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 “앞선 기술만이 살아남는다”
맨손으로 시작한 30대 엔지니어, 20년 뒤 수천억원 매출 회사 일궈
“미래 OLED 시장, 원천기술 갖고 있는 우리가 주도한다”
“대한민국 미래는 해외시장에…‘청년 글로벌 보부상’에 기대”
2016-07-08 06:00:00 2016-07-08 09:53:30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무일푼의 엔지니어로 시작해 수천억원대 매출 기업을 일궈낸 대표적인 1세대 벤처기업인이다. 그는 “앞선 기술만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며 지금도 일선 현장에서 연구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황 대표는 단순히 기업 경영에만 열심인 것은 아니다. 그는 “우리 사회가 청년들에게 희망을 제시하고 안아 줘야한다”며 힘들어하는 청년들의 멘토를 자처한다. 사재를 털어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세웠고,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제안한 뒤 설립된 ‘청년희망재단’의 초대 이사장이기도 하다. 황 대표를 지난 1일 경기도 광주에 있는 주성엔지니어링 본사에서 만나경영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태양광 장비 등을 만드는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대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1세대 벤처기업인으로 평가받는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의 모습 사진/주성엔지니어링
 
1959년 경북 고령군 방앗간 집 5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난 그는 동양공고와 인하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전자를 거쳐 1986년 해외 반도체장비회사 ASM 한국법인에 입사하면서 반도체 업계와 인연을 맺는다.
 
1993년 ASM이 한국에서 철수하자 황 대표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주성엔지니어링을 설립한다. 그는 “당시 받았던 퇴직금은 집에 생활비로 주고 반도체 장비 컨설팅을 하면서 돈을 모았다”며 “2년간 돈을 모으고 기술을 연구해 1995년에서야 정식 법인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황 대표는 신생 기업이 기존 시장에 인정받는 길은 기술력이라고 믿고 기술개발(R&D)에 매진했다. 그 성과물이 1995년 세계 최초로 개발된 ‘Warm Wall Type UHV-CVD’(반도체 전공정 증착장비)이다. 해외시장에서 먼저 인정받았고, 국내 대기업들도 주성엔지니어링의 기술력에 주목했다.
 
황 대표는 “당시 반도체 장비와 같은 첨단분야에서 ‘국산은 나사 하나 조차도 사용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그러나 우리 기술이 외국에서 먼저 인정받자 국내 대기업들도 생산라인에 우리 장비를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첫해 13억원이었던 매출은 3년 만에 20배 이상 성장한다. 1997년 IMF 경제위기는 오히려 기회였다. 황 대표는 “경기가 안정적일 때는 대기업들이 변화보다 안정을 추구하지만 위기가 닥치면 생존을 위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제품을 찾는다”며 “‘난세에 영웅난다’라는 말도 있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2001년 한 국내 대기업과의 거래가 끊기면서 잠시 위기가 닥쳐왔지만, 신규 거래처 발굴과 사업다각화로 위기를 극복했다. 2007년에는 태양광 등 에너지 사업에 뛰어들었다. 초반 분위기는 좋았지만 2011년도부터 전세계적으로 태양광 산업이 흔들리면서 또 위기가 찾아왔다.
 
2010년 매출액 4230억원 영업이익 470억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은 주성엔지니어링은 이후 수년간 고난의 행군을 이어갔다. 지난해 매출은 1756억원, 영업이익은 153억이다. 2만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도 8000원대로 떨어졌다.
 
그렇지만 황 대표는 “올해는 반도체 업황 호조에 힘입어 반도체 분야 매출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고, 내년에는 디스플레이가 실적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며 “태양광도 꾸준한 매출을 이어갈 것”이라며 반전을 자신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가 연구원과 함께 장비를 들여다보고 있다. 사진/주성엔지니어링
 
“앞선 기술력으로 시장 선점, OLED는 우리가 주도한다”
 
황 대표의 자신감은 바로 주성엔지니어링이 가지고 있는 차별화된 기술력에서 나온다. 황 대표의 경영 철학은 ‘남들보다 앞선 기술로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다. 주성엔지니어링 홈페이지 대문에 있는 ‘세계 최초 기술, 세계에 오직 하나’(World’s 1st Technology, Only 1 in the World)라는 문구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주성엔지니어링 본사 8개 건물 중 6개가 R&D 공간이며, 전체 임직원 약 400명 중 65%이상이 R&D인력이다. 지난 20년 동안 투입된 금액은 총 5397억원으로, 세계 최초로 개발한 제품은 9종, 국내·외에서 확보한 특허는 1930여개에 달한다.
 
그중 황 대표가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원자층 증착’(ALD, atomic layer deposition) 기술이다. 반도체 웨이퍼나 디스플레이 패널에 원자층 단위로 얇고 균일한 가스막을 증착하는 기술로, 기존 ‘화학증기 증착’(CVD, chemical vapor deposition) 대비 100분의 1 수준으로 얇은 막을 입힐 수 있다.
 
