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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곤의 분석과 전망)흔들리는 초선 vs 굳건한 중진
2019-10-28 06:00:00 2019-10-28 06:00:00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듯이, 정치적 사건의 배경과 영향은 단순하지 않다. 그리고 배경과 원인 보다는 영향이 좀 더 복잡하다. 의도했던 대로 전개되지도 않는다.
 
최근 민주당 초선 의원들의 연이은 차기 총선 불출마 선언을 여기에 대입해보자. 지난 15일에는 이철희 의원이, 22일에는 표창원 의원이 내년 총선에 나가지 않겠다고 공개 선언했다.
 
두 사람의 선언에는 공통점이 많다. 일단 사람이 비슷하다. 두 사람 다 의원이 되기 전 방송 활동 등으로 인지도가 높은 '셀럽'이었다. 국회에 들어와서도 의정활동을 활발하게 해 높은 지명도를 유지했다. 한 사람은 비례대표고 한 사람은 지역구 의원이라는 차이는 있지만 두 사람 다 다음 공천 걱정할 수준은 아니었다.
 
선언의 내용에도 공통점이 많았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소진을 토로했고 정치적 차원에서는 반성을 불출마 이유로 들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내로남불'에 대한 부끄러움을 토로했다. 이철희 의원은 불출마 선언 전날 "창피해서 국회의원 못 하겠다. 오늘까지 단 하루도 부끄럽지 않은 날이 없었다. 오늘도 부끄럽고 창피하다"면서 "우(병우) 전 수석 영장이 기각되니까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 '영장 기각은 법원의 치욕'이라고 했다"며 "그런데 조국 장관 동생 영장이 기각되자 우리 (민주당)는 적절한 판단이라고 하고, 야당인 한국당은 '사법부의 수치'라고 했다"고 토로했다.
 
표창원 의원은 불출마 선언 직후 "박근혜정부 때 공정과 정의를 주장하면서 상대방의 불의를 공격하던 우리인데, 우리 스스로에게 약이 됐던 공정성에 대해 내로남불 같은 모습으로 우리편을 지키는 모습으로 비쳐지는 게 가슴 아팠다"고 강조했다.
 
공통점은 또 있다. 두 사람 모두 법사위 위원으로 '조국 사태'의 한 복판에 있었다는 점. 표 의원은 "법사위의 하루 하루는 지옥 같았다"고 토로했다. 두 사람이 조국 전 장관을 지키는 과정 속에서 내로남불로 고통을 느꼈던 것이다.
 
원인과 배경은 이 정도라면 영향과 효과는?
 
두 초선 의원의 불출마 선언 이후 민주당의 다른 여러 초선 의원들도 공감과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부럽다는 사람도 있었다. 떠날 사람은 남고 남은 사람들은 떠난다는 평이 많았다.
 
대신 중진들은 굳건했다.
 
표 의원 불출마 선언 전날엔 다음 총선에 당선되면 국회의장이 되겠다는 포부를 공개한 다선 의원이 있었다. 그는 지난 총선 전에도 "이번에 당선되면 국회의장이 되겠다"고 약속했었다. 내달에 북콘서트를 하겠다고 문자를 보내온 상임위원장도 있었다. 표창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 다음 날 확대간부회의에서 이인영 원내대표는 늘상 하던대로 한국당을 맹공했다. 이 원내대표는 이철희 의원이 '낡은 정치문법'이라고 지적한 사안을 언급하면서 "검찰은 특정 정당 대표를 비롯한 참고인들에 대해 즉각 수사에 다시 착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당대표는 마침 해외 출장 중이었다.
 
젊은 초선 의원들의 불출마 같은 이슈는 상대당에도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한국당도 민주당 중진들만큼 굳건한 모습이다.
 
표창원 의원 불출마 선언을 보고 <조선일보>가 관련 취재를 했다. 한국당의 작년 6·13 지방선거 참패 이후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가능성을 시사한 6명의 의원에게 현 상황을 물어본 것. 초선 두 사람과 6선 한 사람은 불출마 의사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나머지 세 사람은 각각 "상황을 두고 봐야 한다" "지역 활동을 하고 있다" "나는 총선을 준비 중"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에선 현역 의원들의 불출마 선언이 줄을 잇는 가운데, 자유한국당에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의원들이 되레 의사를 번복하고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것이 <조선일보>의 취재 결론이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taegonyo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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