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과 기업)"피할 수 없는 국제 분쟁…건설·에너지·조선, 대비 필요"
한민오 피터앤김 변호사, 중소 건설사 대리한 국제 중재서 승소 이끌어
글로벌화로 기업 간 상사 분쟁 증가…미국 대선·전쟁에 투자환경 변화 주목
2024-05-15 06:00:00 2024-05-15 06:00:00
 
[뉴스토마토 백아란 기자] 고금리와 인플레이션으로 글로벌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지속 성장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우리 기업의 민첩한 대응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기업 지배구조와 인수합병, 산업안전, 공정거래 등 분야별 로펌 변호사를 통해 기업이 직면한 환경 변화와 그에 따른 대응 방향을 짚어봅니다. (편집자주)
 
"다윗이 골리앗을 이겼다."
 
최근 한국 중소건설사가 중국 대형 그룹사를 상대로 국재중재 사건에서 승리하자 나온 반응입니다. 상대적으로 덩치가 작은 건설사가 해외 공사현장 미수금을 받기 위해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분쟁을 벌여 공사대금을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중재 뒤에는 국제중재 전문 로펌인 피터앤김(Peter&Kim)의 한민오 변호사가 있었습니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중국 다자보험(전 안방보험) 간 국제소송을 비롯해 반덤핑 WTO 분쟁 자문과 국내·외 건설중재 및 해외건설 프로젝트 관련 자문을 다수 수행한 한민오 변호사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정당한 권리를 확보하는 데 집중했다”며 “기업 비즈니스 범위가 넓어지면서 투자자·국가 간 분쟁해결(ISDS) 등 투자조약 분쟁뿐만 아니라 기업 간 상사분쟁도 늘어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 기업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라고 조언했습니다. 
한민오 피터앤김 변호사 모습.(사진=뉴스토마토)
 
기업이 국제 분쟁에 휘말리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국가별 법체계를 숙지하고 적극적으로 분쟁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입니다. 서울대 법대에 이어 영국 KCL(King's College London)에서 건설법 및 분쟁해결 특화 석사 학위를 취득한 한 변호사는 “로펌은 (받은 재료로) 요리를 잘 해서 판정부에 잘 전달하는 역할”이라며 “국가별로 이해관계가 다르고 대선이나 전쟁과 같은 예측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있지만 (자료 수집 등을 통해) 대응체계를 구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은 한민오 피터앤김 변호사의 일문일답입니다.
 
- 최근 국제 중재 사건의 트렌드는 무엇이며 주목할 이슈로는 무엇을 꼽으십니까.
앞으로 국제분쟁이 벌어지는 산업 범위는 갈수록 확대될 것으로 보입니다. 다국적 기업의 영토가 넓어지다 보니 국제 분쟁 트렌드 역시 인수합병(M&A)이나 금융·부동산 투자손실과 같은 전통적인 것에서 제약·바이오나 암호화폐와 같은 새롭게 활성화하는 산업에 대한 분쟁이 많아지고 있으며 건설, 조선, 에너지 관련 사업이나 JV(조인트벤처) 주주 간 분쟁 등으로 다양화되는 추세입니다.
 
신냉전과 관련해서는 국제 정세가 불안해지면 해당 국가와 거래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 불확실성이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국내 발전회사의 경우 러시아로부터 석탄을 수입하는 등 거래하고 있는데, 거래대금 미결제와 같은 잠재적인 분쟁 가능성이 있습니다. (2~3년 주기로 돌아가는 경기 사이클을 고려할 때) 중장기적으로는 방산 관련 분쟁이 많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 중동 분쟁이 발발한 상황입니다. 해외건설 시장에 대한 영향은 어떻게 보십니까.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과 같은 상황이 발생했을 때 당장 우리 기업들이 직접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됩니다. 한편 유가가 상승할 경우 신규 프로젝트가 많아질 수 있는데, 그렇다고 수주 측면에서 무조건 유리하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중국 건설사 등과의 가격 경쟁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선이나 건설 프로젝트의 경우 국내 기업들은 단순 시공에서 나아가 원전 등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는 프로젝트에 주력하는 상황입니다. 결국 타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어떤 기술력을 갖고 대처하느냐가 더 중요해졌습니다.
 
한민오 피터앤김 변호사가 국제분쟁 트렌드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 중국 CGGC를 상대로 한 ICC국제중재에서 매린을 대리해 최종 승소했습니다. 그 과정은 어땠습니까.
국재 중재는 단심제로 항소가 없고 취소 소송 역시 드물게 인용되기 때문에 기업이 분쟁 준비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건설 분쟁의 경우 하자 여부나 공기 지연, 추가 공사 지시 여부 등 기술적인 이슈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본건의 경우 디스커버리(증거 개시) 제도 등을 활용해 손해 증빙을 잘 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사건 수행부터 구두변론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면서 의뢰인과 일관되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매린건은 최종적으로 공사대금 970만 달러에 중재 소송 관련 비용 180만 달러까지 포함해 모두 1150만 달러(한화 약 153억원)를 받았습니다. 이는 중재판정부가 ‘완승’이라는 명료한 판정을 내려준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매린 건 수임 이후 구두 변론 및 증인 신문을 진행하는 집중심리기일에 변론 전과정을 책임지고 수행했는데 국내 건설사의 억울함을 덜고 영국 대형 로펌과 상대해 승소했다는 점에서 보람이 있었습니다.
 
- 중재지로서 한국의 매력은 어떻게 보십니까.
현재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나 홍콩이 중재지로 많이 선택되는 편입니다. 중재지는 중재를 수행하다 해당 나라 법원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어느 법원으로 가야되는지를 결정하는 지표입니다. 이때 법원이 어느 정도 우호적인지 여부가 중요합니다. 또한 중재 판정이 나왔을 때 만약 중대한 위반이 있다면 중재 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원이 어디냐를 결정하는 것도 중재지입니다. 그런 점에서 싱가포르나 홍콩의 경우 중재 친화적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 역시 중재 친화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중재 판정에 대한 집행이나 사법 체계 역시 잘 갖춰져있어 매력적이라고 봅니다.
 
- 오는 6월 EU 의회 선거와 멕시코 대선이 있고 11월에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있습니다. 국제규제나 분쟁에 대해 기업이 대비할 부분이나 준비할 사안은 무엇입니까.
미국 대선과 같은 이벤트를 전후로는 해당 국가의 투자 환경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국내 기업들이 투자 환경이 변화했을 때 현지의 법적인 요건을 점검하지 않고 들어가는 경우가 있는데 예상치 못한 규제 난관에 부딪히면 오히려 손실을 보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배터리 공장을 미국에 증설한다고 하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의 동향이나 추세를 살펴봐야 합니다. 분쟁을 예방하는 차원에서도 법률이나 규제 등에 선제적으로 대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국내 기업이 해외에 진출하는 사례가 더더욱 늘고 있어, 국제 중재 분야의 시장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봅니다. 개인적으로 이러한 시대적 흐름에 맞춰 지속해서 새로운 업무 영역을 개척해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국제 무대에서 한국변호사로의 위상을 올리는 데 힘을 쓰고자 합니다.
 
 
 
 
 
 
 
 
 
 
 
 
 
 
 
 
 
백아란 기자 alive02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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