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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북·넷플릭스 지배력 강화…국내 IT기업 역차별 우려
2018-07-23 16:51:42 2018-07-23 17:09:40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페이스북과 유튜브, 넷플릭스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국내 시장 지배력이 커지면서, 국내외 IT기업 간 역차별 우려가 갈수록 심화되는 상황이다. IT업계는 공정한 시장 경쟁이 어려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KT는 페이스북과 7월 말 계약 만료를 앞둔 망사용료 재협상을 진행 중이다. 망사용료는 온라인 콘텐츠사업자(CP)가 통신망을 사용한 대가로 인터넷서비스제공사업자(ISP)에게 지불하는 비용이다. 페이스북은 국내 ISP 중 KT와 계약을 맺고 망사용료를 지불해왔다. 그동안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 등 다른 ISP들과는 별도로 망사용료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 들어 이들 ISP가 망사용료 직접 계약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월 국내외 IT기업 간 역차별 해소를 위한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를 출범했다. 사진/방통위
 
KT 관계자는 23일 “페이스북과 망사용료 협상을 계속 진행 중인 단계”라며 “개별 사업자 간 계약이라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ISP들과 페이스북 협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안다”며 “페이스북의 글로벌 정책이 한 국가당 한 사업자와 망사용료 계약을 맺는 것으로 알려져 협상이 진척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더구나 IT업계에서는 국내 CP들이 망사용대가로 매년 수백억원을 지불하는 반면,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 글로벌 IT기업들은 매우 적은 망사용료를 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 지배력은 갈수록 커져 가는데, 상응하는 대가는 지불하지 않는 무임승차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국내 IT기업 역차별 논란도 같은 맥락이다. 당시 네이버 측은 “2016년에만 734억원의 망사용료를 지불했다”며 “동영상 서비스와 앱마켓 분야에서 압도적인 1위인 구글이 국내 통신사에 트래픽 비용을 얼마나 지불하고 있는지 공개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마케팅 전문회사 메조미디어의 ‘2018년 상반기 업종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국내 인터넷 동영상 광고시장에서 올해 상반기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 1위는 40.7%(1169억원)인 구글 유튜브가 차지했다. 2위는 32.4%(930억원) 점유율의 페이스북. 네이버와 다음은 각각 8.7%(249억원), 5.7%(164억원) 수준에 그쳤다.
 
글로벌 IT기업의 콘텐츠 수익배분도 쟁점이다. 넷플릭스와 국내 유료방송사업자의 수익배분율은 9대 1로 알려졌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국내 콘텐츠사업자 수수료는 현재 30~50% 수준”이라며 “넷플릭스에 90% 수수료를 제공하는 것은 국내 사업자에 대한 명백한 역차별”이라고 반발했다. 최근 넷플릭스는 본격적으로 국내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상황이다. CJ헬로, 딜라이브 등 일부 케이블TV에 이어 전국망을 갖춘 인터넷TV(IPTV)와도 제휴를 앞뒀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와 불합리한 조건에서 제휴를 맺는다면 국내 콘텐츠 생태계를 피폐하게 만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국내외 IT기업 간 역차별 해소를 위한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를 구성하고 매달 논의를 진행해왔다. 지금까지 국내 대리인 제도, 임시중지 제도 등 규제 집행력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이나 통신법제 개선안 등을 다각도로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업계 내에서도 규제 관련한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며 “당초 9월까지 최종안을 마련할 예정이었지만, 연말까지 의견수렴 등을 거쳐 논의를 마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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