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박한나 기자] 우리카드가 정부 예산으로 진행하는 긴급재난지원금 신청자를 늘리기 위해 판촉행위를 벌여 논란이다. 금융당국의 자제 요청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생존자금을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재난지원금 신청 유치를 위해 커피 쿠폰 등 프로모션을 준비했지만, 대부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카드사 사장들을 만나 "과도한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정부 사업 취지에 맞지 않을 뿐더러, 과도한 마케팅으로 카드사 출혈경쟁이 우려된다는 이유다.
하지만 우리카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에 진행하던 재난지원금 유치 프로모션을 강행했다. 우리카드는 지난 8일 무실적 고객들에게 '재난지원금 신청시 스타벅스 커피 교환 쿠폰 4장을 지급한다'는 문자메시지를 발송한 바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권고 이전에 이미 문자가 나간 상태라 철회하기 어렵다"며 "이는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설명했다.
우리카드가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프로모션을 강행하는 이유는 비단 '고객 신뢰'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이면에는 재난지원금 소비에 따른 10조원 규모의 시장이 있다. 또한 이번 기회를 통해 미래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수수료는 어차피 정해진 대로 받는 것이라 큰 이득은 없다"면서도 "다만 카드를 한번 쓰면 고객들이 계속 사용하므로 잠재적인 수익원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카드의 이런 행위는 국민의 재난 상황을 이용한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회사 이익이 된다고 판단해 재난지원금 사업에 참여하겠다고 먼저 정부에 요청했다"면서 "오로지 수익이 많은 시장으로만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난지원금 유치에 대한 과도한 마케팅이 카드사의 비용을 증가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 혜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프로모션은 단기적으로 소비자 혜택이 될수 있지만 많은 비용을 수반하게 된다"며 "결국 이 비용은 카드사들이 직접 떠안거나, 아니면 카드사 상품에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과도한 마케팅에 제동을 걸었다. 당시 카드사는 마케팅 비용을 충당하느라 경영이 악화됐다. 이는 할부금융을 이용하는 소비자의 금리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당국은 우리카드에 재난지원금 프로모션을 자제해달라고 '재권고' 할 방침이다. 우리카드의 프로모션 강행으로 일부 카드사들도 다시 프로모션을 진행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카드만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날 뿐더러, 카드사의 과열경쟁을 유도할 수 있다"며 "과열경쟁이 되면 결국 '제로섬'이 될 뿐이다. (우리카드에) 프로모션을 자제해달라고 다시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1일 서울 중구 우리은행 남대문시장지점에서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방안의 원활한 이행과 관련해 공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 금융위
최홍·박한나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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