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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입찰’ 막는다지만…"택지 전매제한 역부족"
전매 안해도 공사 도급 가능…"입찰 경쟁률 낮추지 못할 것"
2020-04-01 14:05:33 2020-04-01 14:05:33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벌떼입찰'을 막기 위한 전매 제한 강화 조치가 곧 시행될 예정이지만 업계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전매를 하지 않더라도 계열사를 활용한 사업 추진에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게 다수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공공택지 공급의 중요성을 고려해 입찰 제도의 공정성이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주택용지 부족으로 공공택지가 금싸라기 땅이 되는 상황에서 벌떼입찰을 막기 위한 대책이 마련됐지만 역부족이란 시각이 많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계열사를 동원한 택지 입찰 경쟁이 개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전매 제한이 벌떼입찰 해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업계는 예고되는 규제에 빈 틈이 있다고 본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월말 ‘택지개발촉진법 시행령’과 ‘공공주택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공택지를 분양 받은 건설업체는 택지 공급 계약 이후 2년이 지나도 부도 등 합리적 사유가 아니라면 소유권이전등기 전까지 계열사에 전매할 수 없다. 또 프로젝트금융투자(PFV·Project Financing Vehicle)에 택지 전매 시 해당 PFV의 과반을 확보해야 한다. 그간 일부 건설사들이 계열사를 동원해 땅을 분양 받고 계열사에 전매해 주택사업을 진행하던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다. 이 개정안은 연내 시행 예정이다.
 
국토부는 규제 강화에 나섰지만 택지를 낙찰 받은 계열사가 직접 시공에 나서면 벌떼입찰을 막겠다는 제도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 공동주택용지 입찰에 참가하는 업체는 시공능력을 이미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3년간 300가구 이상의 주택 실적 등 시공능력을 입증해야 택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땅을 분양 받은 업체가 시행업무를 하고 계열사에 공사 도급을 줄 수도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땅을 구입한 회사가 자금력이 부족하거나, 계열사에 사업실적을 밀어주기 위해 땅을 전매하는 경우가 있었다”라며 “시공능력이 없어서 전매하는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종합적인 사업능력이 부족한 일부 계열사는 입찰에 참가하지 못하겠지만 계열사의 입찰 참가 자격이 엄격해진 건 아니기 때문에 택지 입찰 경쟁률을 크게 낮추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며 계열사 중 1개만 입찰에 참가할 수 있거나 주택 공급 실적 기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입찰 요건이 바뀌지 않으면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눈가리고 아웅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수도권 내 신도시의 한 공공택지 현장 모습.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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