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반도체 산업의 진화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세미콘 코리아 2019가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했다. 전문가들은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올해 잠시 주춤하겠지만 향후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 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을 타고 지속적으로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행사는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방문객은 총 4만8500여명으로 집계됐으며 올해는 약 5만명이 관람할 전망이다. 삼성전자, IBM리서치 등 전 세계 120여명의 반도체 산업 전문가들의 발표도 진행됐다.
짐 펠드한 세미코리서치 대표는 사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은 4810억달러로 전년 대비 1% 감소하겠지만 내년에는 5035억달러까지 커지며 3.3% 성장할 것”이라며 “반도체는 AI, 자율주행차와 바이오, 스마트시티 등 더욱 많은 분야에서 이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2021년 자동차 분야에 사용되는 반도체의 시장 규모는 77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심은수 삼성전자 전무가 삼성전자가 개발 중인 온 디바이스 AI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세미콘코리아
이윤종 동부하이텍 부사장도 4차 산업혁명에 필요한 기술들이 반도체 시장을 꾸준히 견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5G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등에 탑재되는 시스템 반도체가 고도화되면서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파운드리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해 이후 전체 반도체 시장은 평균 4.1% 성장하고, 파운드리 시장은 평균 7.1%의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는 미래에는 인터넷 없이도 작동되는 AI 기술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심은수 삼성전자 종합기술원 AI센터장(전무)는 이날 기조연설을 통해 “스마트폰과 자율주행차 등 제품 자체에 AI 알고리즘을 탑재하는 ‘온 디바이스(On-device)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 디바이스 AI 기술이 구현되면 클라우드 시스템과의 연결이 필요 없어 인터넷 의존도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배터리 소모도 줄어들고 데이터의 지연도 개선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부터 얼굴 인식 기술을 기기 자체에 탑재했고 AI 비서인 빅스비도 자체 구현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이번 전시에는 총 469개 업체가 2037개의 부스를 통해 최신 반도체 제조 기술과 공장 자동화 기술을 선보였다. 보쉬는 ‘미래의 공장. 현재, 다음, 그 너머’라는 주제로 미래의 공장 모습을 선보였다. 진공상태에서 캐리어를 옮기는 LMS리니어 모션 시스템, 고성능의 동작 기술과 드라이브 제어 기술인 롤투롤(Roll to Roll) 솔루션 시스템, 제품의 정확한 위치를 감지하기 위한 통합형 측정시스템 등 자동화된 공장의 모습을 구현했다.
산요전기코리아가 작은 제품을 분류하고 운반하는 로봇을 선보였다. 사진/뉴스토마토
보쉬는 드라이브 제어기술인 롤투롤 시스템을 전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삼성전자 계열의 국내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 세메스 역시 물류자동화 설비를 전시했다. 반도체 웨이퍼가 담긴 통을 자동운반하는 시스템인 OHT를 주력으로 내세웠는데 세메스가 국산화하기 전까지는 전량 일본에서 수입해왔던 제품이다. 업계에서는 OHT 국산화로 향후 수천억원 대의 수입 대체 효과를 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업체들이 선보인 각종 자율주행 운반 로봇들. 사진/뉴스토마토
반도체 공정 내에서 무겁거나 예민한 물건을 옮길 수 있는 제품들도 대거 등장했다. 산요전기코리아는 패러렐 링크 로봇이 작은 부품을 분류하고 이송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CKD코리아는 공장 내에서 적은 힘으로도 무거운 물건을 옮길 수 있어 작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로봇을 선보였다. CKD 관계자는 “한 손으로 최대 20㎏까지 옮길 수 있는 로봇”이라고 설명했다. 인아텔, 애니모션텍 등 많은 회사들이 작업 환경 내에서 500㎏~1톤까지 스스로 옮길 수 있는 로봇을 들고 나왔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