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금주 기자] 미국과 이란이 종전에 합의하며 15일 원·달러 환율이 1510원대로 하락했습니다. 다만 중동전 이전 평균인 1400원대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인데요. 향후 미·이란 간 세부 합의 이행 과정과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만큼 전쟁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됩니다.
중동 전쟁발 원·달러 환율 '1500원' 시대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8.7원 하락한 1511.1원으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14일(현지시간) 미국과 이란이 극적으로 종전 합의에 이르면서 시장이 반응한 것입니다. 다만 중동 전쟁 이후 1500원대 환율이 새로운 기준선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는 만큼 향후 통행 정상화와 세부 협상 진행 상황에 따라 환율 회복 속도가 결정될 전망입니다.
전쟁 발생 이전 원·달러 환율은 통상 1400원에서 움직였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글로벌 상호관세 부과 등으로 달러 강세가 이어졌음에도 지난해 원·달러 환율 평균은 3시30분 종가 기준 1421.97원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1월 평균도 1456.28원이었으며, 미국·이란 전쟁 발발 직전인 2월 평균 역시 1448.38원으로 1400원대 중반 수준을 유지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이 깨진 계기는 지난 2월28일 발발한 미국·이란 전쟁입니다. 전쟁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 3월3일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26.4원 오른 1466.1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이후 3월19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17년 만에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돌파한 1501.0원에 장을 마치면서 고환율 국면이 본격화했습니다. 이에 3월 원·달러 환율 평균은 1492.5원까지 상승했습니다.
4월에는 휴전 협의와 종전 논의가 진행되면서 평균 환율이 전월보다 소폭 하락한 1485.03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500원 안팎에서 등락하던 원·달러 환율은 미국과 이란이 2주 휴전 협의를 발표한 직후인 4월8일 1470.6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24.3원 급락하기도 했습니다.
5월에는 전쟁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왔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휴전 유지 의사를 표명한 이후 첫 거래일인 지난달 6일 원·달러 환율은 1455.1원으로 하락했고, 다음날인 7일에는 1454.0원으로 마감하며 전쟁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그 이후 종전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이어지고 양측의 군사적 긴장이 반복되면서 환율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습니다. 이에 이달 원·달러 환율 평균은 1491.26원으로 다시 높아졌습니다.
6월 들어서는 중동 전쟁 장기화 우려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주식 순매도가 겹치면서 원·달러 환율이 16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됐습니다. 실제 지난 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오전 9시 기준 달러당 1555.2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의 개장가를 기록했습니다. 앞서 지난 6일 새벽 2시 야간거래에서는 장중 1560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종가 기준으로는 5일 1539.1원을 기록해 중동 전쟁 이후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습니다.
정부 개입에도 환율 회복은 '안갯속'
정부와 외환당국은 고환율 진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전쟁 이전 수준으로의 복귀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합니다.
정부는 원·달러 환율 급등과 변동성 확대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혀왔습니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1500원 중반대 환율은 높은 수준"이라며 "이 상황이 계속되지는 않을 것이고 결국 시장도 균형을 찾아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외환당국 역시 시장 안정 조치에 나섰습니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지난 8일 공동 입장문을 통해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변동성과 일방향의 쏠림을 결코 용인하지 않고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환율 쏠림을 자극하는 역외차액결제선물환(NDF) 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겠다는 방침도 내놨습니다.
통화당국도 환율 안정 의지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언급하며 환율 안정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이어 한은 국제콘퍼런스와 창립 제76주년 기념식에서도 금융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습니다.
다만 시장에서는 환율 향방이 결국 중동 정세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부와 외환당국의 대응만으로는 환율을 크게 끌어내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분석입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중동 전쟁은 이스라엘 등 아랍인과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다"며 "불확실성이 계속 남아 있다면 현 수준에서 큰 폭으로 내려가긴 어렵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외환시장이 지금 환율에 개입해 외환보유고가 3000억달러로 내려가면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지므로 개입하기 어렵다"며 "국민연금 환헤지 비율을 더 높이는 방향으로 환율을 낮출 가능성은 높은데 그것도 한계가 있어서, 결과적으로 정부가 환율을 낮출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15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원·달러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금주 기자 nodrin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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