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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상신호’ 뚜렷…"하강국면 진입했다"
10월 D램 고정거래가격 11% 급락…전문가들 "조정 국면,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반등"
2018-11-15 17:05:16 2018-11-15 17:05:18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일제히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반도체 고점론에 대한 우려가 현실이 됐다. 그간 매 분기 최대실적을 갈아치우며 시장의 우려를 비웃었던 국내 반도체업계도 조정국면 진입에 따른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무엇보다 단일 부품으로는 역대 최초로 1000억달러를 돌파하며 한국 수출을 주도했던 반도체의 하락 반전에 국가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지게 됐다.  
 
메모리반도체 업황의 하락 조짐은 D램 현물가격에서 먼저 나타났다. 현물가격은 도·소매상이 수요업체들에게 소량의 반도체를 팔 때 책정하는 가격으로, 반도체 계약가격의 선행지표로 해석된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4월까지 9달러대를 유지해왔던 D램 현물가격(DDR4 8Gb 기준)은 7월 들어 7달러대까지 떨어졌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증권사들이 “D램 수요가 줄며 재고와 가격 압박이 커지고 있어 반도체 초호황이 끝날 것”이라는 보고서를 줄줄이 내놓은 것도 이때부터였다.
 
반도체업계는 아직 업황이 견조하다고 투자자들을 다독였다. 하지만 지난달 D램 고정거래가격(메모리 제조업체가 대형 거래처에 대규모로 제품을 공급할 때 매기는 가격)마저 급락하며 하락 국면이 현실화됐다. D램익스체인지는 DDR4 8Gb 제품의 10월 말 가격은 개당 7.31달러로, 9월 말(8.19달러)과 비교해 10.74%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2016년 5월 이후 2년4개월 만에 하락세로 전환했다. 낸드플래시는 내림폭이 더 커졌다. 128Gb MLC 제품의 경우 지난 9월 3.8% 떨어진 데 이어 지난달 또 다시 6.51% 하락하며 4.74달러를 기록했다. 
 
수출 전선도 어두워졌다. 한국은행의 수출물가지수에 따르면 D램 수출가격은 2년가량 오름세를 이어오다, 지난 7월 43.6을 고점으로 약세로 돌아서 3개월째 내리막을 탔다. 10월에는 전월 대비 4.9% 하락하며 2016년 4월(-10.8%) 이후 가장 큰 하락폭을 보였다. 낸드플래시 수출가격은 10월 4.3% 하락하며 지난해 10월 48.6을 정점으로 1년째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기준 반도체 수출 실적은 123억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505억달러)의 24%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다. LG경제연구원은 반도체 경기가 꺾였다는 이유로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는 2.8%를 유지하겠지만 내년에는 2.5%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은 고객사들의 수요 감소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서버 교체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른 데다, 인터넷데이터센터(IDC) 업체들의 투자 감소 등이 하반기 메모리반도체 가격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실제 페이스북, 아마존,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데이터센터 설비투자는 지난 3분기를 기점으로 하향 조정되고 있다. 이들의 올해 연간 설비투자액은 829억달러(93조5100억원) 수준으로, 당초 전망치에서 약 15억달러(1조6900억원) 줄었다. 반면 공급은 늘어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경기도 화성에 16라인과 평택 신공장 2층에 D램 웨이퍼 6만장을 증설 중이며,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에 D램 신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3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처음으로 반도체 업황이 나빠질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설투자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삼성전자는 “D램 값 약세 등 업황 악화 여파로 올 4분기와 내년 1분기 실적이 부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는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라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했지만 내년에는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올해 대비 투자 지출 규모를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분기별로 투자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메모리반도체가 곧바로 침체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잠깐의 가격 조정 이후 반도체 수요가 다시 상승 곡선을 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2분기부터 반등을 기대할 수 있다. 5세대(5G) 통신 시대가 개화해 고용량 데이터가 폭증하고, 로봇과 인공지능(AI) 기술이 상용화되면 반도체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IT 시장이 PC 중심으로 변동됐던 것과 다르게 현재는 모바일과 서버 시장이 성장하며 응용처가 다양해졌다”며 “다량의 디바이스의 메모리가 서버 중심으로 연결돼 서버 수요 확대가 다시 메모리 수요를 증가시키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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