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경제성장을 위해 왜 금융기본권이 필요한가
2026-05-19 06:00:00 2026-05-19 06:00:00
금융기본권은 널리 쓰이는 개념은 아니나, 그 의미를 해석하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현대 경제 사회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수적인 금융 서비스에 대해 차별 없이 접근하고, 이를 안정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과거에 금융이 개인의 선택이나 사적 계약의 영역으로 간주되었다면, 이제는 생존을 위한 필수 인프라이자 사회적 기본권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이미 널리 쓰이고 있는 ‘포용적 금융’과 같은 맥락이지만, 이를 국민의 보편적 권리라는 차원으로 한 단계 더 높여 정의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국제결제은행(BIS)이나 세계은행 같은 국제기구들도 금융포용을 단순한 복지 의제가 아니라, 금융시스템의 안정성과 직결된 구조적 과제로 분류하고 있다. 최근에는 포용금융 또는 금융기본권의 확대가 경제성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실증 연구도 활발하다. 대다수의 분석 결과는 금융기본권 확대와 경제성장 사이에 명확한 양(+)의 상관관계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결과가 도출되는 이유는 금융기본권이 단순히 사회적 약자를 돕는 시혜적 차원을 넘어, 경제 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핵심 기제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우선 금융기본권은 교육을 통한 인적자본 축적의 기회를 대폭 확대한다. 가계가 극심한 신용 제약에 직면하면, 재능 있는 개인이 적기에 교육에 투자할 기회를 놓치게 된다. 이는 개인의 불행을 넘어 국가 전체적으로 인적자본 축적의 저하와 노동 생산성 약화라는 구조적 문제로 연결된다. 반면 금융 서비스에 대한 보편적 접근이 가능해지면 ‘기회의 평등’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며, 이는 곧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성장 동력으로 이어진다.
 
또한 금융기본권은 소상공인이나 스타트업이 자본시장의 문턱을 넘는 것을 훨씬 수월하게 해준다. 당장 담보로 내세울 자산은 부족하더라도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주체들이 금융을 통해 사업을 시작할 수 있을 때, 우리 경제의 자본은 가장 효율적인 곳으로 흘러가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는 경제 전체의 총요소생산성을 향상시킨다.
 
더불어 금융기본권은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토대가 된다. 가계가 질병이나 재해 같은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으로부터 금융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한 극단적인 예비적 저축을 줄일 수 있다. 대신 그 자금이 생산적인 투자와 소비로 이어지면서 경제 전반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활력을 제고하게 된다.
 
현 정부가 표방하는 ‘기술 선도 성장’을 실현하기 위해서도 금융기본권은 꼭 필요하다. 치열한 기술혁신 경쟁 환경에서 금융기본권은 국가 전체의 혁신 생태계를 유지하는 근간이 된다. 기술 경쟁이 소수의 거대 자본에만 집중되면 시장은 경직되기 마련이지만, 금융기본권은 이른바 ‘풀뿌리 혁신가’들에게 자본을 공급함으로써 혁신의 주체를 다각화하고 시장의 역동성을 살려낸다.
 
한편 기술 경쟁은 필연적으로 높은 실패 확률을 수반한다. 이때 기초적인 금융 안전망과 회복 탄력성을 보장하는 금융기본권이 뒷받침된다면, 혁신 주체들은 실패에 대한 공포 없이 과감한 기술적 시도에 나설 수 있다. 또한 기술혁신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소외 계층이 금융 서비스에서 배제되는 ‘디지털 격차’가 발생하기 쉬운데, 금융기본권은 표준화된 인프라와 보편 교육을 통해 이러한 기술 격차가 사회적 불평등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막는 방어선 역할을 수행한다.
 
이제 한국 경제는 저개발국과 개발도상국 시절을 지나 선진국들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는 단계에 올라섰다. 과거 선진국과의 기술 격차를 범용 기술과 모방으로 빠르게 추격하던 방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창조를 통한 혁신이며, 이를 뒷받침할 체질 개선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하다. 혁신과 성장의 결실이 소수에게만 국한되어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을 담보할 수 없으며, 모든 국민이 혁신의 주체로 참여해야 한다. 결국 금융기본권은 단순히 약자를 보호하기 위한 시혜적 정책이 아니라, 모두의 혁신과 성장을 떠받쳐 대한민국 경제의 엔진을 다시 강력하게 돌리기 위한 핵심적인 성장 인프라다. 현시대가 요구하는 진정한 경제 비전은 바로 이러한 기초체력의 보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관련기사
0/300

뉴스리듬

    이 시간 주요 뉴스

      함께 볼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