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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채널제도 유명무실)②8800원 상품엔 EBS 3인방만…공익채널 홀대 여전
1만원 미만 저가 상품엔 공익채널 일부만 송출
의무송출은 되더라도 번호는 200~300번대
'공익성' 재허가 심사항목이지만 정량평가에 집중
권고 통해 정부 목소리 반영될 필요성 제기
2023-08-01 06:00:07 2023-08-01 06:00:07
[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방송의 다양성과 공익성 함양을 위해 공익채널 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채널 수가 적은 대신 상대적으로 많은 시청자가 확보된 저가의 유료방송 상품에는 일부 공익채널만 송출되는 사례도 확인됩니다. 정부의 고시대로 의무전송에 나서고 있지만, 상업적 경쟁에 밀린 공익채널이 뒷번호대로 밀리는 건 예삿일입니다. 일각에서는 제도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정부의 관리감독이 강화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방송법 제70조제8항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 제21조제3항에는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사회복지 △과학문화진흥 △교육·지역 등 분야별로 선정된 공익채널을 1개 이상씩 의무적으로 송출하도록 명시돼 있습니다. 유료방송 플랫폼 사업자라면 3개 이상의 공익채널을 의무적으로 송출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채널 수가 제한된 저가요금제의 경우 의무전송 비율을 채우지 못하는 사례가 확인됩니다. SK브로드밴드의 이코노미 요금제는 월 8800원에 60개 채널을 볼 수 있는 상품입다. 지난 2022년 선정된 11개의 공익채널 가운데 해당 요금제에서 송출되는 공익채널은 EBS플러스1, EBS잉글리쉬, EBS플러스2 등 3개에 불과합니다. 이 채널은 교육·지역 분야의 공익채널입니다. 사회복지, 과학문화진흥 분야의 공익채널은 송출되지 않고 있습니다. 월 1만1000원 수준인 KT(030200)의 지니TV 선택형의 경우 기본 100개 채널에 추가 채널을 포함하고 있는데, 최소 1개 이상 선택해야 하는 옵션 채널 패키지 가운데 레저팩을 선택할 경우 교육·지역 분야 공익채널은 송출목록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의무송출이 행해지더라도 채널편성이 200번대 혹은 300번대로 밀리는 일은 부지기수입니다. 인터넷(IP)TV업계 관계자는 "주제별로 채널군을 묶어 송출하는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지상파·종편, 오락군이 앞번호에 위치해있고, 공공·종교 군이나 교양·다큐 군이 뒷채널에 몰려있다 보니 공공이나 교양쪽에 분류되는 공익채널이 뒷번호로 인식되는 것뿐"이라는 입장입니다. 공익채널을 의도적으로 뒷번호로 미룬 것이 아니라 자사의 채널편성 정책에 따른 결과라는 설명입니다. 
 
 
제도보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편성의 힘이 더 크게 작용하는 상황에서 공익채널의 도입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정부가 정성평가를 키우는 방향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할 필요성이 제기됩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심사와 방송통신위원회의 동의여부에 따라 재허가를 받는 점을 고려해 유료방송 사업자들에 대한 평가 잣대를 엄격히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2018년 당시 과기정통부의 IPTV 재허가 심사사항에는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 가능성'이 60점 배점으로 배치됐습니다. 다만 이 항목은 방송의 공적책임 실현가능성·보편적 접근성 구현, 이용자보호계획의 적정성 등이 주요 심사요소로, 공익채널 수용에 따른 점수는 정량평가로만 수치화되고 있습니다. 올해 진행될 재허가 심사부터는 재난방송계획의 적정성 점수까지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심사항목에 포함돼, 기존 방송의 공적책임 실현가능성·보편적 접근성 구현 등의 점수 항목은 더 낮아지게 됩니다. 
 
종합유선방송사업자자(SO)의 경우 재허가 심사에 공익채널과 관련된 심사항목은 없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입니다. '최다주주 등의 방송의 공적 책임·공정성·공익성 실현 가능성'과 관련된 심사항목이 있기는 하나, 사업자의 공적 책무와 연관이 주된 내용입니다. SO 관계자는 "정부가 매년 실시하는 방송평가 감점항목으로 대개 다뤄지기 때문에 방송법에 따른 의무송출 채널수만 신경쓰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방송의 공익성과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해 정부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으로 평가됩니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공익채널에 대해 적극성이 부족해 보일 경우 권고를 통해 정책에 힘을 실어줘야 할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신문방송학과 한 교수는 "재허가 점수에 반영이 안 되더라도, 좋은 채널대에 (공익채널을) 배치해 정책 제도의 취지가 잘 구현되는 것이 필요하다는 언급을 한다면, 정성평가에는 반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사업자들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중기IT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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