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K-2금융)④미성숙 시장서 차별화 우위 'K보험'
2026-05-21 06:00:00 2026-05-21 08:04:03
 
(호찌민=배희 기자) 국내 보험사들이 침투율이 극히 낮은 초기 보험시장 선점을 위해 베트남 현지 영토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베트남 보험시장은 지난 2023년 방카슈랑스 불완전판매 사태로 국민적 신뢰를 잃은 데다 일반 질환을 약국에서 해결하는 의료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K-보험사들은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인공지능(AI) 기반의 디지털 혁신과 현지 합작법인 등 베트남 현지에 진출해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호찌민 1군 지역에서 내려다본 호찌민시. (사진=배희 기자)
 
베트남의 경제 수도라 불리는 호찌민을 찾은 <뉴스토마토> 특별 취재팀은 이곳에 진출한 국내 보험사인 한화생명, 삼성비나보험, 신한라이프, 미래에셋프레보아생명보험, 사무소 형태로 나와 있는 KB손해보험 등을 취재했습니다. 
 
현지 상위 5개 생명보험사는 외국계를 포함해 바오비엣생명, 푸르덴셜 베트남, 매뉴라이프, 다이이치, AIA입니다. 2023년 기준 생명보험 상위 5개사가 전체 생명보험업계 78% 점유했습니다. 손해보험에서는 바오비엣 손해보험, PVI(PetroVietnam Insurance), PTI(Post&Telecommunication Insurance), MIC(Military Insurance Corporation) 등 보험사가 상위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손해보험 상위 10개사가 전체 시장 수익의 78%를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험 수요 적은 초기 시장
 
베트남은 아직까지 보험산업이 발달하지 않은 초기 시장으로 꼽힙니다. 총 보험료 수입을 명목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눈 지표인 보험 침투율도 2~3%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글로벌 평균 6%대에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지난해 1월 기준 베트남 생명보험 가입률도 12%에 그쳤습니다.
 
베트남 국가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보험시장의 보험료 총수입은 237조2000억동(한화 약 13조5678억원)으로 전년 대비 4% 증가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베트남 재무부도 2030년까지 생명보험 보급률을 18%까지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며 보험시장 활성화를 유도하고 있습니다.
 
앞서 베트남 보험시장은 2023년 방카슈랑스 채널에서의 불완전판매 이슈로 보험업권이 국민적 신뢰를 크게 잃은 바 있습니다. 은행 고객들에게 적합한 안내 없이 보험 가입을 강제하거나 오인하게 만든 사태가 터지면서 전체 보험 업권의 성장이 일시적으로 위축되는 진통도 겪었는데요. 글로벌 컨설팅 기업 PwC 분석에 따르면 이때 생명보험의 신규 판매액은 전년 대비 약 50% 감소하고 전체 보험료 수입도 14%가량 줄어드는 등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다만 현지에 진출한 보험사들은 불완전 판매 이슈가 크게 작용하지는 않다고 판단하는 분위기입니다. 보험시장 초기 단계인 특성상 보험 수요 자체가 크지 않기 때문입니다. 병원 대신 약국을 찾는 문화도 한몫합니다. 농식품수출정보 해외시장 동향에 따르면 베트남은 아직 의료 인프라가 부족해 감기, 두통, 소화불량 등 일반 질환의 경우 약국에서 약을 사 먹는 문화가 일반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호찌민에서는 길을 지나가다가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부딪히더라도 서로 그냥 지나간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로 보험 시스템이 자리 잡지 못했습니다. 한 금융사 주재원은 "소득 수준이 안 돼서 보험에 대한 수요 자체가 많지 않다"며 "아직은 시장 형성 단계 정도로 보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험사들이 진출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오토바이 통행량이 많은 호찌민 도로. (사진=배희 기자)
 
K-보험사 차별화된 현지 진출 전략
  
국내 생명보험사 중 가장 먼저 베트남에 깃발을 꽂은 한화생명은 장기적인 투자의 결실을 맺으며 독보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과거 2008년 현지법인을 설립한 이후 끊임없는 체질 개선을 거친 결과 설립 15년 만에 누적 손익 흑자를 달성습니다.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의 지난해 매출액은 1529억원으로 전년 대비 7% 증가했으며, 2009년 당기순이익 -355억원에서 지난해 430억원으로 200% 이상 상승해 흑자전환을 이뤘습니다. 특히 국내 보험사의 해외 법인 역사상 최초로 한국 본사에 첫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습니다.
 
