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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북 경제인 17인, 북과 SOC·관광·통신 등 다분야 경협 논의할 듯
리용남 이어 김정은 특별면담 가능성…대북제재 해제 대비 선제적 협력방안 구축
2018-09-17 18:25:41 2018-09-17 18:25:41
[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18일 방북하는 ‘경제계 17인’의 역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한반도 신경제구상’을 비롯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장기적으로 이어져야 할 남북 협력사업의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여권에서는 “평화가 경제다. 경제가 평화다”라고 말할 정도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 겸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은 17일 오전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프레스센터에서 내·외신을 상대로 회담 일정과 주요 진행상황 등을 브리핑했다. 임 실장에 따르면 방북 경제인들은 남북 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리용남 경제 담당 내각부총리와 별도 면담이 예정돼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는 환영 만찬 등에서 만날 것이 유력하고, 상황에 따라 김 위원장이 별도의 자리를 마련해 경제인들을 초청할 가능성도 있다.
 
전날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동행할 평양 남북 정상회담 공식·특별 수행원 명단을 발표했다. 총 200명으로 구성돼 정치·경제·사회·문화·시민사회 등 각계각층 인사 52명이 특별수행원으로 선정됐다. 이 중 3분의1인 17명이 경제 분야 인사다.
 
2000년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당시 7명보다 큰 규모로, 2007년 노무현-김정일 정상회담의 18명과 비슷한 수준이다. 다만 이번 방북 수행원이 2007년보다 100명 가까이 축소됐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여전한 현실 등을 감안하면 문재인정부가 그 어느 때보다 남북경협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는 평가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가 추진해 온 ‘한반도 신경제구상’ 또한 앞당겨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H자 형태로 개발하는 ‘남북 3대 경제협력벨트’ 구축사업이다. 각각 ▲원산과 함흥, 러시아를 연결하는 동해권 에너지·자원벨트 ▲수도권과 평양, 신의주, 중국 등을 연결하는 서해안 산업·물류·교통 벨트 ▲비무장지대와 통일경제특구를 연결하는 DMZ 환경·관광 벨트 등이다.
 
이번에 선정된 ‘17인의 경제인’의 면모를 각각 살펴보면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물론 북한 경제개발에 필수적인 사회간접자본(SOC) 관계자들이 상당수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강력한 경협 추진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북한의 비핵화를 보다 촉진하겠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먼저 최태원 회장이 방북하는 SK의 경우 에너지와 건설, 통신 등 다양한 북한 인프라사업 참여논의가 가능해 보인다. 삼성전자(이재용 부회장), LG전자(구광모 회장)와 북측 사이에선 스마트폰과 TV 등 전자제품 협력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 현대자동차(김용환 부회장)는 현대차의 중국과 러시아, 유럽 수출을 위한 제조·물류 기지를 논의할 것이란 관측이다. 또 남측을 대표하는 4대 그룹이 개성공단 투자를 결정하거나 긍정적으로 검토할 경우 그 파급효과는 거대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스코(최정우 회장), 코레일(오영식 사장), 한국전력 (김종갑 사장)은 북한 SOC 사업과 직결돼 있다. 철강과 철도, 전력이다. 향후 북한의 지하자원 개발, 동아시아 에너지 슈퍼그리드, 동아시아 철도망 연결 등도 염두에 뒀을 것으로 보인다. 남북경협을 주도해온 현대그룹(현정은 회장)은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등 기존 사업들의 재가동 및 확대 방안을 논의하 가능성이 크다. 현대그룹은 지난 5월부터 ‘남북경협사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 상태다. 
 
한국관광공사(안영배 사장)는 금강산 일대와 동해안, 원산 일대와 마식령 스키장 등을 묶는 관광 사업을 논의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강산 관광 재개도 포함해서다. 정부 공식수행원 중 유일한 차관급인 김재현 산림청장은 다양한 DMZ 환경·관광 벨트 관련 사업을 둘러싼 협력에 나설 것이란 분석이다. 이재웅 쏘카 대표와 장병규 4차 산업혁명위원회 위원장은 남북경협을 기존의 제조업에서 IT와 4차 산업혁명 분야까지 범위를 넓히는 게 임무로 보인다. 
 
그 외에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성택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한무경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총재, 신한용 개성공단기업협회 회장 등도 추후 본격화할 남북경협 지원을 위해 북측과 우리 기업들의 가교 역할을 자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현재로선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한계다. 본격적인 남북경협 추진은 북한의 비핵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야 가능하다. 이에 대해 임 실장은 “매우 엄격한 국제사회 제재가 취해지고 있기 때문에 실행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 사이에 상당히 뚜렷한 경계가 있다. 지금 (경제인들이) 어떤 구체적인 의제를 이야기할 거냐 하는 것은 좀 섣부른 것 같다”고 현실을 인정했다. 다만 “경제를 담당하는 내각부총리와 이야기하면 거기서 어떤 이야기가 나올지 저도 궁금하다”고 여운을 남겼다.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17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마련된 ‘남북정상회담 평양’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임종석 평양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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