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는 전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유일한 나라다." 최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사회개혁운동 140주년 기념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이코노타임즈 인도판에 따르면 그는 이어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 등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전세계가 경제 위기에 미끄러질 때 인도가 홀로 성장하는 것은 매우 특별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성장에 대한 인도 정부의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몇 해 전까지만해도 인도는 브릭스(BIRCs) 중에서 가장 뒤처지는 국가였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정전과 턱없이 부족한 도로·철도 등 기반시설은 인도 경제의 취약함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증거였다. 북부지역의 대규모 블랙아웃으로 수백만명이 어둠속에서 고생했던 것이 고작 4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 사이 인도는 달라졌다. 젊은 노동력, 저유가 등 대내외 상황이 도움이 됐지만 그 중에서도 일등공신은 2년째를 맞는 '모디노믹스'라는 평가다.
인도와 중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붉은 선이 중국이고 보라색 선이 인도다. 지난해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16년만에 중국을 넘어섰고 앞으로도 역전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자료/미 외교협회(CFR)
인도는 지난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국가가 됐다. 지난해 1~12월 평균 경제성장률은 7.5%로 중국(6.9%)을 넘어섰다. 인도의 경제성장률이 중국을 추월한 것은 1999년 이후 16년만이다. 인도 중앙통계청은 오는 3월 종료되는 2015회계연도 전체의 경제성장률로는 7.6%를 전망했다. 2014년에 이어 2년 연속 7%가 넘는 고성장이다.
주요 투자은행들과 외신들은 올해에도 인도가 7% 이상의 고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는 "인도가 지금 속도대로 성장한다면 앞으로 4년 안에 일본과 독일을 합한 것 규모의 국내총생산(GDP)을 가지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부 인프라투자·금융포함정책 효과 커
인도 경제의 견인차인 '모디노믹스'의 중심에는 정부의 공격적인 투자가 있었다. 정부 투자는 특히 인프라분야에 집중됐다. 크레딧스위스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 '인도경제는 왜 가속하는가' 등에 따르면 지난해 4~12월 인도 정부의 인프라 투자 등을 위한 자본지출은 280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33% 증가했다. 도로건설에 대한 투자는 90억달러로 35% 늘었다. 닐칸드 미쉬라 크레딧스위스 인도 전략가는 "인도 정부는 국영 고속도로와 철도 건설에 집중하고 있으며 의료 분야에서도 지출을 늘리고 있다"며 "정부의 인프라 투자가 경제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도로 뿐만 아니라 전력공급 상황도 개선됐다. 지난 2011년 전체 가구의 3분의1은 전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나머지는 전기를 사용할 수는 있으나 하루에도 몇시간씩 정전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현재는 전력 공급율이 80%로 높아졌으며 전력의 질도 크게 개선됐다. 전력공급이 개선되면서 통신망 또한 확대됐다. 미쉬라는 "(전력과 통신 등) 일상생활의 기초적인 부분이 향상되면서 생산성이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모디 정부의 '금융포함(Financial Inclusion)' 정책의 효과도 컸다. 지난 2014년에는 은행 계좌를 가지고 있는 인도 가구는 전체의 절반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이 비율이 100%에 근접할 정도로 증가했다. 그 동안 계좌가 없어 정부의 보조금을 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사금융에 의지하던 서민들에게도 제도권에서 소액금융을 활용할 수 있는 문이 열렸다. 크레딧스위스는 "지금까지 인도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은 금융포함 정책일 것"이라며 "작지만 매우 강력한 행정적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인플레이션 안정화…FDI 유입도 활발
민간부문의 소비와 투자도 증가했다. 인도는 전체 석유 소비량의 4분의3을 수입하는 만큼 저유가가 소비진작에 큰 도움이 됐다. 미 외교협회(CFR)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에서 30달러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인도가 월간 75억달러를 절감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난 10월 인도의 석유수요가 10년만에 최고수준을 기록했고 10월 이륜차와 사륜차 판매량이 각각 13%와 21%씩 증가하는 등 석유와 관련된 소비와 수요는 늘고있다. 안정세를 찾은 물가도 소비시장에 긍정적이었다. 지난 2010~2013년 회계연도에 10% 안팎으로 상승하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014년부터 4~6% 수준으로 떨어졌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지난 13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메이크인 인디아 위크' 개막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민간 투자는 외국 자금이 이끌었다. 외국 투자자금을 유치해 인도를 세계의 공장으로 만들겠다는 '메이크 인 인디아'는 모디노믹스 주요 정책 중 하나다. 지난해 인도에 유입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5~7월 석달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증가했다. 전년동월대비 증가율은 월별로 20~80%나 됐다. 오는 3월에 끝나는 2015회계연도에는 FDI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도 정부는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11월 15개 주요 산업에 대한 외국인 투자 규제를 완화했다. 지난 13일에는 인도의 경제수도 뭄바이에서 '메이크 인 인디아 위크' 개막식을 열고 외국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기도 했다.
