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철우·이혜지 기자] 정치권에선 기업형 자본을 옥죄는 규제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법안들은 대부분 투자자 보호와 사모펀드 운용사의 책임성과 건전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업계에서는 본사 수익 중심의 경영 구조 속에서 원가 부담과 판촉 비용 등이 점주에게 전가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규제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전문가들은 가맹점주의 수익성과 생존권까지 고려한 실질적인 보호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국회 본회의장에 의원들이 모여있다. (사진=뉴시스)
현행 발의 법안, 사모펀드 규제에 방점
15일 국회에 따르면 사모펀드 관련 법안은 2021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을 기반으로 투자자 보호 강화와 규제를 완화하는 게 핵심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홈플러스 사태 등이 발생한 뒤부터 최근 논의 또는 발의된 법안은 사모펀드의 운용 투명성 등이 중심이 됐습니다. 민주당 소속 한정애 의원(정책위의장)과 유동수 의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일부개정법률안을 각각 발의한 바 있습니다. 두 법안은 사모펀드의 무리한 차입매수와 자산 유출 부작용을 막고, 운용사의 책임성을 강화하는 게 골자입니다. 사후 점검 중심 체계에서 사전 관리 중심 체계로 개편하자는 취지입니다.
다만 방식에서 차이가 존재합니다. 한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기관전용 사모펀드(PE)의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억제하고 운용 투명성을 높이는 게 핵심입니다. 유 의원의 법안은 사모펀드를 실제로 운용하는 주체인 업무집행사원(GP)에 대한 자격 규제와 위법 행위 제재를 강화하는 데 방점이 찍혀 있습니다.
이 밖에도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 등이 사모펀드 규제 관련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일각에서는 사모펀드만을 규제하기 보다는 본사 중심 수익 중심 구조와 가맹점주의 수익성 등을 고려한 보호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모펀드 규제 강화만으로는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국내 사모펀드 기업에 인수된 프랜차이즈 업체들. (사진=연합뉴스)
사모펀드 인수 후 비용 전가…점주는 '사후구제'도 역부족
박주영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교수는 현행 자본시장법 개정 논의가 가맹점주 보호와는 거리가 있다고 짚었습니다. 박 교수는 "현재 국회에 제출된 사모펀드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공시·보고 의무, 회계감사, 레버리지 규제, 이해상충 방지 등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가맹점주는 사모펀드의 출자자가 아니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상 직접 보호 대상으로 포착되기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자본시장법은 사모펀드의 금융적 투명성을 다루고, 가맹사업법은 인수 이후 발생하는 거래관계의 공정성을 다뤄야 한다"며 "두 법의 연결이 없으면 펀드는 투명해졌지만 점주는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실태에 대해서는 사모펀드 인수 이후 비용 부담이 점주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박 교수는 "필수품목 범위 확대, 공급가격 인상, 광고·판촉비나 리뉴얼 비용 등 점주 부담 항목 강화가 대표적인 피해 경로"라고 했습니다. 이어 "사모펀드나 특수목적회사(SPC), 관계회사를 통한 간접적 이익 이전은 가맹사업법 체계 안에서 포착하기 어렵다"며 "실제 수익 구조가 지주회사, 물류회사, 식자재 공급회사 등으로 분산될 경우 점주는 누구를 상대로 어떤 책임을 물어야 하는지조차 불명확해진다"고 지적했습니다. 현행 권리구제 수단에 대해서도 "공급가격이 오르고 수익성이 악화된 뒤에야 신고하거나 소송을 제기하는 사후적 구제에 머물러 있는데, 가맹점주는 시간과 비용, 증거 확보 능력에서 본부보다 훨씬 약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제도 개선 방향으로는 한국 프랜차이즈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박 교수는 "한국 프랜차이즈는 로열티보다 차액가맹금과 물류마진에 의존하는 구조인데, 이 구조에서는 본부가 가맹점의 최종 수익성보다 공급마진에 더 민감해질 위험이 있다"며 "이를 점진적으로 러닝 로열티 구조로 전환하되, 신규 브랜드나 우수 프랜차이즈 인증, 정책자금 연계 등 유도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사모펀드 인수 시 지배구조 변경, 실질적 지배자, 인수 후 운영방침, 필수품목·공급가격 정책 변경 가능성 등을 정보공개서의 중요 기재사항으로 격상하고, 주요 정책 변경에 대한 사전 설명 의무와 가맹점사업자단체와의 실질 협의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박 교수는 "좋은 자본은 시스템을 고치지만 나쁜 자본은 시스템에서 현금을 짜낸다"며 "자본 유입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 자본이 가맹점과 함께 가치를 만들도록 제도적 방향을 잡는 것이 핵심"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차철우 기자 chamato@etomato.com
이혜지 기자 zizi@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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