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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쇼크' 반도체 업체 시설투자 확 줄였다
영업익 급감에 삼성전자 36%·SK하이닉스 12% 축소
신성장동력 발굴 위한 R&D·직원수는 역대 최대
2019-08-15 14:20:22 2019-08-15 22:09:46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메모리 쇼크’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상반기 시설투자 비용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미래를 위한 준비는 지속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연구개발(R&D) 투자비용과 직원 수가 역대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15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의 생산 능력과 직결되는 시설투자에 올해 상반기 10조7114억원을 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16조6478억원보다 36% 감소한 수치다. 이 중에서도 반도체 부문 투자비용은 8조8246억원으로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던 지난해 같은 기간(13조3415억원)보다 34% 감소했다. SK하이닉스도 시설투자비를 줄였다.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시설투자 비용은 7조13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조960억원보다 12% 줄었다.
 
 
 
이는 반도체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반도체 부문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23조1600억원) 대비 68% 하락한 7조52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상반기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0% 감소한 2조41억원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요 품목인 D램 가격이 크게 떨어진데다 고객사들의 수요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탓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과 일본 수출규제 등 대외 악재가 겹치면서 하반기 사업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들 업체들은 사실상 감산을 결정한 상태다. 시설투자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삼성전자는 웨이퍼 투입을 일부러 줄이는 ‘인위적 감산’은 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생산공정 효율화와 최적화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생산량을 줄여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천 M10공장의 D램 생산라인 일부를 이미지센서(CIS) 양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등 내년까지 D램 생산을 줄일 방침이다. 낸드플래시는 웨이퍼 투입량 감소폭을 이전보다 5%포인트 이상 늘리기로 했다. 청주 M15 공장의 추가 클린룸 확보와 내년 하반기 준공 예정인 이천 M16 공장 장비반입 시기도 수요 상황을 고려하며 재검토하기로 했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새로운 성장동력 확충과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한 R&D는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상반기 R&D 관련 비용에 총 10조1267억원을 쏟아 부었다. 삼성전자가 상반기 기준 R&D 비용으로 10조원 이상을 투입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R&D 비용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3%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는 상반기 R&D에 1조5315억원을 들였다. SK하이닉스 역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금액이다. 매출 대비 R&D 비용 비중은 11.6%로 2016년 상반기(12.1%)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R&D 비용을 늘리면서 경쟁업체들과 초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를 방증하듯 양사는 매년 R&D 비용을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R&D 관련 비용으로 총 18조6600억원을 지출했는데 이는 전년 대비 11% 증가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이 기간 SK하이닉스 역시 전년 보다 16% 오른 2조8950억원을 투자했다. 양사는 반도체 불황과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이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D램 10나노 공정 전환과 연내 6세대 V낸드플래시 양산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제고할 방침이다. 시스템LSI는 고화소 이미지센서, 극자외선(EUV) 7나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 제품 차별화를 꾀한다. SK하이닉스는 D램은 10나노급 1세대(1X) 및 2세대(1Y) 생산 비중을 연말 80%까지 높이고, 낸드플래시는 72단 중심으로 운영하면서 하반기부터 96단 4D 낸드 비중을 늘려 고사양 스마트폰과 SSD 시장을 중점적으로 공략한다. 
 
기술 차별화를 위한 필수 자원인 고용도 유지했다. 삼성전자 직원 수는 올해 상반기 기준 10만5044명으로 지난해 말(10만3011명)보다 2.0% 늘어나며 창립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도 상반기 기준 직원수가 2만7768명으로 지난해 말 2만5878명보다 7.3% 늘며 역대 최대였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기술 초격차 유지와 신성장동력 발굴을 위해 R&D와 인력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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