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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LG 직원, 특허소송 행렬)미국에선 스톡옵션에 임원승진…"법규보다 기업 시스템 중요"
국내 기업들, 특허 발명자 보상 인식 부족…"인재 유출 막으려면 개선 필요"
2020-02-18 06:00:00 2020-02-18 15:03:13
[뉴스토마토 왕해나·권안나 기자] 국내 기업들의 직무발명보상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허 발명을 독려하면서도 제대로 된 보상 체계가 부재한 현실은 직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회사의 발전도 저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것은 회사가 특허로 인한 이익에 발명자의 노력에 대한 가중치를 적절하게 책정하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산업재산권의 규모는 선진국 대열에 올라섰지만 정작 특허 발명자의 보상에 대한 기업들의 인식은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특허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직무발명보상제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특허청의 직무발명보상 우수기업 인증 기업수는 874개로 증가하고 있지만 재인증을 받는 기업의 비율은 65.6%에 불과하다. 10곳 중 3곳은 직무발명보상 우수기업에 대한 인증 유지를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에서 '직무발명제도' 법규 제정을 통해 직무발명보상에 고려되는 요인이나 보상범위, 액수 등을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리적인 해석에 있어서 분쟁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산업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일부 발명자에게만 보상이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결국 기업의 자체적인 직무발명보상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1960년대부터 직무발명제도가 정착된 미국의 경우 일반적으로 기업과 직원 간의 고용 계약 등을 통해 사전에 통상적인 업무 범위와 그에 따른 보상을 포함한 통상적인 임금체계를 명확히 한다. 이렇게 작성된 계약은 법원 판결 등을 통해서 무효화되거나 보상 금액이 조정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미국법에 정통한 한 변호사는 "미국에서는 회사들이 입사 때부터 계약서에 직무발명과 산업 영향을 고려한 보상까지 기간별로 세세하게 정의하고 있어 법적분쟁으로 비화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핵심 특허 발명자에게 스톡옵션을 지급하거나 고위급 경영진으로 발탁 승진하는 파격 보상 사례도 존재한다. 5000개가 넘는 디자인 특허를 보유한 조나단 아이브가 애플의 혁신을 이끈 고 스티브잡스에 의해 30세의 젊은 나이에 부사장으로 발탁 승진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에서 엔지니어들이 부자가 되는 사례가 흔하다거나 전 세계 유수의 인재들이 MIT로 모여드는 것은 이 같은 기업문화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의 특허 등록권자는 발명자명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에서 특허권자를 회사명으로 변경할 때는 특허권 양도 과정도 명확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사기업과 달리 공기업, 국가 연구기관의 경우 적극적인 보상을 통해 연구자들에 대한 대우를 강화하는 분위기다. 한국전력공사는 직무관련 발명·특허기술 수익금 보상을 70%까지 대폭 확대했고, 국내 최초로 발명자의 기여도가 반영된 보상기준도 마련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전자부품연구원(KETI)도 기업 등에 기술 이전 시 주어지는 특허 기술료의 50%를 발명자에게 지급하는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활용해 발명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기업 내 제대로 된 직무발명보상제도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직원들의 직무 발명이 회사의 발전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합리적인 직무발명보상제도가 직원들의 연구 의욕을 북돋우고 더 나은 발명을 이끄는 수단이 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직무발명보상제도의 효과에 관한 연구(노민선,이희수·2010)'에 따르면 실제로 직무발명에 대한 보상이 적절하게 이뤄질 경우 특허 출원 등 실적증가와 연구원의 이직률 감소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경민 변리사는 "직무발명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은 연구원의 동기를 자극해 기술개발력을 향상시키고 우수 인력의 유출을 막는 장점이 있다"며 "직원의 업무 성과에 대해 이윤을 공유하면서 회사에 대해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지식재산권 위주의 경영방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왕해나·권안나 기자 kany87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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