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몰카' 공무원연수생 퇴학처분 무효"
"제대로 된 조사 없이 절차 마무리…원고 방어권 행사 기회 제한"
입력 : 2020-09-10 17:44:40 수정 : 2020-09-10 17:44:4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5급 공무원 연수 도중 다른 교육생의 신체 일부를 불법촬영했다는 논란이 불거져 퇴학당한 A씨가 퇴학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승소했다.
 
서울고법 행정9부(재판장 김시철)는 10일 국가공무원 5급 공개채용시험 합격자 A씨가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상대로 제기한 퇴학처분 무효확인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1심을 유지했다.
 
서울고등법원이 불법촬영 논란에 휘말려 퇴학당한 공무원에 대한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사진/뉴시스
 
A씨는 지난해 5월 강의실에서 다른 교육생의 허벅지 부위가 노출된 사진을 고의로 촬영했다는 이유로 퇴학 처분을 받았다. 조사 결과 A씨가 촬영한 사진은 총 2장이었는데 한 장에는 레깅스를 입은 피해자의 허벅지 뒷부분 일부가 노출된 장면이, 나머지 한 장에는 피해자가 서 있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인재개발원은 퇴학처분 후 A씨를 형사고발하기도 했으나, 검찰은 다른 음란 사진 및 영상 등이 발견되지 않은 점, 첫 사진 촬영 3초 후에 바로 두 번째 사진이 촬영된 점 등 여러 정황에 비춰보면 범죄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혐의 없음 처분을 했다. 인재개발원은 항고했으나 지난 3월 기각됐다.
 
A씨는 인재개발원의 퇴학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1심은 지난 3월 "A씨에게 위와 같은 사진을 촬영할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퇴학처분을 취소했다.
 
항소심도 인재개발원의 항소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인재개발원은 실체적 진실 발견을 위해 조사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추가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고 일사천리로 절차를 마무리 한 것은 원고의 방어권 행사 기회를 제한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봤다.
 
또 "인재개발원이 원본파일이 저장된 휴대폰을 반환해달라는 A씨 청구를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한 것도 개인정보 등에 관한 기본권에 대한 침해 위험성을 야기하고 적법절차원칙, 법치행정 원칙 등을 위반했다"고 덧붙였다.
 
무엇보다 고의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구도만으로 A씨의 고의를 인정할 수는 없고 피해자가 확대되거나 신체 부위가 부각됐다는 사정도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촬영 방식이 일반적 몰래카메라와 상당한 차이가 있고 촬영음이 없는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했다는 점만으로 몰래 촬영하고자 하는 고의가 있었다는 근거가 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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