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나간 김용균법②)"산재사망 근로자들, 안전교육도 못받아"
기업 "현장상황 나는 모르는 일"…법원 "초범·보상금 고려, 벌금·집유"
2020-06-09 06:00:00 2020-06-09 06:00:00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근로자들은 안전교육도 없이 혼자 일하다가 사망한 경우가 많다. 그들의 죽음에 대해 원청업체는 '현장에서 일어나는 일이라 잘 모른다'고만 하고 있다. 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는 사람은 안전관리책임자 정도다. 가족을 잃은 유족들 손에 쥐어지는 산재보상금과 손해배상금은 합해봐야 1억원 남짓이다.
 
지난 5월 한달만을 기준으로, 전국 각급 법원에서 내려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관련 판결문은 46건이었다. 대법원 판결문 검색 시스템에서 '산업안전보건법', '업무상과실치사'를 검색해서 얻은 결과다.
 
사고 근로자들의 직장은 모두 달랐지만 사고 당시 상황은 닮은꼴이었다. 사전에 안전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현장에서 주의를 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은 하나같았다. 2인1조가 해야 하는 일을 혼자 감당하던 중 발생한 사고도 적지 않았다.
 
김용균 재단 등 33개 노동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위험의 외주화 금지 국가인권위 권고 이행 및 산업안전보건법 개정 요구'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수원지법 형사9단독(박민 판사)의 판결을 보면 건설사의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였던 피해자 A씨는 거푸집 설치작업을 하다가 몸의 중심을 잃고 뒤로 넘어져 1.2m 아래로 추락, 가슴 부위 손상 등으로 사망했다. 근로자가 추락할 위험이 있는 곳이었지만 현장에는 안전난간, 덮개 등 아무런 방호 조치도 없었다.
 
울산지법 형사1부(재판장 김현환)가 맡은 사건에서도 피해자 B씨는 당시 입사한 지 10개월밖에 안 되는 신입이었지만 버퍼탱크나 모듈 유니트 등 무거운 물건 아래로 들어가지 말라는 등의 주의를 듣거나 안전조치를 받지 못한 채 현장에 투입됐다. 그는 다른 작업자에 의해 크레인이 작동되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단독으로 작업하다가 형강더미와 대차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산재 사망사고로 인해 기소되는 이들은 대부분 안전보건관리책임관리자와 사업주였다. 양벌규정(위법행위에 대해 행위자 이외에 업무의 주체인 법인 또는 개인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에 따라 원청업체가 피고인이 되기도 했지만 대표이사까지 재판에 넘겨지는 경우는 드물었다. 
 
법정에 선 기업들은 피해자가 지병으로 사망했다거나 협력업체가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지 몰랐다고 했다. 한 피고 기업은 "피해자가 사망한 것은 평소 앓고 있던 심장질환 때문으로, 업무상 과실과 사망 사이에는 인과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한 원청 대기업은 "이전에 사고가 발생한 적이 없으므로 작업 지휘자가 상존할 필요가 없었다"면서 "협력업체에서 알아서하는 작업으로 이번 사고도 협력업체 직원의 과실"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현장의 안전책임관리자와 피해자 소속 기업 및 원청의 과실을 대부분 인정했다. 사업주가 사업장에서 안전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이뤄지거나 그런 작업이 계속 이뤄질 것이라는 사정을 미필적으로 인식하고도 방치한다면 작업을 구체적으로 지시한 것이 아니어도 죄는 성립된다고 봤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내리지는 않았다. 안전책임자들은 징역 6~8월에 집행유예 1~2년형을 받고 풀려났다. 기업들에 대한 벌금은 적게는 500만원에서 최대 2000만원 정도였다. 이마저도 항소심을 거치면 감경되는 경우가 많았다. 법원은 "피해자의 작업상 과실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피고인들이 유족과 합의를 통해 보상금을 지급했다", "법 위반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 "이전에 벌금형 이외의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민사상 손해배상금액도 그리 크지 않았다. 지난 5월 산재 사망으로 인한 손해배상 판결문을 근거로 추정한 유족 배상금액은 1300만~8000만원 정도였다. 동종업계 근로자의 평균 일용노임을 정년퇴직 시까지 받았을 때 금액과 기대수명까지 받을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노령연금에서 피고인 과실 비율을 따져 지급했다. 업무상재해로 인정받지 못해 손해배상금을 받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다. 법원은 산재 사망으로 인한 위자료 금액을 교통사고와 동일하게 1억원으로 책정하고 있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기업들의 책임과 근로자의 목숨에 비해서는 턱없이 적은 금액"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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