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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두 번째 화살
2020-07-20 06:00:00 2020-07-20 06:00:00
남이 쏜 화살에 맞은 사람이 있다고 하자.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다. 치료 이외의 다른 행위를 할 필요는 없다. 치료 이외의 모든 행위는 상태를 악화시킨다. 누가 어디에서 쏘았는지, 어떤 활과 화살로 쏘았는지, 활과 화살은 무엇으로 만들어졌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가장 좋지 않은 행위는 상처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다.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을 부르는 일이다. 보통 두 번째 화살은 자신이 쏜 화살이다. 상처를 더 악화시키는 것은 자신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고통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통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치료가 필요하다. 
 
현대인들은 구조적으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모든 것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고통을 해결하기 위한 과정이 오히려 더 많은 고통을 낳고 있다.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을 거침없이 쏘고 있다. 상대방과 자신에게 쏘고 있다. 
 
최근 세 가지 사례는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에 해당한다. 화살을 쏘고 맞는 사람만이 아니라 일반인들도 고통을 받고 있다. 개인의 고통은 사회의 고통과 연결되어 있다. 현대처럼 연결성이 고도화된 사회에서는 모든 것이 실시간으로 중계된다. 다른 이의 고통도 곧바로 실시간 중계된다. 개인의 고통이 곧 사회의 고통으로, 다른 사람의 고통으로 바뀐다. 
 
먼저, 검찰을 둘러싼 논쟁이 여기에 해당한다. 현재 법무부장관과 검찰총장의 대립은 대화와 협력이라는 기본 태도에서 벗어나 있다. 서로에게 의심과 불신의 화살을 계속 쏘고 있다. 원래 장관과 총장은 서로 협력하여 검경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신설에 진력해야 한다. 이 과제는 서로 협력하더라도 성과를 내기 힘들 정도로 큰 개혁과제다. 대화와 협력이 중요한데 현재는 의심과 불신이 이들 사이에 놓여 있다. 먼저 검찰총장은 검찰개혁에 적극 나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검찰개혁에 저항해서는 안된다. 이미 검찰개혁 법률은 통과되었다. 공직자는 법률을 집행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의심과 불신, 저항의 화살을 쏘아 위태롭게 된 것은 검찰 조직이고 개별 검사다. 사회와 국가다. 법무부장관 역시 존중과 협력의 정신을 깊이 새겨야 한다. 장관은 국정을 안정시킬 무거운 책무를 지고 있다. 먼저 대화를 해야 한다.
 
다음으로 부동산을 둘러싼 논란이 두 번째 화살에 해당한다. 부동산 폭등으로 서민들은 깊은 고통을 받고 있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서둘러 마련했다. 정부의 새로운 정책이 효과를 보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정부는 두 번째 화살을 쏘고 말았다. 청와대 비서실장 등 고위공무원들이 2채 이상의 집을 처분하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다. 정책의 신뢰는 떨어졌고 서민들은 다시 상처를 입었다. 고통에 고통을 더하는 두 번째 화살이다. 약속을 지키지 않은 고위공무원들도 상처를 입었다. 이들도 약속만 지켰어도 입지 않을 상처를 두 번째 화살로 맞고 말았다. 사회적 신뢰를 확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었던 사건은 고통을 주는 불신의 사례로 남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고 박원순 시장 문제를 처리과정에서 우리는 두 번째 화살, 세 번째 화살을 보고 있다. 의심과 불신의 화살을 서로 쏘고 있다. 고 박원순 시장의 자살, 성추행 사건은 개인과 사회에 큰 고통을 주는 화살이다. 이 고통만으로도 힘에 부칠 지경이다. 그런데 이 큰 사건을 두고 서로 의심과 불신의 화살을 계속 쏘아대고 있다. 자신에게도 쏘고 있다. 화살을 쏘는 자도, 화살을 맞는 자도,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자도 모두 고통스럽다.  
 
두 번째 화살을 쏘지 않고 또 맞지 않으려면 진실, 정진과 인욕의 길 밖에 없다. 극단을 배격하고 참모습에 기초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진실의 길, 상대방의 허물을 보면 나의 허물을 고치고, 잘못이 있다면 먼저 고백하고 용서를 구하는 정진의 길, 남의 비방과 욕설에도 화내지 않고 자신을 다스리는 인욕의 길이 필요하다. 더 큰 고통을 부르는 두 번째 화살을 피하는 길이다. 이 길에 섰을 때만 나와 상대방과 세상 모든 사람들의 고통이 조금이라도 줄어들 것이다. 
 
김인회 인하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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