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우 기자] 삼성생명의 유배당보험 회계 처리를 둘러싼 논란이 다시 말썽입니다. 보험계약 회계기준 IFRS17 도입 이후 유지돼왔던 계약자지분조정에 대한 국제회계기준서 IAS 1.19 일탈회계 적용이 중단 수순에 들어가면서, 과거 삼성생명이 승소했던 유배당보험 계약자 소송의 전제 조건이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와 함께 계열사 주식 보유 비율을 취득원가 기준으로 산정해온 보험업감독규정이 계약자 권리를 침해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헌법소원 제기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습니다.
27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논란은 단순한 회계 항목 분류 문제를 넘어섭니다.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이 납부한 보험료로 형성된 자산이 삼성생명을 통해 삼성전자 주식으로 축적돼왔고, 이 지분이 삼성물산과 삼성전자를 잇는 그룹 지배구조 순환출자의 연결 고리로 기능해왔다는 점에서 계약자 몫 논쟁과 그룹 지배구조 논쟁이 회계 기준 해석과 함께 동시에 재점화되는 양상입니다.
보험사는 계약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기반으로 자산을 운용합니다. 자산의 대부분은 계약자의 보험료로 형성되며, 가입자는 노후·질병·사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자금을 보함사에 맡깁니다. 삼성생명은 이 자금을 활용해 삼성전자 지분을 대규모로 보유해온 대표적 계열사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삼성전자 보통주 약 8.51%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삼성화재 역시 삼성전자 지분 1.4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1.65%를 개인 명의로 보유하고 있으며, 동시에 삼성물산 지분 19.76%를 보유한 최대주주입니다. 삼성물산은 삼성전자 지분 5.05%와 삼성생명 지분 19.45%를 보유하고 있어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구조의 중심축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상대적으로 낮은 직접 지분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과 삼성생명을 매개로 삼성전자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유지하는 구조입니다.
문제의 출발점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자금 출처입니다. 삼성생명은 1957년 설립 이후 1992년 10월까지 유배당 상품을 판매했고, 이 과정에서 조성된 보험료 자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장기간 매입·보유해왔습니다. 삼성생명이 유배당보험 자금으로 매입한 삼성전자 주식은 5억800만주로, 매입가액은 5442억원입니다. 이는 삼성생명 총자산 약 335조원 대비 0.16% 수준입니다.
이 수치만 놓고 보면 현행 보험업법상 자산운용 비율 규제를 충족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보험업법 제106조는 보험회사가 운용하는 총자산의 3% 이상을 계열회사 주식이나 채권으로 보유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으며, 보험업감독규정은 이 비율 산정 시 분자에 해당하는 주식·채권은 취득원가로, 분모에 해당하는 총자산은 시가 기준으로 계산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계산 방식이 규제의 실질을 왜곡하고 있다는 지적이 반복돼왔습니다. 현행 감독규정상 계열사 주식 보유 비율을 산정할 때 분자에 해당하는 주식 가액은 수십 년 전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하는 반면, 분모인 총자산은 시가 기준으로 평가됩니다. 이로 인해 규제 비율이 구조적으로 낮게 산출되는 착시가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시가 기준으로 보면 상황은 전혀 다릅니다. 2025년 9월말 기준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의 시가 가치는 42조2776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추산되며, 이를 총자산 대비로 환산하면 약 12.6%에 달합니다. 삼성화재 역시 시가 기준 7조3881억원 규모의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총자산의 8.2%에 해당합니다. 취득원가 기준으로는 규제를 충족하지만, 시가 기준으로는 보험업의 분산투자 원칙과 충돌할 소지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와 관련해 보험사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의 자산 평가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전환하자는 보험업법 개정 논의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계약자 자산 보호를 강화하고 규제의 실효성을 높이자는 취지입니다. 이러한 지배구조 논쟁은 회계 이슈 이전부터 이재용 회장 승계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습니다.
이건희 전 회장 와병 이후 삼성전자 지분을 다수 보유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논란이 불거졌고, 핵심 계열사 지분 구조가 승계의 중심 변수였다는 점이 드러났습니다. 이재용 회장은 관련 형사 사건에서 대법원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일련의 과정은 삼성전자 지분이 그룹 지배력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 그리고 이를 둘러싼 회계·법률 리스크가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습니다.
최근 쟁점은 IFRS17 이후 삼성생명이 선택해온 회계 처리 방식입니다. 삼성생명은 IFRS4 체계에서 사용하던 계약자지분조정을 IFRS17 도입 이후에도 별도 항목으로 유지하며 IAS 1.19 일탈 적용을 근거로 제시해왔습니다. 삼성 측은 계열사 주식을 매각할 계획이 없기 때문에 보험부채로 인식할 금액은 제한적이지만, 계약자 보호와 정보 유용성을 고려해 기존 구조를 유지해왔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IAS 1.19는 국제적으로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허용되는 조항이라는 점이 재확인됐습니다. 지난해 말 한국회계기준원이 국제기구에 질의한 결과, IFRS 해석위원회는 일탈 적용이 자산·부채 정의나 공정한 표시 원칙을 벗어날 수 없다는 취지로 해석을 정리했습니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의 회계 처리 역시 정상화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 변화는 과거 유배당보험 계약자 소송과도 맞닿아 있습니다. 2010년 당시 대법원은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실제로 매각하지 않아 미실현 이익에 불과하다는 점, 나중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할 경우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배당 의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일탈회계가 중단되고 계약자지분조정의 성격이 달라질 경우, ‘매각하지 않았으니 배당 의무도 없다’는 기존 논리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지는 다시 쟁점이 될 수 있습니다.
현재 삼성생명은 계약자지분조정을 부채로 유지할지, 자본으로 전환할지, 또는 계열사 지분 처분을 전제로 보험부채를 재산정할지의 선택지 앞에 서 있습니다. 어떤 방식을 택하든 삼성전자 지분에서 발생한 평가이익의 귀속 주체를 둘러싼 논쟁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전성인 전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배당 보험과 보험사 자산운용 규제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은 제도 구조를 정리하고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흐름이 더 맞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해법 가운데 하나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삼성물산이나 이재용 회장이 단계적으로 매입하는 방식의 구조 재편이 거론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금산분리 문제와 유배당 보험 계약자 배당 이슈를 함께 정리하는 방향이 논의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삼성 저격수로 불린 김성영 전 민주당 국회의원 보좌관은 "상위법령의 위임 없이 금융위원회가 보험업감독규정에서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한 것은 당연무효이므로 공정가액을 기준으로 계열사 주식 보유한도를 다시 계산해 적용해야 한다"면서 "그런데 금융위가 자발적으로 바로잡을 가능성이 없으므로 시민사회단체와 더불어 보험업감독규정의 위헌 확인과 함께 위헌 규정으로 인해 삼성생명 유배당보험 계약자들의 배당받을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지우 기자 jw@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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