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주주총회가 열린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본사 지하 강당.(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양지윤·이충희기자] 분식회계를 통한 수천억원의 탈세와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효성의 사내이사직을 유지한다. 조세 포탈 및 횡령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도 사내이사에 재선임됐다.
SK, 한화, CJ그룹의 총수가 유죄 판결을 이유로 등기이사직을 사퇴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로, 추후 자격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물론 이들이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으로,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된다고는 하나 윤리적, 도의적 책임에서마저 자유롭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조 회장과 조 사장의 경영공백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는 가운데, 장남과 삼남의 후계 경쟁이 본격화됐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효성은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공덕동 본사에서 '제59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 조현준 사장을 사내이사로 재선임했다. 조 회장의 삼남인 조현상 부사장은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이날 주총은 조 회장과 조현준 사장, 조현상 부사장 등 총수 일가가 모두 불참한 가운데 이사회 의장인 이상운 부회장만 참석했다. 주총은 차분한 분위기에서 개회 29분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당초 조 회장 일가의 등기이사 재선임을 두고 주주 간 격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됐으나 반대 의견은 나오지 않았다. 국민연금도 이날 주총에서 반대표를 행사하지 않았다. 662개 기업이 일제히 주총을 연 이날 슈퍼 주총데이에서 가장 주목을 받았지만 효성이 우려한 논란은 일지 않았다.
앞서 지난 6일 경제개혁연대는 "조석래 회장과 이상운 부회장, 조현준 사장이 각각 조세포탈과 횡령·배임 등의 혐의가 검찰 수사결과에서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해당 회사의 이사 재선임을 추진하고 있는 것은 회사를 사유화한 것"이라면서 날선 비판을 했다.
이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된 조현상 부사장은 형사사건의 피의자는 아니지만, 2012년 9월 해외 부동산 구입과 관련하여 외국환거래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이력이 있다"며 연이어 문제를 제기했다.
다만 일부 주주는 총수 일가의 횡령·배임에 대해 경영진에 유감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주주 김모 씨는 "그간 효성에 여러 불미스러운 사건이 많았다"며 "효성이 세계 시장으로 뻗어가기 위해서는 사회정의 구현을 위해 노력해야 하고, 경영진은 심사숙고해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에 이상운 부회장은 "조언을 명심하고, 앞으로 경영에 차질 없도록 할 것"이라고 답했다.
효성은 이날 재무제표와 이사선임, 감사위원 선임과 이사보수한도 승인 등 4건의 안건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과 한민구 서울대 교수가 각각 사외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으로 선임됐다.
이사 보수총액 한도는 기존 7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30억원 증액됐다. 이사 수는 12명으로 지난해보다 1명 줄었으나 보수한도는 늘었다. 배당금은 1주당 1000원으로 결정됐다.
한편 이상운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올해도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책임경영과 윤리경영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글로벌 비즈니스 역량을 바탕으로 책임경영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실천방안으로 철저한 사전준비와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을 제시했다.
아울러 그는 윤리경영에 대한 실천도 거듭 강조했다. 효성에 쏟아지고 있는 사회적 비판을 의식한 대목으로 풀이된다.
이 부회장은 "기업이 사회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는 것이야 말로 회사의 가치를 제고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면서 "법과 규정을 준수해 깨끗한 기업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협력사와의 상생경영을 강화해 더불어 성장하는 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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