 각종 TF 및 연구용역에 참여했다. 퇴직연금 정착을 위한 제도개선방안 연구, 퇴직연금제도의 운용실태분석 등 150여편의 논문을 집필했다.
 
다음은 류 실장과의 일문일답.
 
-퇴직연금이 도입된지 9년이 지났다. 도입 이후 현재까지 전반적 성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호주 등 선진국에 비해 퇴직연금 가입률과 퇴직연금 적립금 수준 면에서 미흡함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제도 개선 등을 통해 외형적인 성장을 시현하고 있다. 퇴직연금 중심의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으로 노후소득보장제도의 한축으로 퇴직연금제도가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한다. 총점 60점.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에 있어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투자손실을 피하기 위해 안정적으로 적립금이 운용되다 보니 수익률이 크게 오르지 못해 노후자산 확보에 어려움이 있다. 충분한 노후자산 확보를 위한 실적배당형 상품 운용과 장기적인 퇴직연금 특성에 부합한 적립금 운용(장기투자)이 이뤄지도록 지속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 보험사, 증권사들의 퇴직연금 수익률은 지난 2분기 현재 1%를 밑돈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내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중 약 92.6%가 예·적금과 같은 원리금 보장형으로 운영되고, 이중 81.9%는 만기 1년 이하의 단기성 상품으로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또 투자지식이 부족한 저소득 취약계층이 안정적 수익률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적장치, 예컨대 디폴트옵션제도 등이 미흡하고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한 투자교육(가입자 교육)이 부진하다.
 
-퇴직연금 제도적 측면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인가.
 
▲퇴직급여의 연금화 미흡, 저소득계층의 퇴직연금 사각지대, 부족한 수급권보호 장치 등이 문제다.
 
은퇴 후 노후 대비를 위해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는 연금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퇴직자의 98%는 퇴직금을 연금보다 일시금으로 수령하는 것을 선호해 은퇴자금이 조기에 소진될 우려가 있다.
 
대기업의 퇴직연금 도입률은 높은 반면, 10인 미만 영세사업장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11.1%에 불과해 퇴직연금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저소득 전업주부, 대학생 등에 대한 퇴직연금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50세이상 중장년층에 대해 공제한도를 추가인정하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
 
-최근 논란이 됐던 기금형 퇴직연금 제도 도입에 대해 전망한다면.
 
▲기금형 퇴직연금제도는 장기적으로 근로자의 선택폭을 확대하고 퇴직연금 시장을 보다 활성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근로자의 수급권보호 차원에서 기금을 운용하는 수탁자에 대한 주의의무, 충실의무, 자산배분의무 등과 같은 수탁자책임 규제가 정비돼 있는지 검토가 필요하다. 연금지급보장제도, 연기금 리스크감독체계 등과 같은 기금형 제도 인프라 구축에 대해 사전에 체계적으로 검토돼야 한다.
 
-앞으로 퇴직연금 시장을 전망한다면.
 
▲앞으로 퇴직연금시장은 확정기여(DB)형 중심으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정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퇴직연금 기금제도 도입 등으로 영세사업장의 퇴직연금가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퇴직연금 제도가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향후 연금화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체계적으로 마련되고, 실질적인 수급권 보호장치 등이 구축될 필요성이 있다.
 
-퇴직연금 도입 과정 혹은 도입 이후 현재까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사건이나 순간이 있나.
 
▲정부가 지난 8월27일 발표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의 95%가 퇴직연금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뜻깊었다. 특히 정부가 퇴직연금제도를 노후소득보장제도의 한축으로 인식하고 그 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된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퇴직연금이 노후소득보장이라는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각 이해당사자들(근로자, 사용자, 금융기관, 정책당국 등)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퇴직연금제도는 단순한 하나의 금융상품이 아니라 국민들의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노후소득보장제도라는 기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특히 퇴직연금제도의 주인인 근로자가 보다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할 수 있도록 사용자, 금융기관, 정책당국의 부단한 노력과 책임이 요구된다. 공급자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운용되는 제도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서지명 경제부 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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