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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재 위원장 '독주'..미래부·이통사 '부글부글'
협의 사안인 주파수·재전송 문제에 '단독' 횡보
2013-05-20 08:00:00 2013-05-20 08:00:00
[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이경재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사진)의 독단적 행보에 미래창조과학부와 사업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미래부와의 협의 사항인 주파수와 지상파 재전송 문제에 대해 연일 발언 수위를 높이는 것은 물론, 관할 업무도 아닌 케이블TV의 유사보도 단속까지 하겠다고 나서면서 여기저기에서 "너무 앞서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이경재 위원장은 지상파 방송사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 임원진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상파 방송사들이 구체적인 700MHz 대역의 주파수 수요 계획을 마련하면 국민 편익을 고려해 관계 부처와 논의해 보겠다"고 말했다.
 
(사진제공=방송통신위원회)
 
700MHz 대역은 디지털방송 전환 이후 남은 여유 대역이다. 방송사들은 이 대역을 난시청 해소와 뉴미디어 발전을 위해 방송용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이동통신사들은 이 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맞서고 있다.
 
실제로 미국,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은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 이후 남는 주파수 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했거나 할당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700MHz 대역에서 73MHz폭을, 일본은 지난 6월 60MHz 폭을 3.9세대 이동통신서비스인 LTE(롱텀에볼루션)용으로 배분했다.
 
방통위도 지난해 이 대역을 통신용으로 할당한다는 내부 방침을 세웠지만 지상파 방송사들의 반발로 인해 108㎒ 폭 가운데 40㎒만 이동통신용으로 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경재 위원장이 지상파 방송사들에게 구체적인 계획안을 제출하라고 한 것은 700MHz 대역의 방송용 할당에 힘을 실은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래부와 이통사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래부 관계자는 "700MHz의 할당문제는 채널 재배치가 완료되는 올 10월에나 본격적으로 진행할 문제라서 아직 이동통신 사업자들과 논의조차 하고 있지 않다"며 "오랫동안 첨예한 대립이 있었던 사안이기 때문에 충분한 조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모바일 트래픽을 감당하기 위해 이 대역을 LTE용으로 할당하는 것이 세계적 추세"라며 "우리나라만 이에 역행하면 산업 경쟁력이 저해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아직 방송사나 방통위 쪽에서 어떤 움직임을 보인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걱정스럽다"고 덧붙였다.
 
이경재 위원장은 또 취임 직후부터 지상파 재전송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위원장은 "방송환경이 급변하면서 지상파 재송신 정책에 대해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해 왔다.
 
하지만 지상파 재송신 제도의 정책 주무 부처는 미래부다. 지난달 미래부와 방통위가 MOU를 체결하면서 유료방송 실무 협의체를 구성해 지상파 재전송 문제를 다루기로 합의했지만 정책 권한은 미래부가 쥐고 있다. 이런 탓에 미래부에서는 "아직 실무 협의 단계인 문제에 대해서 저쪽(방통위)에서 지속적으로 이에 대한 입장을 언론에 노출하니 당황스럽다"는 성토도 나온다.
 
방통위가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유사보도 실태 점검에 나선 것도 논란을 낳고 있다. 지상파, 종편, 보도채널을 제외한 일반PP에 대한 규제와 관리업무는 미래부의 소관이기 때문이다. 방통위는 방송 보도에 대한 기준과 해석만 맡는다.
 
김준상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은 "이번 실태 조사는 행정 지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방통위가 그 정도 권한은 가지고 있다고 본다"며 "유료방송 관련 정책은 미래부 소관이지만 방통위가 방송 전반에 대한 역할을 맡고 있으므로 권한에 대한 문제는 법적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교양·오락 프로그램의 정치적 해석이나 풍자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가지고 있는 이경재 위원장의 입김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제기된다.
 
민주통합당 관계자는 "방통위는 합의제 기구임에도 이경재 위원장이 독임제 장관인 듯 굴고 있다"며 "이런 전횡에 대해서 예의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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