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발 검찰 외풍…윤의 자기모순
'검찰 독립' 스스로 뒤집은 윤 대통령
'불신임' 검찰총장, 임기 보장 여부 관건
22대 국회서 '검찰 개혁' 탄력 예상
2024-05-14 17:43:07 2024-05-14 18:03:39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국면전환 카드를 띄운 윤석열 대통령이 악수에 빠졌습니다. 집권 3년 차를 맞아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하던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등 대규모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기습적으로 단행하면서 검찰 장악 수순에 들어갔는데요. 과거 '검사 윤석열'은 정치권력 등 외풍으로부터 검찰을 보호하겠다고 주장했지만, 현재 '대통령 윤석열'은 가족 보호를 위해 검찰 독립도 스스로 뒤집어버리는 자기모순을 보여줬습니다.
 
'정치는 검찰 수사하듯, 검찰 수사는 정치하듯' 하는 윤석열정부를 향해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는 가운데, 향후 관건은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 여부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사실상 윤 대통령의 '불신임'을 받고 남은 4개월 임기 동안 수사지휘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는데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2년 임기를 보장한 검찰총장이 중도 하차한다면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전반적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김건희 수사 '원천봉쇄'…윤의 '마지막 몸부림'
 
정치권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단행된 법무부의 검찰 고위급 인사는 서울중앙지검장 등의 교체를 통한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 통제'에 방점이 찍혔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검찰총장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에 대한 신속한 수사를 지시하고 11일 만에 갑작스럽게 단행된 인사여서 대통령실이 이 총장에 대한 '불신임'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까지 나오는 실정입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집권 3년 차를 맞은 윤 대통령이 마지막 보루인 검찰까지 흔들며 사실상 검찰 장악 수순에 들어갔다고 보는 시선이 많습니다. 특히 검사 시절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좌고우면하지 않고 원칙대로 수사한다"고 주장했던 윤 대통령이 대통령이 돼선 오로지 '김건희 보호'만 외치며 사람에게 충성을 요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요. 정치적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조하던 윤 대통령이 스스로 이를 뒤집는 자기모순이자 자가당착이라는 뼈아픈 비판이 나옵니다. 
 
정치권에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거센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검찰을 더 세게 틀어쥐고 방탄에 나서겠다는 신호탄"이라고 비판했으며, 진성준 정책위의장도 "검찰의 대규모 인사는 영부인 수사를 원천봉쇄하려는 대통령 의지가 담긴 인사였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국회의장 경선을 준비 중인 민주당 추미애 당선인도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출연해 "(김 여사) 수사팀이 공중분해 됐다. 한 마디로 '수틀막', 수사를 틀어막는 인사"라고 꼬집었으며,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 인사를 보니 그저 마지막 몸부림 같다. 그렇게도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했던) 2016년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랐건만 'T익스프레스'를 탄다"고 비판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열린 스물다섯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사진)
 
4개월 남은 검찰총장 임기 보장 '관건'
 
향후 관건은 검찰총장의 임기 보장 여부입니다. 이 총장의 임기는 오는 9월까지입니다. 검찰총장의 임기는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2년 임기를 보장하는데요. 이 총장이 사실상 윤 대통령의 불신임을 받고 남은 4개월 동안 수사지휘권을 정상적으로 행사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이 많습니다. 만약 이 총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 하차할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검찰 전반의 신뢰는 한순간에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는 게 정치권의 관측입니다. 
 
검찰개혁은 지난 30년간 보수·진보 정부를 가리지 않고 꾸준히 거론돼 온 의제입니다. 검찰 중립성 보장과 개혁 논의는 김영삼정부에서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본격 거론되기 시작했습니다. 김대중정부는 역대 정부 처음으로 검찰 문제를 국정과제로 선정했지만, 실질적인 개혁은 추진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검찰개혁에 나섰습니다. 2004년에는 검찰의 상명하복 문화를 담고 있던 검찰청법 제7조(검사동일체의 원칙)를 삭제한 법률 개정안도 통과됐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추진하자 검찰의 반발은 예상보다 더 컸고 더 이상의 진전은 없었습니다.
 
이명박정부에서는 검찰 수사를 받던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하면서 검찰의 '표적 수사' 문제가 제기됐고, 박근혜정부에서는 출범 초기인 2013년 4월 중수부가 폐지됐지만 검찰의 영향력을 축소할 순 없었습니다. 문재인정부는 가장 고강도의 검찰개혁 작업을 추진했고 상당 부분 법률에 반영해 제도화에도 성공했습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출범했고,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으로 불리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도 통과됐습니다. 하지만 초기 검찰개혁에 드라이브만 건 채 반쪽짜리 개혁에서 그쳤습니다.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 여론은 여전히 높습니다. 실제 14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결과(지난 11~12일 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무선 ARS 방식·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53.1%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즉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폐지하고 기소권만 가지게 하는 것에 대한 찬반'을 구하는 질문에 "찬성한다"고 답했습니다.
 
윤석열정부 들어 검찰 독재에 대한 국민들의 반감이 커지면서 검찰개혁을 향한 국민들의 여론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오는 30일 개원하는 22대 국회에서는 검찰개혁이 회기 초반부터 도마 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은데요. 192석을 확보한 범야권이 공통으로 검찰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개혁안을 공약했기 때문에 검찰개혁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이 14일 국회에서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임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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