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다인 기자]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서울 지하철역 승강장에 스티커를 붙이고 락카 스프레이를 뿌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대표들에게 벌금형이 확정됐습니다.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 활동가가 20일 대법원에서 열린 재판을 마치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대법원 3부(주심 이흥구 대법관)는 20일 오전 공동 재물손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경석 전장연 대표와 권달주 전장연 상임공동대표, 문애린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서울장차연) 활동가 등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원심의 벌금형을 확정했습니다. 이에 따라 박 대표에겐 벌금 300만원, 권달주 대표와 문애린 활동가 등에겐 각각 벌금 100만원이 확정됐습니다.
이들은 앞서 2023년 2월 장애인권리예산 보장과 이동권 확대 등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며 서울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 승강장 벽면과 바닥에 스티커 수백장을 붙이고 락카 스프레이를 분사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스티커와 락카 스프레이로 표시된 내용은 ‘장애인도 이동하고, 교육받고, 노동하며 지역사회에서 건강하게 함께 살자’, ‘오세훈 서울시장은 국제연합(UN) 탈시설 가이드라인 준수하라’ 등이었습니다.
쟁점은 이런 행위가 장애인의 권익 향상을 위한 행위로서 정당한 것인지, 아니면 지하철 시설의 효용을 해치는 재물손괴에 해당하는지였습니다.
1심은 전장연 측 주장을 받아들여 박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24년 5월 1심 재판부는 “스티커를 부착하고, 락카 스프레이를 분사한 사실은 명백하다”면서도 “스티커 제거가 현저히 곤란할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반면 2심 판단은 달랐습니다. 지난해 1월 2심 재판부는 스티커와 락카 분사 행위가 승강장의 효용을 해치는 행위에 해당한다며 벌금형을 선고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스티커들이 지하철 안내표지 등 위치를 찾고 정보를 습득하는 데 상당한 불편함을 초래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원상회복을 위해 서울교통공사 직원 30여명이 이틀에 걸쳐 제거 작업을 했는데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소요됐다”고 했습니다.
2심 재판부는 장애인 이동권이 보장되지 않는 현실을 알리기 위한 ‘정당행위’였다는 주장도 배척했습니다. “다른 합법적 수단·방법을 강구하지 않고 스티커를 벽면과 바닥에 빼곡히 부착해야 할 긴급성이나 불가피성 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는 겁니다.
대법원도 이날 원심 판단엔 법리 오해가 없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 선고 직후 문애린 활동가는 기자회견을 열고 “20년 넘게 이동권 투쟁을 했지만 사회는 장애인들의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았다”며 “우리의 요구를 알리기 위해 (스티커 부착과 락카 분사 등의) 행동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장연 측 강미솔 변호사도 “최근 헌법재판소의 미신고 집회 처벌 조항 결정 이후 집회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해야 한다는 판단들이 나오고 있다”며 “그런데도 집회에 수반되는 표현행위를 계속 처벌, 실질적인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신다인 기자 shin12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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