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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키코 조정안 잇단 거부…'윤석헌표 금융개혁' 흔들
2020-03-08 12:00:00 2020-03-08 12:29:24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은행들이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관련 분쟁조정 결과를 잇달아 불수용하기로 결정하자, 금융감독원은 "은행 결정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키코 배상은 윤석헌 금감원장이 금융기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금융개혁 일환으로 강하게 밀어붙였던 사안이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8일 "불수용한 은행의 결정에 금감원은 받아들이고 존중한다"면서 "더이상 금감원이 나서서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들의 불수용 건에 대해 금감원이 왈가왈부하면 은행들 입장에서는 외압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씨티은행과 산업은행은 금감원의 키코 관련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배상 통보 시한을 하루 앞두고 내린 결정이다. 씨티은행은 "이미 2012년 일성하이스코에 대한 회생절차 과정에서 미수채권을 감면해줬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도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결정한 적합성 원칙이나 설명의부 위반에 대해 법리적인 다툼의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금감원 분조위의 결정에 의구심을 제기한 셈이다.
 
이러한 불수용 결과는 전체 은행들로 확산할 조짐이다. 대구은행과 하나은행은 통보 시한 하루를 앞두고 금감원에 기한 연장을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느라 시간을 지속적으로 연장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들은 3번이나 재연장을 요청할 정도로 배상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현재 배상 권고를 수용한 곳은 우리은행뿐이다. 
 
금감원은 은행들 불수용에 대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키코 배상 권고안은 법적효력이 없어 강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은행들로부터 배상 불수용을 받은 기업(일성하이스코)도 마땅한 대응수단이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법적 소멸시효가 다 끝났다. 민사 등 법적절차가 어려워 (기업들이) 실제로 할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윤 원장이 금융개혁 차원에서 강하게 밀어붙였던 키코 배상이 애초부터 무리수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 원장은 금감원장 취임 직후에도 '관치'라는 지적을 견뎌내면서 키코 문제를 원점에서 재조사했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아쉽다'는 반응과 '할 만큼 했다'는 분위기가 공존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금융소비자들이 배상 못 받는 것은 아쉽다"면서 "그래도 일부 기업이라도 배상을 받을 수 있던 이유는 윤 원장의 의지가 그만큼 강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씨티은행은 기업의 채무를 일부 탕감해주기도 하고, 추가 배상을 검토하기도 했다"면서 "이러한 점은 긍정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김태영(왼쪽) 전국은행연합회장과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1월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금융감독원에서 열린 은행사칭 대출사기·불법 대출광고 스팸문자 대응 시스템 시행 업무협약식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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