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이 자초한 DLS사태)①선제적 대응 어디갔나…이상징후 눈치 못챈 당국
올해 초 독일 채권 금리 이상징후에도 인지못해
매번 리스크 예방보다 수습에만 매달려
금융감독 슬로건 '선제적 예방·금융신뢰' 부재
입력 : 2019-08-26 08:00:00 수정 : 2019-08-26 08:00:00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의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금융당국의 안일한 감독이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경제 악화에 따른 파생금융상품의 위험성이 시장에서 수차례 경고됐지만, 결과적으로 DLS사태를 방지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수년전부터 미중 무역분쟁을 중심으로 대외경제가 악화됐고 불확실성이 가중돼왔다. 올해 초에는 글로벌 안전자산이라고 불리는 독일 국채 금리도 점차 하락하는 조짐을 보였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본격적인 파생상품 리스크 검토를 이달부터 진행했다. 자본시장 활성화 명분으로 파생상품 규제는 완화해놓고, 정작 이에 대한 리스크는 관리하지 않은 셈이다. 오히려 당국의 허술한 감독은 시중은행의 이익 우선주의에 부합했다. 은행은 비이자이익 성과를 확대하려고 DLS 상품을 무리하게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선제적 예방'이라는 감독당국의 본질이 사라졌다며 정부 책임이 막중하다고 지적한다.
 
DLS 사모펀드의 전체 판매금액은 8224억원으로 이 중 대부분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해당 상품은 독일·미국·영국 금리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3~4%의 이자를 얻고, 반대로 하락하면 250배에 달하는 손실이 생긴다. 일반적인 고위험-고수익 펀드보다 손실배수가 큰 이유는, 그만큼 선진국 금리가 떨어질 확률이 낮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7년부터 미중 무역분쟁이 본격화되고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예상과 다르게 독일금리는 곤두박질 쳤고, DLS손실은 수천억원에 달했다. 일명 '블랙스완'이라고 불리는 돌발변수가 언제·어떤 형태로 나타날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금융당국의 패착도 이러한 돌발변수에 안일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 DLS는 올해초부터 부실 징조가 있었다. 해당 금리는 올해 1월 0.1687%에서 3월에 -0.015%로 급락했다. 이후 금리는 불안정하게 등락을 반복하다 5월부터 본격적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지난달부터는 -0.58%로 하락해 거의 전액손실이 확정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이 올해 초부터 발생한 이상징후를 감지 못했다"며 "손실 가능성을 떠나 금융감독의 신뢰성에 흠이 생기게 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사모펀드 투자 문턱을 5억원에서 1억원으로 대폭 낮추고, 파생금융 상품을 은행에 판매하도록 허용했다. 은행은 규제완화로 고위험 파생상품을 고객에게 더 쉽게 팔 수 있게 됐지만, 당국의 리스크 관리는 미비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금 등 투자성향이 안정적인 은행 고객에게 고위험 금융상품을 판매하도록 허가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은행도 감독이 느슨한 틈을 타 문제의식 없이 8224억원 규모의 파생상품을 판매하는 등 비이자이익 성과에 열을 올렸다.
 
흔히 금융감독의 핵심은 '예방'으로 요약된다. 예측과 분석을 통해 이미 드러난 사안보다는 드러나지 않은 잠재적 리스크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금융당국의 행보는 '리스크 예방'보다는 '리스크 수습'에 가깝다. 투기 성향이 큰 DLS를 방치한 금융당국이 비판받아야 하는 이유다. 
 
빈기범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이란 본질적으로 여유자본을 적재적소에 투입하며 생산적으로 쓰는 것"이라며 "DLS는 누군가 손실을 입으면 다른 누구는 이득을 보는 도박과 같은 구조"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결국 도박과 같은 구조에서 은행·증권사만 중개수수료를 얻고 있다"며 "정부는 국가경제에 도움이 전혀 안되는 금융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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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홍

무릎을 탁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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