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글로벌 3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눈에 띄게 하락하면서 최고경영자(CEO)는 생산량 감축까지 언급했다. 마이크론 실적 악화에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업체 실적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마이크론은 18일(현지시간) 2019년 회계연도 1분기(9~11월) 매출이 79억1000만달러(8조9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동기보다는 16% 늘었지만, 전 분기(6~8월) 매출 84억4000만달러(9조5000억원)보다는 6.3% 줄었다. 당초 시장 전망치인 80억1000만달러(9조원)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는 무려 9.3%가 하락했다. 영국 로이터 통신은 “메모리칩에 대한 시장의 수요가 약해지는 가운데 공급은 과잉되고 있다는 신호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마이크론 본사. 사진/뉴시스
마이크론은 향후 실적 가이던스도 대폭 하향 조정하며 향후 반도체 업황 전망이 부정적임을 시사했다, 2분기 매출은 57억~63억달러(6조4000억~7조원) 사이로 1분기보다 20~28% 급감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장조사기관 레피니티브의 IBES데이터의 2분기 전망치인 매출 73억달러(8조2000억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마이크론은 메모리 가격 하락을 막기 위해 생산량까지 조절하기로 했다. 산제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현재 상황에서 우리 목표는 공급량을 산업 수요와 맞추는 것”이라면서 “생산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론이 예상에 미치지 못한 실적을 내놓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에도 먹구름이 끼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양사의 4분기 실적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하는 중이다. 금융정보제공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 4분기 영업이익 전망 평균치는 15조원대에서 14조298억원으로 하락했다. SK하이닉스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6조4724억원에서 5조6403억원으로 내려왔다. 시장의 불안감도 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14일과 17일, 18일 3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SK하이닉스는 19일 6만300원으로 거래를 마쳐 52주 신저가를 경신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내년 시장 상황에 따라 설비투자와 생산량을 탄력적으로 조절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사기관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도 시설 투자액은 180억달러(20조4000억원)와 100억달러(11조3000억원)로 올해보다 각각 20%, 22%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SK하이닉스측은 “올해는 반도체 공급부족에 따라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했지만 내년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따라 분기별로 투자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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