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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만 최고 더위에 에어컨 판매도 역대 최대 경신할 듯
작년 250만대 이상 전망, 삼성·LG, 에어컨 연중생산시스템 도입·설치 인력 확충
2018-07-23 17:15:02 2018-07-23 17:15:02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노원구에 사는 주부 A씨(32)는 에어컨 구매를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 내년 이사를 할 예정이라 에어컨 구매를 미뤘던 터다. 하지만 7월 들어 서울의 기온이 38도까지 오르면서 도저히 선풍기 두 개 만으로는 버틸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전자제품 양판점에 전화를 걸었더니 “8월말까지 무더위가 이어질 예정이라 지금 에어컨을 사도 늦지 않다”면서 “다만 지난 주말부터 주문이 밀려 설치까지 3일~5일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24년만의 무더위가 재현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에어컨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23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에어컨 판매량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작년 250만대를 넘어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인공지능(AI), 공기청정 기능 등을 탑재한 프리미엄 에어컨 판매가 높아지면서 에어컨 매출은 역대 최고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롯데하이마트에서 최근 7일간(16일~22일) 판매된 에어컨 매출액은 전 주 같은 기간(5일~11일)보다 95%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지난해 7월16일~22일)과 비교해서는 60% 증가했다. 전자랜드프라이스킹에서도 비슷한 통계가 나왔다. 7월 셋째 주(16일~22일)의 에어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대유위니아와 대우전자는 폭염경보가 내려진 16일 하루동안 7000여대의 에어컨을 판매하면서 매출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올해 더위가 예상보다 극심해지면서 에어컨을 미리 구매한 고객보다 본격 더위가 시작되고 나서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예측치를 뛰어 넘는 판매량에 가전업계는 표정이 밝다. LG전자 주력 모델인 휘센 에어컨의 판매량은 6월 첫 주부터 전주 대비 40% 이상 증가했다. 7월 들어서는 전체 에어컨 판매량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상회하는 수준으로 형성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에어컨 판매량이 워낙 높았기 때문에 올해는 그와 비슷하거나 조금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AI)을 탑재한 프리미엄 제품 판매량 비중이 커서 역대 최고 수준의 매출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에어컨 판매 역시 고공행진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에어컨을 사지 않고 있다가 최근 구비에 나선 사람들이 많아 판매량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에어컨 수요가 한 번에 몰리다보니 설치 지연 사태는 피하기 어렵다. 아직까지 ‘에어컨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주문에서 설치까지 3~7일 정도 예상되는 데다 무더위가 길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향후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크다. 한국소비자원이 3년간(2015년~2017년)의 에어컨 관련 피해구제 신청을 분석한 결과 설치 지연·불이행 등 ‘설치’ 관련이 316건(47.6%)으로 거의 절반 가까이 차지해 가장 많았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공장 가동률을 끌어올린 덕분에 현재까지는 물량이 충분하지만 향후 수요가 예측치를 얼마나 뛰어넘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물량은 충분하더라도 에어컨 설치 인원에 대한 문제도 있기 때문에 다소 지연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가전업계는 에어컨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연중생산시스템을 도입해 1년 내내 에어컨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올해는 에어컨 신제품을 1월에 일찌감치 출시했을 뿐 아니라 풀가동 시기도 삼성전자와 LG전자 모두 2월로 한 달 가량 앞당겼다. 삼성전자는 5월부터 광주사업장의 에어컨 생산량을 지난해 대비 20% 이상 늘렸다. 지난해보다 설치 및 수리기사 수도 늘려 대응하고 있다. 가전업계는 통상 에어컨 성수기에 평일 정규 근무 8시간외에도 특근까지 해서 주문 물량을 맞췄지만 올해는 주 52시간 근무 도입으로 추가 근무가 어렵다. 전자서비스업계 관계자는 “근로시간 단축과 에어컨 성수기에 대응하기 위해 설치 기사 수를 대폭 늘렸지만 여전히 인력이 부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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