호찌민 1군에 자리 잡은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 (사진=배희 기자)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은 자본 건전성을 확보한 데 이어 향후 오는 2030년까지 현지 '탑5' 생보사로 도약하기 위한 로드맵을 구상 중입니다. 이를 위해 AI에 기반한 디지털 앱 서비스 강화와 설계사 채널 역량 강화 및 방카슈랑스 신규 제휴 등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웠습니다.
 
한화생명 베트남은 2024년에도 디지털 전환과 관련한 장기전략 로드맵을 공개한 바 있는데요. 사용자가 친숙한 인터페이스에 기반한 '한화생명 플러스 모바일 앱'으로 보험급 지급 시간을 기존 6일에서 3일로 줄였습니다. 한화생명 본사는 AI 기반 영업·교육 시스템인 'AI STS(Sales Training Solution)을 현장에 적용하고 생성형 AI 기반 번역·학습 지원 시스템으로 외국인 설계사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등 AI와 디지털 전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제7회 베트남 정보올림피아드' 공식 후원에 나서며 AI·정보통신(ICT) 인재 발굴에 힘을 쏟았습니다.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 측은 "베트남 현지에서 확립하고 있는 한화생명의 전략은 AI 기반 디지털 앱 서비스 제공 등을 통한 가치·서비스 중심의 전략 수행"이라고 말했습니다.
 
KB손해보험은 정식으로 현지법인을 두고 있지는 않지만 1995년부터 30년 동안 하노이와 호찌민에 사무소를 두고 장기적으로 베트남 시장을 관찰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대베트남 외국인직접투자(FDI) 44개국 중에서 올해 1~2월 전체 1위를 차지할 만큼 투자가 활성화돼 있는데요. 그만큼 수많은 한국계 제조 및 물류 기업들이 현지에 진출해 있어 현지 네트워크와 시장 이해도 부분에서 역량을 발휘하며 경쟁력을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나아가 KB손보는 본격적인 현지 로컬 시장 진출을 준비 중입니다. 2004년부터 한국, 일본, 베트남 현지 합작법인인 'UIC(United Insurance Company)'에 3% 지분을 보유하며 화재·재물·적하보험 등 기업보험 분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UIC의 수입 보험료는 한화 약 625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9.6% 성장했는데요. 특히 상당수 고객이 한국계여서, 한국계 기업의 보험료는 전체 매출의 25%를 상회합니다.
 
KB금융그룹 차원에서도 베트남 보험시장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양종희 KB금융 회장이 KB라이프 자회사 KB라이프파트너스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베트남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박미영 KB손보 하노이·호찌민 사무소장은 "현재 UIC 내 지분 확대를 추진하고 있으며 파트너사인 솜포(Sompo), 바오 민(Bao Minh)과 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베트남은 많은 인구와 젊은 연령으로 금융산업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시장으로, 그룹 차원에서도 KB 브랜드가 현지에서 각인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KB손보는 특히 30년간의 베트남 사무소 운영을 바탕으로 현지에서의 보험시장 및 규제, 모니터링, 계열사 간 협업 등에 강점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의 경우 발전소나 원전, 도로 등의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는 정부 주도로 진행이 되고 상당수의 기회가 1~3위 보험사에 쏠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박 소장은 "베트남은 보험 관련 법률과 제도가 지속적으로 개정·변경되고 현장에서의 규정 해석이 모호한 경우가 많다"면서 "외국계 금융회사 입장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현지 대응 역량을 바탕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회를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⑤편에서 계속>
 
박미영 KB손해보험 하노이·호찌민 사무소장. (사진=KB손해보험)
 
배희 기자 SheisH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