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강예슬 기자] 형사소송법 개정안 초안을 마련 중인 검찰개혁추진단(추진단)이 '단일안' 대신 '복수안'을 낼 방침을 세운 걸로 확인됐습니다. 10월 검찰청 폐지를 앞두고 추진단은 내달 중 형소법 개정안 입법예고를 목표로 초안을 만들고 있는데, 보완수사권 폐지 여부 등이 핵심 쟁점입니다. 추진단이 복수안을 검토키로 한 배경엔 앞선 입법 과정에서 경험한 시행착오가 영향을 미친 걸로 보입니다. 추진단은 지난 1월 중대범죄수사청법(중수청법)과 공소청법 제정안을 여당과 충분한 조율 없이 단일안 형태로 입법예고했다가, 이후 내용을 수정해 재입법예고하는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습니다.
윤창렬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장이 지난 1월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창성별관에서 공소청법과 중대범죄수사청법 입법예고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관계부처 합동)
13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추진단은 6월 초 형소법 개정안을 복수안으로 마련해 국회에 제출하고, 민주당과 협의해 최종 정부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입니다. 추진단 상황을 잘 아는 정부 관계자는 "추진단은 민주당과 충분히 협의를 한 다음에 대통령에게 보고를 할 것"이라며 "지금 검토하는 안은 5~6개가 되는데, 확정된 것은 없고 계속 논의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추진단은 현재 보완수사권 폐지를 전제로 두고, 발생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설계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재명 대통령도 '제한적으로나마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라고 언급한 만큼, 보완수사권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방향도 열어두고 고민 중입니다.
앞서 이 대통령은 지난 1월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검사가) 보완수사를 안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아주 예외적인 경우 안전장치를 만든 다음에 보완수사권 정도는 갖게 해주는 게 국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이라고도 말한 바 있습니다.
추진단이 정부 단일안을 올려 입법예고하는 대신 복수안을 마련해 당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키로 한 배경엔 '중수청법 학습 효과'라는 분석이 우세합니다.
지난해 10월 출범한 추진단은 긴 논의 끝에 올해 1월 중수청법·공소청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했습니다. 정부가 주도해 만든 단일안이었습니다. 하지만 검찰청을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조직만 분리하고, 사실상 검찰을 그대로 유지하는 법안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특히 중수청의 광범위한 수사 범위, 수사관 체계 이원화 구조가 논란이 됐습니다. 법률가는 '수사사법관', 비법률가는 '전문수사관'으로 지칭해 수사관이 검사의 지휘를 받아 수사하는 구조를 유지했다는 지적이 나온 겁니다.
반발은 추진단 안에서도 나왔습니다. 추진단에 검찰개혁 방향을 자문하던 자문위원 16명 중 6명이 '추진단이 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자문위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집단 사퇴한 겁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대범죄수사청법·공소청법 공청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여당 내 진통도 적지 않았습니다. 법안 설계를 주도한 봉욱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고, 이 대통령이 '숙의와 의견 수렴'을 지시하자 민주당은 급히 공청회를 열어 안팎의 의견을 수렴했습니다. 정부는 이를 반영해 2월24일 재입법예고를 했지만, 민주당 내 검찰개혁파 의원들의 반발이 이어졌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이 3월4일 국회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재입법예고한 법안은) 그동안 추진해 온 법무부 탈검찰화 기조에 역행하는 내용"이라고 비판한 게 대표적입니다.
우여곡절 끝에 중수청법·공소청법안은 당·정·청 협의를 거쳐 3월2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추진단이 최초 입법예고를 한 지 두 달이 지난, 예정된 일정보다 한참 늦어진 셈입니다.
결국 추진단이 형소법 개정안 복수안을 마련해 당과 협의하겠다는 건 같은 혼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게 의지로 풀이됩니다. 다른 정부 관계자는 "이전에는 단일안을 먼저 입법예고했다가 내용이 대폭 수정됐다"며 "단일안으로 직행할 경우 생길 수 있는 위험을 줄이자는 판단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형소법 개정안의 밑그림은 6월 초에야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추진단은 초안 마련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검찰과 경찰 등 관계기관 의견도 수시로 청취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검·경에 '보완수사 요구권'과 '검·경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요청배 받은 걸로 알려졌습니다.
추진단은 법무부 검찰개혁지원태스크포스(TF)의 의견도 수렴할 계획입니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법무부는 형사소송법 전반에 대한 의견을 정리하고 있으며, 여전히 '보완수사권이 필요하다'라는 입장을 강조할 걸로 보입니다.
정부 관계자는 "다양한 의견을 듣고, 법안을 만드는 데 반영할 예정"이라며 "당과의 협의를 포함해 전문가 의견을 다양하게 고려해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강예슬 기자 yea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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