황 대표는 “앞으로 미세공정이 대세가 될 것”이라고 예견하고 2005년 세계 최초로 ALD 장비 양산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너무 앞서갔다’는 평가가 대세였다. 브라운관(CRT)에서 액정디스플레이(LCD)로 넘어가는 시기에 ALD는 일종의 ‘오버 테크놀러지’였다.
 
그러나 최근 반도체 칩 회로 패턴의 미세화가 트렌드가 되고, 디스플레이 시장이 LCD에서 유기발광다이오드(OELD)로 넘어가는 것을 넘어 플렉서블·웨어러블·투명 디스플레이로 향하면서 황 대표의 예견이 빛을 발하게 됐다.
 
황 대표는 “휘어지면서도 투명한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얇은 막을 씌우는 것이 관건”이라며 “과거 CRT나 LCD는 일본 기업이 주도권을 가지고 갔지만 앞으로의 시장에서는 원천기술을 갖고 있는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술개발을 통한 시장선점’을 이야기하는 황 대표지만, 기술력을 가진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한다. 특히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들이 기술벤처기업을 적극 인수해 기술 확보 시간을 줄이고 시장 선점에 나서는 것이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황 대표는 “모방경제에서 창조경제로 넘어가는 현 시점에 대기업이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제품을 내놔야 해외시장 경쟁이 가능하지만 덩치가 커서 쉽지가 않다”며 “그 부족한 부분을 벤처기업이 채워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가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 ‘김기사’를 600억원에 인수했는데, 자기들이 기술개발을 못할 것 같아서 인수했겠나. 개발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다”라며 “대기업은 M&A시장에서 기술을 얼마나 싸게 사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데, 그러다가 시장 선점 기회를 놓치게 된다”고 꼬집었다.
주성엔지니어링 본사내 건물에 대형 태극기와 중국의 오성홍기가 걸려있다. 태극기는 항상 걸려있고, 외국 국기는 내방하는 고객사 국적에 맞춰 교체된다. 사진/뉴스토마토
 
“대한민국의 미래는 해외시장에 있다…청년들이 활약해주길”
 
황 대표는 회사 경영뿐만 아니라 외부 활동에도 적극 참여하는 기업인이다.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지냈고, 2010년에는 사재 20억원을 출연해 ‘청년기업가정신재단’을 세웠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9월 제안한 뒤 설립된 ‘청년희망재단’의 초대 이사장이기도 하다.
 
특히 그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2013년 3월 기업인 출신 최초로 중소기업청장에 내정돼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렇지만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본인 보유의 회사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백지신탁 문제가 발생했다.
 
3일간의 고심 끝에 그는 사의를 표명했고, ‘국가의 부름보다 개인의 이익을 앞세운 것’이라는 비판과 ‘어려운 회사와 개미투자자들을 배려한 용기있는 선택’이라는 호평이 교차했다.
 
그런 황 대표에게 최근 중기청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잠시 침묵한 그는 중기청이 아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KOTRA)를 칭찬하는 것으로 평가를 대신했다.
 
황 대표는 “30년 전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지금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대기업은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중소기업은 큰 차이가 없다”며 “가장 큰 이유는 해외시장 진출 여부로, 그동안 코트라는 대기업의 수출 지원에 주로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은 코트라가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돕고 있다”며 “중소기업의 성장에 꼭 필요한 일로, 코트라가 100점 이상으로 일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기업인 출신 최초의 중기청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주영섭 현 중기청장은 황 대표와 비슷한 논리로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또 기술 스타트업 육성과 M&A시장 활성화를 이야기한다. 중소기업계 발전에 두 사람이 비슷한 해법을 내놓은 셈이다.
 
황 대표는 지난 5월 청년희망재단 이사장직을 약 7개월만에 사임했다. 회사 경영에 전념해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충실히 대응하겠다는 의지가 컸지만, 희망재단을 둘러싼 여론의 높은 관심도 부담이었다.
 
황 대표는 “희망재단은 취업 때문에 고민하고 희망을 잃은 청년들을 지원하자는 목적으로 시작된 민간재단”이라며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전담기관처럼 인식됐다. 천천히 만들어 가야하는데, 왜 당장 성과가 없냐고 묻는 시선들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렇지만 황 대표는 “청년희망재단을 만든 것은 가장 훌륭한 일 가운데 하나”라고 평가한다. 그는 “3~40년 전 우리 사회는 청년들에게 희망을 가지라고 이야기했고, 희망을 가진 그 청년들이 지금의 대한민국 발전을 이끌었다”면서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는 청년들을 안아주지 못하고 청년의 귀중함을 잊어버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희망재단이 ‘청년 글로벌 보부상’ 사업을 추진한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5000만 인구는 전 세계 인구의 0.7%밖에 안 되고, 국토는 전 세계 면적의 0.07%에 불과하다”며 “결국 우리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해외에 있고 그 세계 시장을 어떻게 빨리 개척하느냐에 달려있는데, 청년들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능력은 충분하지만 일자리를 찾지 못해 힘들어하는 청년들이 많다”며 “그들을 글로벌 보부상으로 육성해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의 해외진출을 돕게 한다면, 청년일자리 문제도 해결하고 중소기업이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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