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진 기자] '여당 우세'로 흐르던 서울시장 판세가 요동치고 있습니다. '1000만 시민'을 대표하는 서울시장은 역대 지방선거 최대 격전지로 꼽혔지만, 이번만큼은 '명픽'(이재명 대통령 선택)인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줄곧 우세했습니다.
정치권 안팎에선 '부자 몸조심'을 택한 정 후보의 'TV 토론 회피 전략'이 되레 지지율을 갉아먹는 자충수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민주당 후보들이 이른바 '침대 축구' 전략을 짠 사이, 야당 후보들의 추격세는 연일 거세지고 있습니다. 6·3 지방선거 주요 승부처인 부산·대구 등이 초접전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서울마저 오차범위 내로 붙으면서 선거 막판까지 엎치락뒤치락 판세가 지속될 전망입니다.
오세훈 추격에도…정원오, 추가 토론 '거부'
19일 공표된 <조선일보·매트릭스> 여론조사(5월16~17일 조사·오차범위는 95% 신뢰 수준에 ±3.5%포인트·무선 전화 면접 100%)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는 정원오 민주당 후보 40%,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 37%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격차는 불과 3%포인트로 오차범위 내 접전입니다. 지난달 24일 여야 대진표가 확정된 직후 조사와 비교하면 격차가 3분의 1 수준까지 좁혀졌습니다.
이 같은 초접전 흐름 속에서도 정원오 후보는 TV 토론 최소화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정원오 후보는 이날 열린 한국방송기자클럽(BJC) 토론회에서 '양자토론에 부정적인 입장의 변화'를 묻는 질문에 "무려 5개월 동안 그런 네거티브 공격들이 있었다"며 "그렇게 하면서도 한편으로 또 토론을 요구하는 건 정직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습니다. 사실상 추가 공개 토론 요구를 거부한 셈입니다.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정 후보가 공개 토론을 피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 간 대면 TV 토론은 오는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로 단 한 차례만 열릴 예정입니다. 이날 열린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와 오는 20일 관훈클럽 토론회 역시 패널 질문에 답하는 대담 형식입니다. 정원오 후보는 오세훈 후보 측의 추가 토론 요구에도 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에서 양당 후보가 TV 토론에 단 한 번만 나서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현행법상 시·도지사 선거 후보자의 TV 토론 의무 횟수는 한 차례지만, 역대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최소 두 차례 이상 TV 토론이 열렸습니다. 지난 2010년에는 네 차례나 양당 후보 간 TV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민주당이 판세 불안 속에 '방어형 선거전'에 집중하고 있다는 해석도 제기됩니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노출을 줄이는 전략이 오히려 유권자들의 피로감과 답답함을 키우며 접전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오차범위 내 접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14일 공표된 <CBS·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여론조사(5월12~13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 수준에 ±3.5%포인트·무선전화 100% 자동응답 방식)에서 서울시장 후보 지지도는 정원오 후보 44.9%, 오세훈 후보 39.8%로 나타났습니다. 역시 오차범위 안인 5.1%포인트 격차였습니다.
초접전을 보이는 대구시장 선거도 TV 토론은 두 차례(22일, 26일)에 그칠 예정입니다. 이날 나온 <조선일보·매트릭스 여론조사> 결과 대구시장 후보 지지도는 김부겸 민주당 후보 40%, 추경호 국민의힘 후보 38%였습니다. 단 2%포인트 차이에 불과합니다.
6·3 지방선거 부산시장 후보자 토론회가 지난 12일 부산MBC에서 열렸다. 사진은 토론을 준비 중인 전재수 민주당 후보(왼쪽)와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오른쪽)의 모습. (사진=뉴시스)
TV 토론 가뭄에…국민 알권리 나 몰라라
부산 북갑 보궐선거도 비슷한 양상으로 흐릅니다. 이날 나온 <조선일보·메트릭스 여론조사>를 보면 부산 북갑 보궐선거 후보 지지도는 하정우 민주당 후보 39%, 한동훈 무소속 33%,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 20% 순이었습니다. 1·2위인 하정우·한동훈 후보의 격차는 단 6%포인트 차로, 오차범위 안입니다.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부동층 이동과 TV 토론 변수에 따라 판세가 흔들릴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하정우 후보도 법정 토론회만 참석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TV 토론 대신 지역민과 밀착 접촉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정치 신인으로 토론회 경험이 부족한 만큼 돌발 변수를 최소화하는 선거 전략을 택했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반면 한동훈 후보는 방송사 주최 TV 토론 제안에 응할 것을 요구하며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접전 구도 속에서 공개 검증과 후보 간 대결 구도를 부각해 막판 판세 반전을 노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됩니다.
오차범위 밖에서 야당 후보를 따돌리고 있는 주자들의 토론 기피 성향은 더욱 강합니다. 지난 18일 나온 <스트레이트뉴스·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5월14~15일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경기지사 지지율은 추미애 민주당 후보 47.9%, 양향자 국민의힘 후보 33.8%로 집계됐습니다. 추 후보가 오차범위 밖인 14.1%포인트로 앞섰습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TV 토론은 역시 오는 27일 단 한 차례만 열립니다. 이에 양향자 후보는 지난 13일 공개토론을 요구하며 "그래서 내가 제안한 토론에 나오겠다는 건가 안 나오겠다는 건가"라며 "침대 축구를 하시더니 이제는 아예 침대에 누우셨다"라고 저격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의 '방어전'이 알권리 측면에서 좋은 선거 전략이 아니라고 평가합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국민의 알권리 측면에서 매우 바람직하지 못한 현상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면서도 "그들은 비난받아 손해 보는 것과 토론의 말실수 위험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효진 기자 dawnj789@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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