글로벌 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인도시장으로 달려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애플은 인도시장 공략을 위해 직영 매장을 오픈할 계획이다. 지금까지는 제3자에게 제품 판매를 맡겨왔으나 앞으로는 성장하는 인도시장에 직접적으로 뛰어들겠다는 계획이다. 이 밖에도 애플은 인도에 2500만달러를 들여 연구개발(R&D) 센터를 세울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제너럴일렉트릭(GE)과 에어버스, 샤오미, 폭스콘, 제너럴모터스(GM) 등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에 투자하고 있다.
10년만에 공무원 임금인상…소비활성화 기대
올해에는 공무원 임금 및 연금 인상이 인도경제의 성장동력이 될 전망이다. 인도 정부는 10년에 한번씩 전체 공무원의 보수를 조정하는데 오는 6월이 디데이(D-day)다. 인도 공무원은 약 3400만명으로 전체 공식 분야 고용의 4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크레딧스위스는 "약 4조5000억루피(680억달러) 규모의 패키지(임금 및 연금) 인상이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인도 GDP의 2.8%에 해당하는 규모로 민간분야의 소비를 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소도시의 경우 대부분의 근로자가 공무원인 곳들도 있어 휴면상태인 지방 소도시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인도의 가장 큰 힘은 무엇보다도 '젊음'에 있다. 인도 인구의 60%는 35세 이하의 젊은 층이다. 그 중 15~24세 인구는 2억3400만명에 달하는데 1억9000만명인 중국보다 많다. 현재 인도 정부는 젊은 노동력을 국가 경쟁력으로 전화시키는 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젊은층의 직업능력 향상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해당 프로그램을 전담할 정부 부처를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모디 총리는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2030년이면 전세계적으로 새로운 노동력 수요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 때 인도가 많은 국가에 숙련된 인력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제개혁법안 처리·부실은행 정리 필요
다만 의회에서 발목이 잡힌 각종 경제개혁법안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상품·서비스세 개혁 법안과 노동법 개정안은 야당의 반대에 막혀있는 상태다. 토지수용법 개정안과 파산법 개정안 등의 상태도 마찬가지다. 중소기업을 위한 규제개혁도 더디다.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국민당(BJP)이 하원에서는 과반을 차지하고 있지만 상원에서는 1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CFR은 "(의회의 교착상태가) 모디 총리의 잘못만은 아니지만 설득과 협상 대신 야당과의 전쟁을 택한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다.
지지부진한 개혁속도에 인도의 경쟁력은 아직 바닥에 머물러 있다. WB는 기업활동의 용이성과 관련된 경쟁력을 130위로 평가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산정한 국제경쟁력은 노동시장부문 103위, 기술준비부문 120위, 거시경제환경부문 91위 등이다. 비교 대상이 140개국인 점을 감안하면 최하위권 셈이다. 인도로 건설 등을 크게 늘렸다고는 하지만 인프라 부문 경쟁력도 81위에 불과해 가야할 길이 멀다.
부실 은행 문제도 인도 경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인도는 2008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들에 돈을 퍼줬으며 현재까지도 부실기업들은 새로운 대출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는 상황이다. 크래딧스위스는 인도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이 17%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아직까지 은행 부실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은 인도 경제가 고성장을 하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안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CFR은 "은행 문제에도 인도 경제가 빠르게 성장한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은행 문제가 해결되면 성장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는 뜻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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